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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탄 황건] 온딘의 저주’

입력 2021. 10. 29   15:47
업데이트 2021. 10. 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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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건 대한외상학회장/인하대 의대 교수
황 건 대한외상학회장/인하대 의대 교수

여행이나 출장을 가서 여럿이 한방을 쓰게 되면 코골이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할 때가 많다. 대부분 코골이 당사자보다는 옆 사람이 잠을 설친다. 그렇게 여러 날을 함께 하다 보면 평범하던 사이가 어색해질 정도로 괴로운 상황이 되기도 한다.


부대 생활관에 병사들이 모여서 잠을 자면 한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골아 동료들의 숙면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 소리에 깨어보면 코 고는 소리는 그치고, 대신 30초에서 1분간 아예 숨을 쉬지 않는다. 놀라서 흔들어 보면 더욱 큰 소리로 다시 코를 곤다. 이것이 바로 ‘수면 무호흡증(Sleep apnea)’이다. 체격이 비만한 경우 심하면 이러한 무호흡증이 한 시간에 30∼60번 나타나기도 한다.

기도가 좁은 사람이라도 깨어 있을 때는 뇌에서 기도를 구성하고 있는 목젖과 혀뿌리 근육의 긴장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신호를 계속 보내기 때문에 기도를 유지해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다. 그러나 잠이 들면 뇌줄기의 기능이 약해져 이런 작용을 잘하지 못하고 혀뿌리나 목젖이 중력의 영향으로 밑으로 내려가 숨길이 좁아지면서 호흡이 멈추게 된다. 호흡이 멈춰 산소가 부족해지면 뇌가 이를 알아채고 뇌줄기를 깨워 다시 숨을 쉬게 하므로 “푸” 하고 참았던 숨을 내쉬게 된다. 즉 잠자는 동안 무호흡과 각성이 반복된다. 깨어 있으면서 숨을 잘 쉬는 경우 혈중 산소포화도는 90% 이상이나, 무호흡증 환자에서는 40∼6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깊이 잠들지 못하고 얕은 잠만 자게 되므로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고 머리가 띵하고 낮에도 졸리고 피곤하다.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증상이 있는 경우 선천성 중심성 저호흡 증후군(congenital central hypoventilation syndrome)이라고 부르는데, 이 병에는 ‘온딘의 저주(Ondin’s curse)’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유럽의 전설에 따르면 온딘(운디네)은 물에 사는 여자 님프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그 이유는 이들이 오래 살기는 하지만 영혼이 없으므로 환생하거나 영생을 누리지 못하고 죽으면 거품으로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온딘은 사람이 돼 결혼했을 때 부부가 잘 살면 문제가 없지만, 남자가 배신하는 경우 물거품이 돼버리고 마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배신당한 온딘은 물거품으로 사라지며 배신한 남자를 이렇게 저주했다. “굳건한 사랑의 맹세를 저버린 자여,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나와 함께 숨을 쉬겠다는 맹세를 잊은 자여, 그대는 이제 다시는 매일 아침 나와 함께 숨을 쉴 수 없으리라. 잠들게 되면 당신은 숨 쉬는 것을 잊을 것이요, 다시는 깨어날 수 없으리라.” 저주받은 남자는 잠을 자다가 죽거나, 죽기 싫으면 숨 쉬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잠을 자지 말아야 했다.

수면무호흡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비만하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잠들기 전 4시간 이내에는 금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금연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침대의 머리와 상체 부분을 10㎝ 정도 높게 해주며, 높지 않은 베개를 사용한다.

병사가 온딘의 저주 증상을 보이는 경우,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는 수가 많으므로 전우들이 알려주어 군의관을 만나보게 조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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