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게임과 무기

초당 수백 발…보병, 돌격 멈추고 참호전 전환

입력 2021. 09. 09   15:57
업데이트 2021. 09. 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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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기관총


가진 군대와 못 가진 군대 현격한 차이
퍼붓는 총탄에 정면 돌파 무모한 희생
무겁고 커 주로 거치식…기동성 약점
‘오버워치’ 등 게임서도 장단점 뚜렷
막강 화력 반해 측후방 기습엔 무력


아무리 무기체계가 첨단기술에 의해 더 먼 거리에 더욱 강한 화력을 투사한다 할지라도 지상전에서 결국 전략적, 전술적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특정한 위치를 보병이 직접 걸어가 점령하는 것으로 판가름난다. 점령을 위해 직접 도보로 이동하는 보병에게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무엇일까? 보병 전투의 현장을 다루는 수많은 영화와 게임은 대체로 한 가지 무기를 지목한다. 바로 기관총이다.

지속력 겸비한 강한 화력으로 전장 압도

기관총. 머신 건(Machine Gun)이라고 불리는 이 무기는 말 그대로 기계적 장치를 사용해 자동으로 발사와 재장전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며 지속적으로 적에게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총기를 가리킨다. 큰 의미에서라면 자동사격이 가능한 거의 대부분의 현대식 자동소총도 포함되겠지만, 기관총은 단지 자동사격이 되는 물건으로만 의미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연사를 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열은 총열을 뜨겁게 달궈 휘게 하거나, 혹은 과열로 인한 쿡오프(탄약에 높은 열이 가해져 격발 없이도 발사되는 현상)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연사를 핵심 기능으로 두는 기관총들은 필연적으로 냉각을 위한 여러 설계를 포함한다. 두껍고 무겁게 총열을 만들어 최대한 열용량을 늘리거나, 수냉식 장치를 추가해 총열이 식을 수 있는 장비를 동원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로 대부분의 기관총은 보병 1인이 운용하기보다는 거치식의 형태로 2인 이상이 운용하는 공용화기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고정식으로 운용하기에 떨어지는 기동성은 그러나 잘 엄폐된 진지 안에서 방어적으로 운용할 때 대보병 무기로 막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초당 수백 발의 연사력으로 적 보병이 전진해 올 경로를 총알로 덮어버리는 이 무기는 20세기 초반 발명되자마자 기관총을 가진 군대와 그렇지 않은 군대의 격차를 현격하게 벌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낸 것은 유럽 중심의 제국주의 군대와 비유럽권 군대 간의 격돌에서였다. 짧은 사거리와 느린 재장전의 간극을 노린 비서구권 군대의 돌격을 저지할 수 없었던 기존과 달리, 기관총을 가진 군대는 모든 보병돌격을 완벽하게 차단하며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도 막아내는 효과를 달성하며 서구의 식민지 수탈에 크게 기여한 바 있었다.

그리고 이 막대한 화력은 곧 유럽 전역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에 등장한 기관총은 양 진영의 참호 사이에서 일어난 모든 보병돌격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내며 보병전투를 참호전이라는 형태로 고착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기관총의 무차별 사격을 피해 전진하는 보병이 최우선으로 기관총 토치카를 무력화하는 장면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2차 대전 영화에서도 여전히 등장하며 보병전투에서 언제나 빠질 수 없는 고려사항으로 자리한다.

자리를 잡고 기관총 모드로 버티고 선 바스티온의 정면을 뚫을 자는 없다. 그러나 기습으로 측후방에 들어온 적에게는 손쉽게 털리는 것이 기관총 바스티온의 한계이기도 하다.  필자 제공
자리를 잡고 기관총 모드로 버티고 선 바스티온의 정면을 뚫을 자는 없다. 그러나 기습으로 측후방에 들어온 적에게는 손쉽게 털리는 것이 기관총 바스티온의 한계이기도 하다. 필자 제공

오버워치 바스티온, SF에서도 기관총의 힘
상당수의 1인칭 슈팅 액션 게임에서 기관총은 절대 빠지지 않는 무기다. 일반적인 소총병들이 중심인 전장에서 기관총은 실전과 유사하게 특정한 거점을 잡고 사수하며 적의 진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무기로 등장하지만, 현실에서의 단점 또한 반영하여 대체로 거치에 시간이 걸리거나 기동성이 크게 떨어지는 등의 효과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본격적인 현실 전장을 다루지는 않지만 ‘오버워치’에는 기관총의 의미를 꽤나 강하게 드러내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스티온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로봇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모드를 가지고 있는데, 평소에는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이족보행 로봇의 형태로 움직이며 소총 사격을 수행하지만, 이 캐릭터의 의미는 이족보행 모드에 있지 않다.

적당한 위치를 잡은 뒤 경계 모드로 변신하면 바스티온은 고정식 기관총 포대가 된다. 이 모드에서 플레이어는 한 발짝도 이동할 수는 없지만, 말 그대로 기관총 포탑이 되어 경계하는 위치로 달려드는 적들을 향해 개틀링(여러 개의 총열이 달린 기관총) 형식의 기관총으로 초당 30발의 막강한 화력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최대 300발의 탄약을 담는 탄창 용량과 별도의 과열이 없는 바스티온의 기관총 모드에서 쏟아내는 화력은 게임 내에서 최상위권의 피해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최상위권의 공격력에 따라붙는 페널티 또한 막강해 마냥 바스티온을 최강 캐릭터로 꼽기는 어렵다. 기동력이 매우 중요한 ‘오버워치’ 시스템 안에서 한 자리에 고정된 채 싸워야 하는 바스티온의 기관총 모드는 그 자체로 이미 심각한 단점이기 때문이다. 화망을 피해 들어오는 곡사형 무기들은 회피가 불가능한 바스티온에게 치명적이며, 바스티온이 자리 잡고 있는 화망 영역 안에 상황을 알고 뛰어드는 것이 바보짓임을 모르지 않기에 대부분의 적은 바스티온의 뒤를 노려 기습하는 형태로 무력화를 시도한다. 여러모로 기관총의 장단점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의 미군 기관총 진지. 나름 탄탄한 엄폐물로 높은 방호도를 자랑하면서 전면의 기관총으로 강한 화력 투사도 가능하지만, 대신 기관총이 닿지 않는 측후방에서의 접근에는 완전히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필자 제공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의 미군 기관총 진지. 나름 탄탄한 엄폐물로 높은 방호도를 자랑하면서 전면의 기관총으로 강한 화력 투사도 가능하지만, 대신 기관총이 닿지 않는 측후방에서의 접근에는 완전히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필자 제공

2차 대전 기관총 분대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시리즈에서 대보병 기관총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게임에서 보병은 개인이 아니라 1개 분대 단위로 움직이는데, 여기에는 사기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엄폐물 뒤에서는 일단 안전하지만, 강한 화력을 지속적으로 엄폐물 뒤의 적에게 쏟아부으면 사기가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패닉 상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때 설치된 기관총의 힘이 빛을 발한다. 기관총은 개활지에 노출된 적을 사살하는 것 이상으로 지속적인 제압사격을 통해 적 보병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을 수 있으며, 혹시라도 움직일 경우 바로 직접 사격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효과적인 보병 저지 무기로 게임 내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활용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역시 기관총의 단점이 두드러진다. 일단 적당한 자리를 잡으면 바로 교전 개시가 가능한 일반 보병 분대와 달리, 기관총 분대는 자리를 잡고 기관총의 방향을 정해 설치하는 시간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미리 예상한 방향이 아닌 곳에서 돌발적으로 들어오는 적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군의 주요 진격로를 기관총 두 분대가 구역을 나누어 맡고 있다면, 직접 보병 돌격으로는 뚫어낼 수가 없기에 플레이어는 기관총 진지를 무력화할 방법을 찾게 된다. 수류탄 투척이나 특공조를 편성해 적 기관총의 사각 바깥으로 우회하여 측면을 노리는 플레이 등으로 기관총 라인을 돌파하는 것이 기본적인 플레이가 된다. 물론 자원이 넉넉하다면 실제 역사 속에서도 그랬듯, 기갑장비를 앞세워 기관총 진지까지 직선으로 돌격하는 전략이 속 시원한 편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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