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립보건원, 2018년 홍보 영상
‘건강한 삶’ 위한 국민 인식 환기
한국도 지난해 시범사업 시작
인지도 낮고 자발적 참여자 저조
사회적 공감대 확산 적극 나서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 홍보 영상 ‘우리 모두(All of Us)’ 편(2018). 필자 제공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우리 몸의 유전체 정보도 다르다. 사진만 보고 사람을 특정할 수 있듯이 저장된 개인의 유전체 정보로 누군지 식별할 수 있다면 응급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회 변화 추이를 예측하는 작업도 필요하지만,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를 더 정밀하게 진료할 수 있다면 이는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는가. 한국인 신체에 대한 임상정보와 유전정보가 담긴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미래의 정밀의료를 더 구체적으로 실현할 길이 열린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사업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을 알리려고 만든 홍보 영상 ‘우리 모두(All of Us)’ 편(2018)을 보자. 말을 탄 두 사람이 산길을 오르는 신비스러운 장면에서 영상이 시작된다. 농구 하는 장면으로 바뀌고 “하나의 나라” “하나의 사람들” 같은 자막이 나오는가 싶더니, 짧은 스틸 컷 속에 여러 사람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한쪽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여성, 힘을 모아 목조주택을 짓는 사람들, 사고 현장에서 아이를 구해낸 소방관, 음악을 즐기는 청년 등 출연자 모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 사이사이에 다음 카피가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 하나의 사람입니다. 우리 안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우리는 함께 모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우리에게 무한한 이타적 역량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함께 하면 우리는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것은 데이터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인생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것은 통찰력과 의료 연구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비전과 명예, 그리고 연민입니다. 미국인의 혈관을 통해 흐르는 것은 바로 미국의 다양성입니다.”
영상의 후반부에 가서도 짧은 스틸 컷으로 사람을 부각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인자한 표정의 할아버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피어싱 한 젊은 여성, 늠름하고 용감한 군인,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기, 미소 짓는 젊은 여성,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들, 야외로 놀러 나간 대학생들, 도심에서 어울리는 젊은 남녀들, 손녀를 안고 있는 할머니가 차례로 등장한다. 이 장면들이 찰칵찰칵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 호소력 있는 카피가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다음의 위대한 돌파구는 우리 모두에게서 발견될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들은 여러 수수께끼를 풀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질병을 퇴치할 것입니다. 백만 명의 국민께 먼저 앞장서서 역사의 이정표를 세워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미국이 언제나 해오던 그것, 다시 말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국 국민이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 하나의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다르며….”
여기까지는 내레이션만 나오다가 영상을 마무리하며 내레이션과 자막이 동시에 나온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다음 세대에 대한 응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에 ‘우리 모두’ 연구 프로그램의 로고가 나오며 홍보 영상이 끝난다.
홍보 영상에서는 우리 몸의 유전체 정보를 단순한 데이터 이상이며 인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유전체 정보는 통찰력과 의료 연구 이상의 그 무엇이며, 비전과 명예와 연민도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미국의 ‘우리 모두’ 연구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내 환자들을 치료하고, 질병을 퇴치하는 데 필요한 미래 정밀의료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체가 다른 100만 명이 역사적 대열에 동참한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정밀의료의 초석을 굳건히 다지는 일에 앞장서는 것과 같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2012년부터 정밀의료체계를 선도해왔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란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 환경 요인, 생활 습관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다음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다. 맞춤 의료가 한 단계 더 발전해 정밀의료가 됐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라이프스타일, 가족력 같은 환자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제를 적정 시간에 적정 용량만 투여하기 때문에 정밀의료는 환자별 최적화 치료법이자 보건의료의 나아갈 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6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시범 사업이 시작된 이후 2021년 9월 현재 모두 7140명이 이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2021년 말까지 희귀 질환자와 그 가족을 포함한 1만5000명의 자발적 참여자를 확보하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 추세로 봐서는 사업에 대한 국민 인지도나 관심도가 낮아 사업 목표에 미달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의 제4회 과학기술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추진계획’을 의결하고 100만 명 정도의 임상 및 유전체 정보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사업에 대한 인지도나 국민 관심도는 여전히 낮다. 자발적 참여자의 비율이 낮은 데는 자기 유전체 정보의 제공을 꺼리는 국민의 심리적 불편감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지금까지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은 점도 중요한 영향 요인이다.
이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알리는 홍보 활동은 임박한 당면 과제다. 미국의 ‘우리 모두(All of Us)’ 연구 프로그램에 비견할 만한 한국판 사업 브랜드 이름을 누구나 알기 쉬운 용어로 확정해야 한다. 예컨대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너무 거창하고 무거운 느낌이니, 이 사업이 국민에게 최종적으로 제공할 혜택이나 가치를 강조해 ‘해피 바이오 헬스’라는 사업 브랜드 이름을 쓸 수도 있겠다.
본인 동의 기반, 가치 환원, 민간 활용 활성화, 사회적 공감대라는 원칙에 따라 브랜드 슬로건도 개발해야 한다. 브랜드 이름과 연계해 “해피 바이오 헬스 투 유(Happy bio health to you)” 같은 슬로건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영어지만 온 국민이 아는 생일 축하 노래에서 단어만 살짝 바꿨으니 일상어와 같다. 사업 브랜드 이름과 슬로건을 확정하고 홍보 활동을 전개한다면 인지도나 관심도가 올라가고 자발적 참여자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 그리고 지금, 모두가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정밀의료를 정착시키는 밑절미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 김병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광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PR학회장, 한국광고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美 국립보건원, 2018년 홍보 영상
‘건강한 삶’ 위한 국민 인식 환기
한국도 지난해 시범사업 시작
인지도 낮고 자발적 참여자 저조
사회적 공감대 확산 적극 나서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 홍보 영상 ‘우리 모두(All of Us)’ 편(2018). 필자 제공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우리 몸의 유전체 정보도 다르다. 사진만 보고 사람을 특정할 수 있듯이 저장된 개인의 유전체 정보로 누군지 식별할 수 있다면 응급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회 변화 추이를 예측하는 작업도 필요하지만,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를 더 정밀하게 진료할 수 있다면 이는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는가. 한국인 신체에 대한 임상정보와 유전정보가 담긴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미래의 정밀의료를 더 구체적으로 실현할 길이 열린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사업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을 알리려고 만든 홍보 영상 ‘우리 모두(All of Us)’ 편(2018)을 보자. 말을 탄 두 사람이 산길을 오르는 신비스러운 장면에서 영상이 시작된다. 농구 하는 장면으로 바뀌고 “하나의 나라” “하나의 사람들” 같은 자막이 나오는가 싶더니, 짧은 스틸 컷 속에 여러 사람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한쪽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여성, 힘을 모아 목조주택을 짓는 사람들, 사고 현장에서 아이를 구해낸 소방관, 음악을 즐기는 청년 등 출연자 모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 사이사이에 다음 카피가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 하나의 사람입니다. 우리 안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우리는 함께 모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우리에게 무한한 이타적 역량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함께 하면 우리는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것은 데이터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인생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것은 통찰력과 의료 연구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비전과 명예, 그리고 연민입니다. 미국인의 혈관을 통해 흐르는 것은 바로 미국의 다양성입니다.”
영상의 후반부에 가서도 짧은 스틸 컷으로 사람을 부각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인자한 표정의 할아버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피어싱 한 젊은 여성, 늠름하고 용감한 군인,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기, 미소 짓는 젊은 여성,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들, 야외로 놀러 나간 대학생들, 도심에서 어울리는 젊은 남녀들, 손녀를 안고 있는 할머니가 차례로 등장한다. 이 장면들이 찰칵찰칵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 호소력 있는 카피가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다음의 위대한 돌파구는 우리 모두에게서 발견될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들은 여러 수수께끼를 풀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질병을 퇴치할 것입니다. 백만 명의 국민께 먼저 앞장서서 역사의 이정표를 세워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미국이 언제나 해오던 그것, 다시 말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국 국민이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 하나의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다르며….”
여기까지는 내레이션만 나오다가 영상을 마무리하며 내레이션과 자막이 동시에 나온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다음 세대에 대한 응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에 ‘우리 모두’ 연구 프로그램의 로고가 나오며 홍보 영상이 끝난다.
홍보 영상에서는 우리 몸의 유전체 정보를 단순한 데이터 이상이며 인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유전체 정보는 통찰력과 의료 연구 이상의 그 무엇이며, 비전과 명예와 연민도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미국의 ‘우리 모두’ 연구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내 환자들을 치료하고, 질병을 퇴치하는 데 필요한 미래 정밀의료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체가 다른 100만 명이 역사적 대열에 동참한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정밀의료의 초석을 굳건히 다지는 일에 앞장서는 것과 같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2012년부터 정밀의료체계를 선도해왔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란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 환경 요인, 생활 습관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다음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다. 맞춤 의료가 한 단계 더 발전해 정밀의료가 됐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라이프스타일, 가족력 같은 환자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제를 적정 시간에 적정 용량만 투여하기 때문에 정밀의료는 환자별 최적화 치료법이자 보건의료의 나아갈 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6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시범 사업이 시작된 이후 2021년 9월 현재 모두 7140명이 이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2021년 말까지 희귀 질환자와 그 가족을 포함한 1만5000명의 자발적 참여자를 확보하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 추세로 봐서는 사업에 대한 국민 인지도나 관심도가 낮아 사업 목표에 미달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의 제4회 과학기술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추진계획’을 의결하고 100만 명 정도의 임상 및 유전체 정보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사업에 대한 인지도나 국민 관심도는 여전히 낮다. 자발적 참여자의 비율이 낮은 데는 자기 유전체 정보의 제공을 꺼리는 국민의 심리적 불편감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지금까지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은 점도 중요한 영향 요인이다.
이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알리는 홍보 활동은 임박한 당면 과제다. 미국의 ‘우리 모두(All of Us)’ 연구 프로그램에 비견할 만한 한국판 사업 브랜드 이름을 누구나 알기 쉬운 용어로 확정해야 한다. 예컨대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너무 거창하고 무거운 느낌이니, 이 사업이 국민에게 최종적으로 제공할 혜택이나 가치를 강조해 ‘해피 바이오 헬스’라는 사업 브랜드 이름을 쓸 수도 있겠다.
본인 동의 기반, 가치 환원, 민간 활용 활성화, 사회적 공감대라는 원칙에 따라 브랜드 슬로건도 개발해야 한다. 브랜드 이름과 연계해 “해피 바이오 헬스 투 유(Happy bio health to you)” 같은 슬로건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영어지만 온 국민이 아는 생일 축하 노래에서 단어만 살짝 바꿨으니 일상어와 같다. 사업 브랜드 이름과 슬로건을 확정하고 홍보 활동을 전개한다면 인지도나 관심도가 올라가고 자발적 참여자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 그리고 지금, 모두가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정밀의료를 정착시키는 밑절미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 김병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광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PR학회장, 한국광고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