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사자성어로 읽는 mil story

전장서도 책 읽은 나폴레옹, 무한 상상력으로 유럽 정복

입력 2021. 09. 17   17:17
업데이트 2021. 09. 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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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현량자고와 독서

刺股懸梁
(매달 현, 대들보 량, 찌를 자, 넓적다리 고)
대들보에 머리카락 매달고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다


손경, 상투 대들보에 매달고 학문 매진
소진, 송곳으로 허벅지 찌르며 병서 탐독
나폴레옹, 수레에 책 싣고 다니며 독서
불안 떨치고 심리적 여유 ‘전략의 원천’

손경은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매달고 학문에 매진했고, 나폴레옹은 포연 속에서 책을 읽어 시대의 영웅이 됐다.  필자 제공(일러스트·한가영)
손경은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매달고 학문에 매진했고, 나폴레옹은 포연 속에서 책을 읽어 시대의 영웅이 됐다. 필자 제공(일러스트·한가영)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秋分)으로 책 읽기 좋은 때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열기가 뜨겁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한 해 동안 선정된 책을 읽고 소통과 공감을 통해 지역사회 앞에 놓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운동이다. 군에서도 진중문고를 통해 분기마다 다양한 장르 책이 보급되고 있다. 고된 훈련 뒤 꿀맛 같은 휴식시간에 책을 펼친다. 고생하며 학문에 정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현량자고’라고 한다.

밤낮으로 학문에 정진
현량자고는 현량과 자고의 합성어다. 중국 한나라 대학자 손경과 전국시대 종횡가(縱橫家·중국 제자백가 중 당시 국제외교상에서 활약한 유세객들)로 명성을 떨친 소진의 고사에서 유래됐다. ‘현량’은 손경의 고사에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한다’라는 뜻의 『몽구(蒙求)』에 실려 있다. ‘현(懸)’은 ‘나무에 머리를 매단 모습’이라는 뜻이다. ‘고을 현’과 ‘마음 심’이 결합한 모습이다. ‘량(梁)’은 ‘물 수’와 ‘비롯할 창’이 ‘나무 목’과 결합했다. ‘대들보’나 ‘교량’이라는 뜻이다. 들보란 두 기둥 사이를 건너지르는 나무다리다.

손경은 공부할 때 사람들이 찾아오지 못하도록 했다. 문을 잠근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문에 몰두했다. 그는 책을 읽을 때 졸음이 오면 상투를 새끼줄에 감아 대들보에 매달았다. 잠이 와서 고개를 떨구면 노끈이 팽팽해지면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 통증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공부를 계속했다. 이런 노력으로 나중에 대유학자 반열에 올랐다.

‘자고’는 소진의 고사에서 유래됐다. 『전국책』의 ‘진책’ 편에 ‘독서욕수 인추자기고 혈류지족(讀書欲睡 引錐刺其股 血流至足)’이라고 실려 있다. ‘자(刺)’는 ‘가시 자’와 ‘칼 도’가 합쳐졌다. ‘고(股)’는 ‘달 월’과 ‘둥그런 몽둥이 수’로 이뤄졌다. 그는 진나라 혜문왕에게 연횡책을 건의했으나 퇴짜 맞았다. 부족함을 메꾸려 1년 동안 병서를 탐독했다. 이때 잠이 오면 송곳으로 넓적다리를 찔러 피가 발까지 흘러내릴 정도로 책을 열심히 읽었다. 나중에 6국이 진나라에 맞서는 외교안보전략 합종책을 수립했다.

나폴레옹, 수레에 책을 싣고 전투
나폴레옹은 코르시카섬에서 태어나 유럽을 정복하고 황제 자리까지 올랐다. 그의 독서열은 프랑스 왕립 군사학교 친구들로부터 비롯됐다. 출신과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촌뜨기, 너절한 촌놈’으로 불리며 따돌림을 당했다. 그는 책 속에서 알렉산더 대왕과 한니발 등 영웅과 대화하며 자신의 미래를 투영했다. 비로소 10살 때 읽은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주인공이 됐다. 여기에는 그리스와 로마 정치가 46명이 한 명씩 짝지어 서로 대비돼 있다.

나폴레옹의 두뇌는 ‘잘 정리된 서랍 같은 두뇌’라고 한다. 많은 책을 읽고 나면 분야별 메모를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프랑스와 유럽의 넓은 공간을 정복해 나갔다. 수많은 전투를 앞두고 책을 한 마차씩 실었다. 이집트 원정 4주 동안 1000권 책을 싣고 떠났다. 그는 전투 중 막사에서도 틈이 나거나 말을 타고 이동할 때도 책을 읽었다.

싸울 때마다 이겼던 전술은 간단했다. ‘먼저 중앙에서 대포를 쏘고 상대방을 교란한 다음 양쪽 측면에서 기병들이 기습하는 것’이었다. 이 전술은 콜럼버스 달걀처럼 알고 보면 간단했으나 이전까지 누구도 시행하지 않았었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이것은 불안과 초조를 떨쳐버리는 심리적 여유를 준 방법이었다. 책은 그에게 전략의 원천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올 때 모두가 떠났으나 책만이 그의 곁을 지켰다.

매티스, 전투 배낭 속에 책 휴대
현대전을 잘 이해하고 승리했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애독가였다. ‘수도승 전사(warrior monk)’라고 불렸다. 해병대 병사에서 4성 장군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우선했고 7000권 도서를 독파한 독서광이기도 했다. 더구나 손자병법을 암기할 정도로 전략과 전술에 능통했다. 그가 추천한 단 한 권의 책은 2세기 중엽 로마제국을 통치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다. 매티스는 이 책을 “전투 중에도 읽으려고 배낭에 넣고 다녔다”고 했다. 나폴레옹처럼 전쟁 중에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매티스가 남긴 어록 중에서 해병대1사단장 시절에 장병들에게 강조했던 “무기를 사용하기 전에 두뇌를 사용하라(Engage your brain before you engage your weapon)”는 독서를 권장하는 말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통해 현대전 특성을 이해했다. 그리고 관찰 결과를 집약해 오늘날 널리 인용되는 ‘복합전(hybrid wars)’이라는 용어를 2005년 발표한 논문 ‘미래전쟁(Future Warfare: The Rise of Hybrid Wars)’에서 처음 사용했다. 여기에는 첨단과학기술 발전이 보내는 경고가 모두 담겼다. 로봇이 지배하는 사이버·에너지·드론전쟁을 망라한다.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거나 개천에서 용이 나는 비결은 독서와 노력이다. 손경과 소진의 학습은 조선 선비들의 과거 시험 공부법이기도 했다. 현대에도 이런 노력으로 뜻을 이룬 위인들이 많다. ‘병영독서로 내 인생 바꾸기’ 페이지를 넘기며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자.

오홍국 국제정치학 박사
오홍국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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