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을 읽어 보면 큰 업적을 이룬 위대한 사람들의 비범한 일화가 잔뜩 실려 있다.
뉴턴은 어찌나 수학에 뛰어났던지 몇십 년 동안 다른 학자들이 못 풀던 문제를 며칠 만에 풀었다든가, 아인슈타인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여가 시간에 논문을 쓰는 것만으로 노벨상을 탔다는 등등의 이야기 말이다. 보다 보면 위인전을 쓰는 사람들은 그런 특이하고 비범한 모습이 많이 나와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역사적인 위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크게 성공한 사람,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는 비슷한 면이 있다. 빌 게이츠는 중학생 때 이미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어떤 회사와 거래를 했다더라, 스티브 잡스는 수완이 대단해서 별 밑천도 없으면서 굉장한 투자를 받아오는 데 성공했다더라 하는 부류의 이야기들은 놀랍고 대단하다.
요즘 들어 이런 부류의 놀라운 이야깃거리들이 더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서 사람들을 혹하게 할 만한 재미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돈을 버는 인기 있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5분짜리 영상, 10분짜리 이야기에서 누군가의 삶을 다루려면 대단한 사람들이 괴상한 일을 해냈다는 부류의 이야기를 던져야 일단 눈에 뜨일 수 있으니까.
고백하자면 이제 이런 이야기들이 좀 지긋지긋하다. 나는 엄청나게 위대한 사람, 놀랍도록 대단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만큼 머리가 좋은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내가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흉내를 내 봐야 그만큼 재주가 받쳐줄 리가 없으니 결과가 좋을 수 없다. 돈을 좀 잘 벌어서 방세와 카드값에 덜 시달리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을 때, 빌 게이츠 같은 희귀한 천재들이 몇백조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그냥 우리 주변에서 적당히 넉넉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에 관한 얘기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 아닐까? 하루아침에 갑부가 된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사람들의 사연이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착실히 돈을 모아서 그저 약간 더 넉넉하게 살게 된 사람들의 삶 속에 사람들이 배울 점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돈 버는 문제뿐만 아니라 일을 하는 것, 사람을 사귀는 것, 과학이나 기술 분야에 대한 태도 등등 삶의 여러 고민거리에 대해, 세상에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그냥 인생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 적당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나는 무척 궁금하다.
요즘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이 대단한 인기다. 여러 가지로 논평해 볼 수 있겠지만, 나는 메타버스 성격이 강한 컴퓨터 게임이 주목받은 이유 중에서 사용자들이 컴퓨터 속 세상에서 스스로 어울려 놀고, 스스로 놀 거리를 만들어 간다는 특징이 역시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큰돈을 들여 정성 들여 개발한 줄거리의 게임보다, 재미난 것 잘 만드는 이웃들이 게임 속에 만들어 둔 놀 거리가 더 사랑받았다는 뜻이다.
인터넷 기술이 가진 원래의 장점도 사실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메타버스의 인기는 전문가, 고수,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이야기 못지않게 앞으로는 가까운 이웃과 동료들의 멋진 모습, 고민거리를 더욱 잘 들어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세상이 발전해 나갈 거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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