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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발성과 울림…뮤지컬은 음색과 연기

입력 2021. 10. 12   16:32
업데이트 2021. 10. 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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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뮤지컬, 무엇이 다른가?

400년 전 탄생한 귀족 문화 ‘오페라’
그리스 연극 모토 벨칸토 발성 추구
성악가 육성·오케스트라 반주 공연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거치며

대중 예술 ‘뮤지컬’ 등장
대사 많고 마이크·전자악기 사용

점점 경계 사라지는 두 장르
새로운 형태 예술 등장 기대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곳이라면 그 사회 공동체의 번영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의식들이 있기 마련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미 기원전 2000년에 크레타 섬이나 미케네 등을 중심으로 봄·가을 풍요와 결실을 감사하는 연중행사와 연극적인 시도가 있었음을 유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극적인 행위는 연극과 음악 그리도 무용 등이 함께 어우러져 종합예술을 이뤘다. 이는 후대에 구전과 음악을 기보하는 기보법의 발달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현재는 녹음 및 영상기술을 통해 엄청난 자료와 예술이 저장·유통되고 있어 최고의 기술들이 가미된 훌륭한 극장 예술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통칭해 음악극 또는 극음악이라 말할 수 있다. 연극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페라는 16세기 말, 르네상스 시대의 여러 음악 양식들이 사라지고, 바로크 음악 양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최초의 공공 오페라 극장이 베네치아에서 생기고, 오페라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무대 장치가 발달하고, 오페라의 형식 면에서도 아리아가 화려해지고 ‘오페라 세리아’가 일반화되었다. 오페라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자, 오페라 극장도 많은 사람의 수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개편된다.

연극의 삼일치(통일성, 개연성, 필연성)에 충실한 오페라를 만들고, 대본은 진실에 가깝게 쓰이기 시작했다. 위대한 대본가 메타스타시오를 통해 ‘시와 음악이 조화’된 오페라가 정착하게 됐다. 18세기 중엽에 들어오면서 비엔나를 기점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선율로 감정 표현을 직설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이후 19세기 독일로 넘어가 오케스트라의 절대적 역할과 진정한 종합예술로 발전한다. 이때 베버와 바그너의 역할이 커지고, 바그너의 음악극이 탄생한다. 17, 18세기 서유럽에서 절대 왕정의 후원 아래 귀족들을 위한, 그들만이 향유하던 예술이 바로 오페라였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많은 돈을 모은 시민들이 새로운 지도층으로 성장하면서 ‘오페라’와 다른 형태의 음악극이 등장하는 씨앗이 잉태된다. 새롭게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시민들은 이전 귀족과는 다른 예술을 원했다. 그런 분위기에 맞춰 등장한 것이 뮤지컬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 영국 축구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뮤지컬도 대중 예술로 자리 잡아 갔다. 이 양식이 미국으로 넘어가 뮤지컬이 탄생하고 발달하게 된다. 뮤지컬은 이러한 서민층의 ‘문화적인 욕구’에 부응하고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적용했다. 소위 말하는 융합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의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에 영국 셰익스피어 연극의 기법, 가면극·발라드 오페라·벌레스크·보드빌 등 쇼(show)적인 요소를 도입해 19세기 말에 희미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페라를 ‘음악극’이라 말한다면 뮤지컬은 ‘음악 연극’이라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오페라도 그리스 연극을 모토로 해서 발달하였지만 벨칸토 발성을 추구하고, 음향 확성기기 없이 육성으로 확성하는 발성을 사용하다 보니, 발성적으로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점이 있다. 오페라가 울림이 중요하다면, 뮤지컬은 음색이 중요하고 연기력이 좋아야 한다.

오페라가 4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뮤지컬은 이제 100년이 겨우 넘었다. 그러나 이제는 두 장르가 혼합되고 보완돼 가고 있다. 두 장르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음향기기의 발달과 문명기기의 발달로 이제는 시 공간을 초월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오페라, 뮤지컬 이후 어떠한 형태가 나타날지 궁금하다. 오페라가 생길 무렵인 400년 전, 시민들이 즐기는 여흥거리 가운데 가장 흔했던 ‘버라이어티(variety)’는 노래와 춤, 코미디, 개그, 만담, 서커스 등이었다. 이후 극장 음악과 공연, 이제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그리고 메타버스(Metaverse)까지 왔다. 예술은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 그리스 연극을 재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오페라’다. 오페라가 귀족화하면서 서민들을 위해 등장한 극음악이 ‘뮤지컬’이 됐다.

이제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노래를 듣고 즐기는 시대가 됐다. 다음에는 어떠한 형태의 예술이 나올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러한 최첨단의 시대에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고 키득거리며 이모티콘 보내는 것도 이미 수천 년 전에 이집트와 중국인들이 상형문자로 대화하던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만택 코리아아르츠그룹 대표 및 벨라비타문화예술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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