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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로 가는 법

입력 2021. 09. 24   15:38
업데이트 2021. 09. 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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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 상 대위(진) 
육군6보병사단 공보정훈부
이 연 상 대위(진) 육군6보병사단 공보정훈부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스마트폰을 켜고 모임 장소에 갔다. 그곳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춤을 추고 하트를 보내며 서로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눴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150여 명 정도가 됐다. 군내 코로나19 거리 두기가 4단계였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터치해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 설명을 듣고 우리는 나란히 서서 각자 원하는 자세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여기는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세계다.

지난달 25일부터 ‘제1회 미래혁신 공보정훈 아이디어 발표 대회’가 진행됐다. 이 대회에는 강원도에서 복무하는 장병,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파병 중인 장병까지 총 23개 팀 34명이 참가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내가 병과 미래를 디자인한다’라는 부제를 가진 대회에서는 주제에 걸맞게 미래 혁신적인 정신전력교육, 문화예술, 홍보·공보 분야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나는 비록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한 달 동안 내가 직접 병과의 미래, 군의 미래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에 가슴 뜨거웠고 행복했다.

대회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서 개최됐다. 대회를 통해 직접 메타버스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메타버스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잘 만들어진 게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거라 생각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 기술이 급부상함에 따라 메타버스도 관련 기술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부캐’를 만들어 전문가 특강, 아이디어 발표, 동영상 시청 콘텐츠를 통해서 참가자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니 정말 ‘다른 세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4차 산업혁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선생님은 이제 더 이상 SF(science fiction)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대한민국 육군은 ‘육군 비전 2030’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일류 육군으로 거듭나고, 시간과 공간을 주도하는 육군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혁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공보정훈병과에서 시도한 메타버스에서의 미래 혁신 발표대회는 제언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전군 최초로 메타버스를 군에 접목했다는 데도 큰 의의가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우리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익숙하다. 하지만 혁명이라는 단어의 뜻은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바꾸는 일’이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재의 세계에서 투쟁하고 나와야 하며, 단순한 변화나 개선 수준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것에서 탈피해 ‘창조적 파괴’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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