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조성준 기고] '강한 용사', '건강한 시민' 육성을 위한 병영생활 개선 제안

입력 2021. 10. 29   09:45
업데이트 2021. 10. 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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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FND홀딩스 대표이사·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조성준 FND홀딩스 대표이사·국방부 정책자문위원

군을 소재로 한 드라마 ‘D.P’와 부실급식 문제 등으로 인해 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군복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평가 역시 예전과 비교하여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인생의 황금기에 국민을 위해 봉사하며 사회원리를 익히고 시민 정신을 함양하기에 긍지와 자부심으로 충만해야 할 군복무가 아직은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큰 관심과 군의 노력으로 우리의 병영도 계속 변화되고는 있지만 군 외부의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군의 변화를 무색하게 한다. 그러므로 ‘국민과 함께 하는 강한 국방’ 구현, ‘강한 용사’와 ‘건강한 시민’ 육성을 위해서는 병영생활의 혁신적 개선이 필요하며, 특히 MZ 세대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승수효과를 낼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사회와 소통하는 병영생활
과거 군복무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사회와의 단절, 사회로부터의 고립이 가장 두렵고 견디기 힘든 감정이었을 것이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지 몰라도 복무 당시에는 누구도 쉽게 이겨낼 수 없는 것이 바로 단절감이다. 필자는 병영생활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핵심이며 근본 해결책이 바로 병사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 있으며,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휴대폰 사용의 확대이다. 2020년 7월부터 전면 시행된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은 병사들에게 있어 사회와의 단절감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부대원 간의 소통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각종 사건사고도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운영결과를 바탕으로 보안이나 본연의 임무 수행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확대해 나간다면 병사들의 단절감과 고립감을 충분히 해소시키고 현재의 임무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평일 일과 후와 휴일의 외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병사들은 외출을 통해 병영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동료들과의 건전한 교류를 통해 돈독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또 병사 외출 확대는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부대(장병)와 지역주민들 간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다만, 지휘권을 벗어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는 해당 병사 개인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명백한 개인의 책임을 지휘관에게 묻는 것은 ‘지휘책임’의 지나친 해석이며 그 결과는 결국 병사들의 기본권 제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력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대학을 휴학한 병사들에게는 비대면 강의를 통해 소정의 학점을 취득하면 학기를 이수한 것으로 인정하고, 대학생이 아닌 병사들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마련해 준다면 복무 중에도 장래를 위한 자기개발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개인의 전공, 자격증, 사회경력 등을 고려하여 보직을 부여한다면 입대 전 하던 일 - 군 생활 - 전역 후 진로가 서로 연계되므로 군복무가 경력단절이 아니라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병사가 선호하는 의식주 선택권 부여로 만족도 상향
생존권의 기본요소인 의식주는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다. 그러나 병사들은 국가방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병영생활을 하고 있기에 의식주를 개인의 선호를 완전히 반영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질을 높이고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면 개인이 느끼는 만족도는 분명 차이가 날 것이다.

장병만족도와 직결되는 피복류는 일반 상용품 수준으로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수의계약 비중은 점차 줄여나가고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군 피복 조달에 참여할 수 있다면 업체 간 경쟁을 통해 피복류에 대한 장병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부실급식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부실급식의 원인은 공급자 위주의 조달체계, 낮은 급식비 단가, 조리인력의 부족 및 낙후된 조리환경, 지휘관들의 급양감독 소홀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결부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다 근본적이며 구조적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MZ세대 장병들의 달라진 니즈와 국민적 눈높이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장병들의 선호와 건강이 반영되는 선(先) 식단편성·후(後) 식재료 경쟁조달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공급자가 참여하는 급식조달시스템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장병 요구가 반영되는 자율적인 식단편성과 급양관리 강화를 위해 영양사와 급양관리관을 확대 편성하고, 급식의 맛과 질 향상을 위해 부족한 조리병과 민간조리원을 확충하고, 조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급식 수준 향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병들의 급식비 단가를 학교급식 수준 이상으로 지속 인상함으로써 장병들의 전투력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병사식당에 대한 민간위탁도 확대함으로써 민간의 효율적이고 전문화된 급식시스템을 도입하여 보다 양질의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 지휘관과 간부들이 ‘장병 급식이 곧 전투력이다’라는 인식 하에 장병 급식에 관심과 정성을 더 기울이고, 장병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반영함으로써 상호 소통하는 군 급식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생활관 개선도 요구된다. MZ세대는 태어나면서 혼자만의 방에서 생활하였다. 그런데 병영생활에서는 사적인 생활공간이 거의 없고, 항상 누군가의 통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록 ‘병영생활’을 하고 있지만 숙소(생활관)만큼은 수용 공간이 아닌 휴식 공간, 일과 후에 대비태세를 유지하되 취미·여가, 학습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마련될 병사 생활관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병사들의 신체적·정서적 요구수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면적과 구조로 조성돼야 한다.

MZ세대의 취향에 부합하는 병영 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취사식당의 경우 인테리어 개선, 이벤트홀 확대 등을 통해 단순히 식사를 하는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쾌적하고 안락한 문화·휴식공간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장병 체력단련, 여가활동 보장을 위해 실내체육관도 지속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한 전투력 창출을 위한 교육훈련 여건 조성
군은 국가방위의 최후의 보루로서, 평소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강인한 전투력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각종 민원 등으로 인해, 사격훈련을 비롯한 야외 기동훈련의 여건은 날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병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기동훈련장 확보가 필요하다. 소음차단과 사고예방을 위한 충분한 완충구역을 포함하여 훈련장을 조성한다면 훈련장 주변 지역주민들의 민원 없이 장병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어 훈련의 실전성과 그 효과가 더욱 향상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장소의 제약 없이 훈련할 수 있는 과학화교육훈련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 등을 교육훈련에 도입하여 MZ세대의 특성에 맞는 훈련 기법을 개발하면, 훈련장 여건도 해소하고 장병들의 흥미도 유발할 수 있다. 개인 훈련, 소부대 훈련은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다양한 훈련이 가능하다. 나아가 병사는 개인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에게 부족한 훈련 기량을 반복적으로 숙달할 수 있다.

아울러 장병들이 실전적 교육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행정·시설관리 등의 업무는 민간인력 고용 또는 외부업체 위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병영부조리 근절
군은 계급과 서열에 의한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사회다. 그리고 군사보안 등의 이유로 일반사회와 접촉이 차단되는 폐쇄성이 강한 사회이다. 이러한 군의 특성은 전투력 보존의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악습이 만들어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병영 악습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군에서 병사를 대하는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병사도 간부와 같이 국가방위라는 공동의 목표를 수행하는 사람이며, 민주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병사를 병영 운영의 당당한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공군에서 운영 중인 대표병사 제도를 전군으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병사를 중심으로 병사들이 자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양한 제도개선 의견을 조직 내에서 자유롭게 제기하게 되면 악습의 차단은 물론 자율과 책임이 조화된 병영문화 형성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병사들이 제도권 내에서 병영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전문 상담관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군에는 연대급에 병영생활전문상담관, 군단급에 성고충전문상담관을 배치하고, 국방 헬프콜(전화상담)을 운영하는 등 장병들의 병영생활 고충에 대하여 상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관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현재 군단급에 1명 수준으로 배치되어 있는 성고충전문상담관의 경우 일선 장병이 상담을 원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상담수요에 맞게 충분한 증원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병영 부조리 제보 관련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장병들은 비공식적으로 병영 부조리를 시민단체에 제보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폭로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폭로는 병영실태를 왜곡·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하락시키고 장병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앞으로는 신고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면서도 고충이 법과 원칙에 따라 효과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국방부와 각 군의 고충처리체계를 정비하고, 적극적으로 장병의 고충을 해소하는 것이 병영 혁신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될 수 있도록 교육도 정례화해야 할 것이다.

▲군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미국(미국민)은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정신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지만 나라를 위한 희생에 대해서는 예우가 철저하다.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NOLB, No One Left Behind)‘는 미군의 철칙에 따라, 작전 수행 중 전우를 귀환시키지 못하면 언젠가는 유해라도 봉환하며, 전사자의 유해봉환을 접하는 모든 국민은 언제 어디에서건 그 ’영웅‘에게 최고의 예를 표한다. 그런가 하면 평소에도 공항을 이용하는 군인들에게 임산부 및 장애인과 더불어 가장 먼저 탑승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를 위한 봉사에 감사와 경의를 보내고 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희생과 헌신을 감내하는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여 미국을 굳건히 지키는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유해를 봉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봉오동 전투’로 유명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78년 만에 고국으로 모셨으며, 9월에는 6·25전쟁에서 전사한 국군의 유해 68구를 대통령이 직접 하와이로 가서 모셔 오기도 했다. 많은 국민들이 순국 영웅들의 유해 봉환에 감격해 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되었다. 필자 역시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가슴 벅찬 감격을 느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엔 이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평소에도 국민들이 지금과 똑같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군대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긍지‘이다.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자긍심은 국가와 국민이 군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해 줄 때 비로소 형성된다. 우리도 이제는 국군 장병에게 감사와 존경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이 언제 어디에서든 병사들을 만나면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다”, “군 복무에 수고 많다”는 따뜻한 격려의 인사를 전한다면, 그 말은 아마도 병사의 기억에 영원히 남고 나아가 대한강군의 초석에 새겨질 것이라 확신한다. 바로 지금부터 우리 모든 국민이 실천해 주시길 필자는 간절히 소망한다.

젊은 시절 국가를 위한 헌신은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야 한다. 군 복무 기간이 사회와 단절된 채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군 복무를 통해 국가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터득하며, 본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병사를 단순히 국가방위를 위한 ’소모성 수단‘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군 전투력의 핵심이자 주체적인 ’소중한 존재‘ 그리고 미래 대한민국의 핵심 인재로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병사는 국가방위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헌신하는, 따라서 우리가 존경해야 할 대상이다.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그들이 군 복무 중에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는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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