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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음악을 붙여볼까? 그렇게 오페라는 시작됐다

입력 2021. 09. 14   16:38
업데이트 2021. 09. 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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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우연한 것은 없다 - 오페라 

이탈리아 피렌체의 예술가 모임
시인 리누치니·작곡가 페리 등 활동
고대 그리스 연극 멜로디 붙여 재해석
초기 음악연극, 오페라 기원 추정

1600년경作 페리의 ‘에우리디케’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전해져
바로크시대 겪으며 오페라도 발전

오케스트라 추가 종합공연예술로…



모든 사물과 사상은 태생의 비밀이 있다. 어떤 이유에선가 생기게 되고 그 이후에 발전하고 그리고 쇠퇴기를 맞는다. 사상과 장르가 발생할 때 한 포인트 ‘유레카’의 시기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달리 이야기하면 갑자기 한 번에 뜻하지 않은 발견을 하기도 하고, 예전의 것을 연구하다 보면 그곳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기도 한다.

오페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오페라 또한 옛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다시 발견되고 발전한 형태의 예술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이위사의(可以僞師矣)’란 말이 있다. ‘이미 배운 내용을 잘 익히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알아간다면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자세가 가르치는 사람의 기본이라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 피렌체에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 음악을 붙여서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며 공부하는 모임이 있었다. 바로 카메라타(Florentine Camerata)다. 우리말로 하면 ‘동료들’이란 의미다. 당시 피렌체 바르디(Bardi)가의 장소 후원과 경제적 후원을 통해 시인, 학자, 미술가,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서 연구했다. 참여자들은 천문학자인 갈릴레이의 아버지 V.갈릴레이, 시인인 리누치니, 작곡가 페리, 카발리에리, 카치니 등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했던 것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재현이었다. 그들은 음악보다 말을 중시했다. 말과 멜로디의 완전일치를 꿈꾸고, 말을 올바르고 자연스러운 억양으로 노래 부르려 했다. 이를 위해 단선율의 독창양식인 ‘모노디’를 주로 사용했다. 조용하게 읊조리는 ‘정가’나 느리게 부르는 ‘랩’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카메라타의 일원들은 그리스 드라마의 ‘코러스(chorus·그리스 드라마의 노래 부분)’ 파트를 맡았고 모든 역할의 대본까지도 그대로 사용했을 것이다. 오페라는 이러한 상황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이해됐다. 그들은 너무 오락적이고 통일성 없던 기존의 종합공연예술을 지양하고, 통일성을 가진 종합공연예술을 꿈꿨다.

이렇게 탄생한 예술이 ‘오페라’다. 오페라(opera)는 이탈리아어로 ‘작품’이라는 뜻으로, 같은 의미의 라틴어 ‘opus’에서 나왔다. 초기에는 음악극이라기보다 음악연극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 듯싶다. 이 때문에 연극을 오페라의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오페라의 첫 작품으론 1597경의 야코포 페리(Jacopo Peri)의 작품인 다프네(Dafne)가 언급된다. 하지만 ‘다프네’는 소실됐고 야코포 페리가 1600년경에 작곡한 ‘에우리디케’가 현재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1600~1750년은 바로크 시대였다. 바로크 시대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표현처럼 르네상스 시대의 규칙적이고 균형이 잡혀 있으며 대칭 구조를 가졌던 것에서 벗어나 뭔가 틀어버리고, 예상하지 못하는 톡톡 튀는 것을 꿈꿨던 기간이다. 이 기간 오페라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처음 ‘모노디’ 읊조리며 이야기하듯 하던 것이 멜로디가 붙고, 아리아(독창-독백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 합창이 포함되고 발레가 접목됐다. 또한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반주가 추가되며 진정한 종합공연예술로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어떠한 것도 영원할 수 없다. 현대는 오페라 대신 목소리의 크기보다 음색과 연극적 요소를 중요시하는 뮤지컬에 옛 영광을 내줬다. 뮤지컬은 전기의 발견과 전자기기의 발전에 따라 우렁찬 성량보다 음색과 디테일한 연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성악가보다 이름이 있고 유명한 가수나 배우를 찾아 흥행을 노리는 예술이 됐다. 오페라에서는 가수 또는 성악가라 하고, 뮤지컬에서는 배우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페라 가수는 성악과, 뮤지컬 배우는 연기과 출신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은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들도 많다.

오페라는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때 시대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예전과 같은 영화를 누리진 못한다. 그렇다고 해도 한물간 ‘퇴물’로 간주되는 수준은 아니다. 다시 ‘온고이지신’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새로운 것이라 생각하는 것, 또 나만이 찾아낸 것이라 말하는 것도 예전에 우리 선조들이 다 생각했던 것일 것이다. 최첨단 기술의 산물인 ‘메타버스(가상현실)’도 갑자기 세상에 나타나진 않았다.

과거의 지식을 기반으로 발전을 더해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었다. 겸손한 마음으로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면 진짜 선조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분도 선조의 마음을 한 번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만택 코리아아르츠그룹 대표 및 벨라비타문화예술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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