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이탈리아 베네딕트 성가대
음 높이 계명으로 익히는 방법 고안
교회에서 무반주 노래하는 아카펠라
벨칸토 창법도 신 찬양 위해 탄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무엇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단연코 ‘사람의 목소리’ 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의사소통과 위험을 알리는 신호의 수단으로 쓰였다. 아마 언어가 생기면서 자신의 의사를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언어가 발달하기 전에도 그저 소리와 멜로디가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다 사라지고 생기고를 반복하며 음악으로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악보들은 언제 만들어졌고,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음을 기록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도 쉽게 익히게 만든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음을 기록하는 기호 ‘네우마’라는 것이 있었다. 글자 위에 기호를 새겨서 성직자들이 그 기호를 보면서 성가를 부르게 됐다. 멜로디를 모두 외울 수 없으니, 그 기호만 외우면 복잡한 곡도 소리로 표현할 수 있었다. 녹음기가 없던 시대에 후대에 전달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계이름·악보의 시작
우리가 알고 있는 계이름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는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 992~1050)의 ‘Ut’ ‘Re’ ‘Mi’ ‘Fa’ ‘Sol’ ‘La’에서 기인했다. 귀도 다레초는 약 1000 년 전 이탈리아 베네딕토 수도회에서 성가대를 가르칠 때 빠르게 가르치기 위해 음의 높이를 미리 익히고 가사를 붙이는, 이른바 계명으로 익히는 방법을 고안해 사용했다. 귀도는 처음에는 6음으로 노래를 익혔고, 5선 악보가 아닌 4선에 악보를 그렸다. 4선에는 마디도 없었고 단지 음높이만 기록돼 있었다. 5선으로 된 악보는 14세기에 출연한다.
그리고 기보법은 바로크를 거쳐 고전주의에서 완성된다. 현대에는 컴퓨터가 악보를 그려주고, 악보 상 그릴 수 없는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아카펠라와 카스트라토
사람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예술 중에 무반주로 노래하는 것을 ‘아카펠라(A Cappella)’라고 한다. ‘카펠라’(Cappella)는 이탈리아어로 ‘교회’라는 뜻이다. 중세 시대 교회에서는 대개 반주 없이 합창으로 노래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벨칸토(Belcanto) 창법도 수도원과 교회에서 아름다운 소리로 신을 찬양하기 위해서 탄생했다. 아름다운 소리를 찾다가 성스럽고 자연스러운 창법을 찾아내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중세 시대에는 여성을 천시했기 때문에 여성이 교회 안에서 큰소리를 낼 수도, 성가대에서 노래할 수도 없었다. 4성부로 노래하려면 어린이 목소리처럼 두성을 내는 목소리가 필요했다. 그때 생겨난 목소리가 ‘카스트라토(Castrato)’다. 카스트라토는 라틴어의 ‘거세하다(castrare)’에서 유래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에비라토(evirato)’라고도 한다. 영화로 유명한 ‘파리넬리’가 바로 ‘카스트라토’다.
선천적으로 소프라노의 음역을 내는 변성기 이전의, 보이 소프라노와는 구별된다. 변성기 이전에 남자아이를 거세해 여성의 음역을 내게 했다. 중세 유럽에서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린도전서 14장 34절)를 잘못 해석한 비극으로 인해 카스트라토가 생겼다는 설도 있다. 지금도 가톨릭 성당 미사에서 여성들이 하얀 수건을 머리에 쓰는 전통은 이 문구에서 기인한다고 전해진다. 최초의 카스트라토는 14~15세기의 스페인에서 발생했으며 이들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최후의 카스트라토는 알레산드로 모레스키(Alessandro Moreschi·1858∼1922)다. 하이든도 목소리가 고와서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다 거세될 뻔했으나 부친의 만류로 카스트라토의 운명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지금은 이러한 소리를 내는 사람은 ‘카운터테너(Countertenor)’라고 해서 가성으로 노래하는 남자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변성기를 거친 후에도 훈련된 가성으로 높은 음역을 구사한다. 다른 말로는 팔세티스트(이탈리아어 Falsettist/영어 Falsettist)라고도 한다. ‘카운터테너’란 말의 뜻이 모호하기 때문에 ‘메일 소프라노’(영어 Male soprano)라고 하거나 ‘메일 알토’(영어 Male alto) 라고도 한다. 한국에도 많은 카운터테너들이 있다. ‘정세훈’, ‘루이스초이’, ‘이동규’ ‘정민호’ 등이 있다. 외국 가수 중에는 ‘안드레아스 숄’이 유명한데 그의 곡을 추천하고 싶다.
독창·중창·합창과 성부
혼자 노래하면 독창(Solo)이고 두 명 이상은 중창(이중창-Duetto, 삼중창-Terzetto, 4중창-Quartetto, 5중창-Quintetto, 6중창-Sestetto)이 된다. 합창은 2성부 이상으로 8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이렇게 나뉘고, 여성 중간에는 메조소프라노가 들어갈 수 있고, 남성 파트 중간에는 바리톤 성부가 들어갈 수 있다. 일반 성가대에서는 바리톤 성부가 따로 있지 않고, 그저 베이스라고 통칭한다. 앞으로 공연장에 가서 중창이 나오거나 합창이 나오면 몇 성부로 노래를 하는지를 유심히 보기 바란다. 합창의 경우는 보통 왼쪽에 높은 성부 오른쪽에 낮은 성부를 배치한다. 목소리를 듣고서 몇 성부로 노래하는지를 안다면 당신은 아주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소통 수단에서 음악으로
우리의 목소리는 단지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거창한 수식어로 설명하고 설득하기보다는 진심 어린 눈빛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동반한 음악이 더 감동을 주고 모든 것을 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가 말하기를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라고 이야기했다. 수많은 미사여구와 현란한 문자보다, 의미가 담겨 있는 음악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 고민하고 있던 관계도 잘 풀리지 않을까? 오늘부터 음악의 힘을 믿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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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하만택 교수는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했고, 독일 쾰른 극장 전속 솔리스트 등을 역임했다. 현재 코리아아르츠그룹 대표 및 벨라비타문화예술원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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