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명 선발 9년간 갈고닦아
전투현장서 무기 연구하고 개발
로켓 요격시스템 등 속속 선보여
진나라 백기가 조나라 한단 포위하자
평원군 식객 모수의 세 치 혀로
초나라 설득 군사동맹 이끌어내
이스라엘군은 욤키푸르 전쟁 초기 패배를 거울 삼아 ‘탈피오트 눈빛처럼 생각하는 군대’로 탈바꿈했다. ‘Israel’s edge’는 칼날 같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말한다. 필자 제공 (일러스트 한가영)
2011년 실전 배치된 이스라엘의 미사일 요격시스템 아이언돔도 최고의 국방 과학 인재 탈피오트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사진은 아이언돔이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쟁 패러다임은 몸보다 머리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이스라엘은 욤키푸르 전쟁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탈피오트(Talpiot·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 송곳 만들기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국방 인재 양성이었다. 이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므로 ‘낭중지추’라 한다.
세 치 혀가 백만 대군보다 강한 모수
기원전 257년 진나라 백기가 조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했다. 조나라는 3년 전 장평대전에서 40만 명이 살육당한 참패로 국력은 쇠약했다. 조나라 효성왕은 초나라에 특사단을 보내 군사원조를 청하도록 했다. 특사단장은 평원군 조성이었다. 그는 식객 3000명 중에서 힘·용기·무예를 두루 갖춘 스무 명을 편성하려 했다. 그런데 자격을 갖춘 자는 19명뿐이고 1명이 부족했다.
이때 모수(毛遂)라는 키가 작고 외모가 볼품없는 이가 자기 자신을 추천했다. 평원군은 “대체로 현명한 선비가 세상에 있는 것은(夫賢士之處世也·부현사지처세야) 비유하자면 주머니 안 송곳과 같아서 그 끝이 금방 드러난다(譬若 錐之處囊中 其末立見·비약 추지처낭중 기말입현)”고 했다. 즉 모수가 빈객으로 3년 동안 있었으나 주위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알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현명한 선비를 ‘주머니 안 송곳’이라 했다. 『사기』의 ‘평원군·우경 열전’에 나온다.
평원군은 모수가 “만일 당신이 저를 좀 더 일찍이 주머니 속에 있게 했더라면 송곳 자루까지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의 비범함을 느꼈다. 평원군은 모수를 포함한 외교특사단 20명과 초나라로 갔다. 초나라 고열왕은 조나라 지원을 주저했다. 모수는 조나라와 합종 필요성을 설득해 군사동맹을 맺었다. 평원군은 모수의 이런 공로를 “모수의 세 치 혀는 군사 백만 명보다 강했다(三寸之舌 彊於百萬·삼촌지설 강어백만)”고 칭찬했다.
처절한 패배 반성하고 슈퍼 인재 양성
이스라엘은 1% 리더가 나라를 살린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이스라엘 최고 국방 인재 1200명은 아랍군 100만 명을 상대했다. 1967년 ‘6일 전쟁’ 대승리 이후 1973년 10월 6일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시리아로부터 완벽한 기습 공격을 당해 패배했다. 이를 계기로 히브리 대학 샤울 야치프 교수는 펠릭스 도싼과 함께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국방 인재를 키워 무너진 자존심을 찾기 위함이었다. 근육 힘보다 생각 에너지 창출이 초점이었다. 20대 초반 인재들의 명석하고 창의적인 두뇌 활용을 극대화해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으려 했다. 이 혁신적 제안이 정책으로 실행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1977년 라파엘 에이탄 참모총장은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이스라엘 청년들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주는 비결로 믿었다.
1979년 봄 1기생 25명이 선발됐다. 고등학교에서 과학 분야 능력이 우수한 최고 엘리트였다. 3년 전문 교육과 6년 국방기술 연구부대 복무까지 9년의 인재육성 대장정이 펼쳐졌다. 현재는 매년 50명을 양성한다.
전장에서 빛을 발한 최고 중 최고 군인
탈피오트들은 전투 현장에서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했다. 1982년 레바논 내전 때 탱크 로켓 추격 장치를 만들어 승무원 생존을 보장했다. 이스라엘군 무기 혁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2011년 실전 배치된 미사일 요격시스템(Iron Dome·철갑 지붕)도 이들 머릿속에서 나왔다.
해·공군도 전자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함정과 항공기는 적 미사일 공격을 전파 교란으로 막아냈다. 공격 능력 개발도 당연했다. 군사 위성으로 곳곳을 샅샅이 들여다보며 안보 위협 요소를 찾아냈다. 탈피오트 능력은 사이버전에서도 거침없었다. 이스라엘 8200부대는 시리아 원자로를 파괴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했다. 나탄즈와 포르도 핵시설이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 공격에 무너졌다.
이스라엘은 서울 인구보다 적고 전라도 면적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천연자원 빈곤을 인적 자원 키움으로 극복했다.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로 만들었다. 탈피오트들의 아이디어로 세계 최첨단 군사기술인 로봇 전투원, 무인 지상 전투차량·전투기, 드론 전투기가 개발되고 있다. 이들의 거대한 도전은 실패를 용인하므로 어떤 역경도 주저하지 않는다.
국방 분야에서 닦은 능력을 산업발전에도 발휘하고 있다. 오늘날 군사과학 기술은 빛의 속도로 변한다. 더 나은 상태 개선(Better)보다 최고(Best)를 향한 혁신이 요구된다. 주머니 안 송곳 같은 국방 인재의 거침없는 두뇌 질주가 미래 전장을 지배한다. 인재가 국력이다.
필자 오홍국 국제정치학박사는 역사안보·전략전술 등 다양한 분야 집필과 기고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손자와 클라우제비츠에게 길을 묻다』 『간접접근코드』 등이 있다.
매년 50명 선발 9년간 갈고닦아
전투현장서 무기 연구하고 개발
로켓 요격시스템 등 속속 선보여
진나라 백기가 조나라 한단 포위하자
평원군 식객 모수의 세 치 혀로
초나라 설득 군사동맹 이끌어내
이스라엘군은 욤키푸르 전쟁 초기 패배를 거울 삼아 ‘탈피오트 눈빛처럼 생각하는 군대’로 탈바꿈했다. ‘Israel’s edge’는 칼날 같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말한다. 필자 제공 (일러스트 한가영)
2011년 실전 배치된 이스라엘의 미사일 요격시스템 아이언돔도 최고의 국방 과학 인재 탈피오트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사진은 아이언돔이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쟁 패러다임은 몸보다 머리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이스라엘은 욤키푸르 전쟁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탈피오트(Talpiot·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 송곳 만들기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국방 인재 양성이었다. 이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므로 ‘낭중지추’라 한다.
세 치 혀가 백만 대군보다 강한 모수
기원전 257년 진나라 백기가 조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했다. 조나라는 3년 전 장평대전에서 40만 명이 살육당한 참패로 국력은 쇠약했다. 조나라 효성왕은 초나라에 특사단을 보내 군사원조를 청하도록 했다. 특사단장은 평원군 조성이었다. 그는 식객 3000명 중에서 힘·용기·무예를 두루 갖춘 스무 명을 편성하려 했다. 그런데 자격을 갖춘 자는 19명뿐이고 1명이 부족했다.
이때 모수(毛遂)라는 키가 작고 외모가 볼품없는 이가 자기 자신을 추천했다. 평원군은 “대체로 현명한 선비가 세상에 있는 것은(夫賢士之處世也·부현사지처세야) 비유하자면 주머니 안 송곳과 같아서 그 끝이 금방 드러난다(譬若 錐之處囊中 其末立見·비약 추지처낭중 기말입현)”고 했다. 즉 모수가 빈객으로 3년 동안 있었으나 주위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알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현명한 선비를 ‘주머니 안 송곳’이라 했다. 『사기』의 ‘평원군·우경 열전’에 나온다.
평원군은 모수가 “만일 당신이 저를 좀 더 일찍이 주머니 속에 있게 했더라면 송곳 자루까지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의 비범함을 느꼈다. 평원군은 모수를 포함한 외교특사단 20명과 초나라로 갔다. 초나라 고열왕은 조나라 지원을 주저했다. 모수는 조나라와 합종 필요성을 설득해 군사동맹을 맺었다. 평원군은 모수의 이런 공로를 “모수의 세 치 혀는 군사 백만 명보다 강했다(三寸之舌 彊於百萬·삼촌지설 강어백만)”고 칭찬했다.
처절한 패배 반성하고 슈퍼 인재 양성
이스라엘은 1% 리더가 나라를 살린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이스라엘 최고 국방 인재 1200명은 아랍군 100만 명을 상대했다. 1967년 ‘6일 전쟁’ 대승리 이후 1973년 10월 6일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시리아로부터 완벽한 기습 공격을 당해 패배했다. 이를 계기로 히브리 대학 샤울 야치프 교수는 펠릭스 도싼과 함께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국방 인재를 키워 무너진 자존심을 찾기 위함이었다. 근육 힘보다 생각 에너지 창출이 초점이었다. 20대 초반 인재들의 명석하고 창의적인 두뇌 활용을 극대화해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으려 했다. 이 혁신적 제안이 정책으로 실행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1977년 라파엘 에이탄 참모총장은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이스라엘 청년들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주는 비결로 믿었다.
1979년 봄 1기생 25명이 선발됐다. 고등학교에서 과학 분야 능력이 우수한 최고 엘리트였다. 3년 전문 교육과 6년 국방기술 연구부대 복무까지 9년의 인재육성 대장정이 펼쳐졌다. 현재는 매년 50명을 양성한다.
전장에서 빛을 발한 최고 중 최고 군인
탈피오트들은 전투 현장에서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했다. 1982년 레바논 내전 때 탱크 로켓 추격 장치를 만들어 승무원 생존을 보장했다. 이스라엘군 무기 혁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2011년 실전 배치된 미사일 요격시스템(Iron Dome·철갑 지붕)도 이들 머릿속에서 나왔다.
해·공군도 전자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함정과 항공기는 적 미사일 공격을 전파 교란으로 막아냈다. 공격 능력 개발도 당연했다. 군사 위성으로 곳곳을 샅샅이 들여다보며 안보 위협 요소를 찾아냈다. 탈피오트 능력은 사이버전에서도 거침없었다. 이스라엘 8200부대는 시리아 원자로를 파괴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했다. 나탄즈와 포르도 핵시설이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 공격에 무너졌다.
이스라엘은 서울 인구보다 적고 전라도 면적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천연자원 빈곤을 인적 자원 키움으로 극복했다.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로 만들었다. 탈피오트들의 아이디어로 세계 최첨단 군사기술인 로봇 전투원, 무인 지상 전투차량·전투기, 드론 전투기가 개발되고 있다. 이들의 거대한 도전은 실패를 용인하므로 어떤 역경도 주저하지 않는다.
국방 분야에서 닦은 능력을 산업발전에도 발휘하고 있다. 오늘날 군사과학 기술은 빛의 속도로 변한다. 더 나은 상태 개선(Better)보다 최고(Best)를 향한 혁신이 요구된다. 주머니 안 송곳 같은 국방 인재의 거침없는 두뇌 질주가 미래 전장을 지배한다. 인재가 국력이다.
필자 오홍국 국제정치학박사는 역사안보·전략전술 등 다양한 분야 집필과 기고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손자와 클라우제비츠에게 길을 묻다』 『간접접근코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