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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고증 논란…멋있으면 그걸로 됐다

입력 2021. 08. 24   16:47
업데이트 2022. 01. 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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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1903A1 스프링필드 소총 


영화 보고 관심, 개조도 영화 모델처럼
미 유너틀 조준경 구입… 배송만 두 달
잭슨 일병 연기한 배우 ‘배리 페퍼’
왼손잡이 사수 설정 완벽하게 소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저격수 다니엘 잭슨이 사용한 모델을 재현한 M1903A1 스프링필드 소총 모델건. 총기와 조준경의 늘씬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필자 제공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저격수 다니엘 잭슨이 사용한 모델을 재현한 M1903A1 스프링필드 소총 모델건. 총기와 조준경의 늘씬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필자 제공

M1개런드나 카빈에 비해 덜 알려진 M1903A1 스프링필드(Springfield) 소총. 하지만 무엇이든 한 번쯤은 주목받는 전성기가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오늘은 미군의 참패 이후 복제로 시작해서 영웅이 된 스프링필드 소총 이야기입니다.

볼트 액션 소총의 표준모델
미군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탄환을 한 발씩만 장전해서 쏘는 트랩도어(Trapdoor) 라이플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미군은 산 후안(San Juan) 고지 전투에서 스페인군보다 15배가량 많은 병력을 투입하고도 충격적인 패배를 겪게 됩니다. 미군은 스페인 승리 요인이 마우저사(社)의 M93 소총이라 판단했습니다. 스페인군이 사용했던 M93 소총은 5발 내장 탄창을 갖췄으며, 스트리퍼 클립(Stripper clip)을 이용해 재장전도 훨씬 빨랐습니다.

이에 자극받아 미국이 개발한 신형 소총의 초기 모델은 1900년의 M1900·M1901로, 사실상 M93 소총의 복제 버전이었습니다. 이듬해인 1903년 짧은 기간에 개발을 완료한 M1903A1 스프링필드 소총은 30-03 스프링필드(7.62×65㎜)탄을 사용합니다. 기존까지 사람 키만 했던 소총의 길이도 1m 정도로 짧아졌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금속 가공기술과 열처리기술 등이 발전했고, 일종의 클립을 끼워 권총탄을 사용하는 형태라든가 참호 안에 숨어서 쏠 수 있는 장비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면서 M1903A1은 독일의 Kar98k나 소련의 모신나강 M1891과 같은 수준의 볼트 액션(bolt action) 소총 표준모델로 자리 잡게 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유명세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군은 낡은 M1903 소총을 M1개런드 소총으로 교체합니다. 하지만 이전에 만들어둔 M1903의 양이 워낙 많은 데다, 개런드를 미군 전체에 지급하기엔 생산량과 예산 등이 부족해 해군·해병대는 제2차 세계대전 중반까지도 M1903을 사용했습니다.

대부분의 보병이나 사선에 나서는 병사들은 M1으로 무장했지만 여전히 M1903으로 고군분투한 영화 속의 저격병이 있습니다. 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신스틸러, 제2레인저(Ranger) 대대 C중대 소속 ‘다니엘 잭슨’ 일병이죠.

목표를 조준한 후 십자가 목걸이에 입을 맞추고 기도하며 저격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허구이지만, 저격 장면들은 세계대전의 실제 기록물을 토대로 재구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잭슨 일병을 연기한 배우 ‘배리 페퍼’가 능숙하게 M1903을 다루는 장면들은 전직 군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숙달돼 보이고 자연스럽습니다. 정교한 훈련과 노력의 결과물이겠죠.

잭슨 일병은 평소엔 M1903A1 스프링필드에 M82 조준경을 장착했다가 필요에 따라 고배율의 유너틀(Unertl) 조준경으로 교체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극 중 총의 고증 논란도 있는데요. 기본적인 M1903A1에 유너틀을 올린 M1903A4를 사용하는 것은 미 해병대 모델이라고 합니다. 레인저가 해병대는 아니어서 고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기라는 게 꼭 해당 병과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에 전쟁 중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왜냐면 영화 속 잭슨이 유너틀 조준경을 장착한 M1903A1을 사용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게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멋있으면 그걸로 된 겁니다!

또 잭슨은 특이하게도 왼손잡이 사수였습니다. 당시 소총은 왼손잡이가 사용하기엔 상당히 불편한 자세가 나오는데, 이 독특한 설정을 배리 페퍼가 완벽하게 소화한 것도 특색 있고 대단하다 싶습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등장한 모델 재현을 위해 미국 유너틀 조준경을 장착했다. 당시 미국은 독일이나 소련보다 광학기술이 취약해 조준경 배율에 비해 큰 크기와 외장형 영점조절장치라는 특징이 있다. 필자 제공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등장한 모델 재현을 위해 미국 유너틀 조준경을 장착했다. 당시 미국은 독일이나 소련보다 광학기술이 취약해 조준경 배율에 비해 큰 크기와 외장형 영점조절장치라는 특징이 있다. 필자 제공


조준경 확보 어려워
필자는 이 영화로 인해 M1903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개조도 영화 속 모델처럼 꾸며 소장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발매된 모형이 드물어 고민이 많았습니다.

에어소프트건으로는 대만의 G&G사의 M1903A3가 있고, 일본에 CAW사에서 A1·A3가 발매된 바 있는데 워낙 고가여서 결국 G&G사 제품을 개조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제품은 금속과 실제 목재 스톡(stock)으로 구성된 나름 잘 만들어진 모형이지만, A3로 발매된 것은 눈에 거슬립니다. 필자가 원하는 A1과 구매한 A3는 외형이 많이 다릅니다. 이에 인터넷으로 A1 스톡을 구매하고, 정성스럽고 고통스러운 내부 가공을 통해 어렵사리 장착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는 몇 번 소개해드렸던 방법으로 빈티지(vintage) 작업을 완성했는데, 영화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니 당연히 조준경이 없으면 안 되겠지요. 특히나 거대한 유너틀 조준경은 이 총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니까요. 구입은 해외구매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가격도 상당해서 보통 1500달러 이상 고가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광학장비는 조준선이 있거나 영점조절 장치가 있으면 개인 수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구하는 게 어렵습니다. 방법이라면 기능을 상실한 조준경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구식 형태의 유너틀 스코프는 대안렌즈를 분해하면 십자선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업체에 부탁해 십자선을 제거해 달라고 주문합니다. 영점조절장치는 애초에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고요. 배송 2개월을 기다려 외골격 형태의 조절장치를 이용해 장착, 그럭저럭 영화 속 저격용 모델 구현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개조한 원본이 M1903A3라는 한계로 실제 M1903A1 모델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만, 아쉬운 대로 정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에게 행운이 따랐는지, 구하기 어려운 일본 CAW사의 스프링필드 M1903A1 모델건을 지인으로부터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토록 소망하던, 완벽한 잭슨의 M1903A1(M1903A4) 스프링필드 저격소총을 구현·소장하게 됐습니다. CAW사 제품 자체가 워낙 잘 나와서 별다른 외관 작업 없이, 예전 총기의 유너틀 스코프를 옮겨 장착한 정도가 가공 작업의 전부입니다. 해당 모델의 자료를 더 수집한 후에 작업하기 위해 아직 손대지 않고 아껴두는 중입니다.

광학장비 개인 구매가 어려워 멀쩡한 장비를 망가뜨려 사용해야 하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할 때마다 느끼는 허탈감이랄까요. 에어소프트 관련법이나 광학장비 규제 완화만이 이런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회에선 저격 소총(sniper rifle) 연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소련 최고의 저격수이자 기네스북에도 오른, 영화까지 만들어진 바실리 자이체프의 M1891 모신나강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최성민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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