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
HR Analytics는 인적자원관리 분야에 비교적 최근 도입된 개념으로 2003~2004년 사이 학계에 처음 등장하였다. Marler & Boudreau(2017)에 따르면, HR Analytics는 조직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를 인사관리제도 및 조직성과와 연결 짓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인적자원관리 혁신(HRM Innovation)의 일환이다. 그들은 8개 연구의 정의를 종합하여 HR Analytics를 ‘인사 프로세스·인적자본·조직성과·외부 경제 벤치마크 자료에 대한 기술적·시각적·통계적 분석을 활용한 정보기술에 의해 실현되는,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및 경영효과 정립을 위한 인사 실천(HR Practice)’으로 정의하였다.
HR Analytics의 뿌리를 측정과 분석을 통한 조직 운영합리화를 목표로 하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기법으로 보기도 하나, 실질적인 출발점은 1980년대 부터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기록과 관찰중심이었던 인력인사 업무는 1980년대에 HR Metrics가 도입된 이후 개인성과와 지표를 연결하는 인적자원관리로 발전하였으며, 기술적 분석(descriptive analysis)을 통해 인력인사활동과 경영 성과의 관계를 분석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최근에는 데이터 축적과 통계 분석능력 발전에 힘입어 인력인사활동의 결과를 전망하는 예측적 분석(predictive analysis)의 단계까지 진보하였는데, HR Analytics는 이 영역에 위치한다. <그림 1>은 인력인사 업무 발전 단계에서 HR Analytics의 위치를 제시한다.
반면 HR Analytics의 경우 미래 인력인사활동과 조직 목표 간의 관계를 밝히고자 한다. 미래 지향적 분석을 통해 답하고자하는 질문의 예로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인재를 채용하고 보유하여야 할 것인가? 누구에게 어떠한 교육훈련을 실시하여야 할 것인가? 적합한 보상과 승진 체계는 무엇인가? 등이 있다. 이처럼 앞으로의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특징 때문에 여러 연구들은 HR Analytics를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으로 정의한다.
HR Analytics의 다른 특징으로는 계량화, 맥락 의존성, 데이터 다양성이 있다. HR Analytics의 핵심 요소인 계량화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의사결정과정과 인력인사제도 혁신에 기여한다. 첫째, 수치화된 자료 및 분석결과에 기반한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둘째, 효율적 자원배분을 돕는다. 셋째, 표준 혹은 벤치마크와의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넷째, 성과측정의 객관성을 높인다.
맥락의존성 또한 HR Analytics의 중요한 특징이다. 인력인사활동 및 제도의 효과는 조직의 규모, 문화, 인력구조, 환경 등 조직 맥락에 의존한다. 인사조직 분야의 실증 연구는 일반적으로 여러조직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원칙을 정립하는데 목적이 있는 반면, HR Analytics는 특정 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따라서 조직이 당면한 상황에 따라 분석결과와 대안이 달라지는 특징을 지니는데, 이를 HR Analytics의 맥락 의존성(context-dependence)이라고 한다.
데이터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탄생한 분야인 만큼 데이터 다양성 역시 HR Analytics의 주요 특징으로 지목된다. 인적자원관리 분야의 기존 연구와 실무분석은 일반적으로 평가측정 데이터(assessment-based data)에 기반한다. 반면 HR Analytics는 설문자료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의 결과로 나타나는 성과 데이터, 인사부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인력인사 관련 데이터, 구성원의 행동과 관련된 빅데이터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특징을 지닌다. <표 1>은 HR Analytics에 활용 가능한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제시한다.
HR Analytics를 활용하여 인력인사활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고자 하는 기업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2019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 따르면 인사부서를 독립적으로 운영 중인 북미 지역의 기업체 중 HR Analytics를 활용하는 비율은 22%에 달하였다. 한편 포츈 500대 기업에게 경영 관련 컨설팅을 서비스하는 CBE(Corporate Executive Board Comapany)의 경우 인도의 탤런트 뉴론을 약 1500억 달러에 인수한 바가 있다. 탤런트 뉴론은 예측 모형을 활용하여 전세계 600개 도시 7500개 기업에 대한 인력인사 관련 추세 전망을 수행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극적인 HR Analytics 도입과 활용은 기업들이 인력인사에 대한 예측적 분석에 기반한 조직운영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 2>는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기업들이 인재의 채용, 활용 및 유지에 HR Analytics를 활용하여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블랙힐스는 고령화에 따른 인력의 대량 유출을 예측하고 액션플랜을 준비하였다. 닐슨과 익스피리언스는 직무이동, 함께 일하는 팀원 수 등 근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규명하고 인력인사제도를 정비하였다. 봉통과 스타우드 호텔 앤 리조트의 경우 개인 및 조직성과에 기여하는 요인을 찾고, 이를 채용/배치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신규 인력이 조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였다. 구글과 유니레버는 채용 프로세스를 단축하는데 HR Analytics를 활용하였다.
이러한 민간기업 사례들을 우리 군에 예시적으로 적용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분야들일 것이다. 우리 군은 전투기조종사 유출 등 고숙련 인력의 상실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상당한 양성비용이 투입되는 조종사의 이직으로 공군이 겪는 어려움은 조직역량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블랙힐스의 어려움과 유사하다. 중요한 것은 인력의 유출을 조기에 방지하는 한편 동시에 블랙힐스와 같이 인력유출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고 액션플랜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편 닐슨과 익스피리언의 사례는 보상과 진급만이 근속을 설명하는 열쇠가 아님을 제시한다. HR Analytics를 활용하여 이직 의도/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을 규명하고 정량화하는 작업은 인재 유지 역량을 향상시키고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보다 적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우리 군에게는 앞으로 개인의 강점과 재능을 임무/기능이 요구하는 능력 및 기술과 적절히 매치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봉통의 사례와 같이 HR Analytics를 이용하여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분석하고 이를 인력 획득과 배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가용자원 부족으로 인력의 장기활용이 중요해짐에 따라 기존 인력과 신규인력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재)교육하고 훈련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한다. HR Analytics를 활용하여 재교육이 필요한 인재를 식별하여 조직의 성과를 제고한 스타우드와 신규 인력의 조직 적응을 돕는데 HR Analytics를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는 교육훈련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계급 혹은 근속에 맞추어 반복적이고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교육훈련보다는 성과평가 결과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한번 획득한 인력을 오래 활용해야 하므로 양질의 인재확보 역시 매우 중요하다. 훌륭한 인재의 확보를 위해서는 마음 놓고 지원할 수 있는 국방환경의 조성뿐만 아니라 적합한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한정된 군의 시간과 자원을 고려할 때 구글, 유니레버와 같이 채용 프로세스 효율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은 군의 인력획득체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전문역량을 갖춘 민간인력에 대한 소요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력획득체계 개선의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우리 군이 HR Analytics의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와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기대효과 측면이다. 우선 주관적 경험을 넘어서 객관적 자료에 기반하여 성과에 대한 합리적 의사소통과 피드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조직과 인력에 관한 다양한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력 배치 및 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타군, 외국군 및 타 조직의 인력인사체계와의 비교 시 객관적 기준에 입각한 합리적 비교 등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객관적 성과측정을 바탕으로 국방인력 보상체계의 효과성 등과 목적 및 문제지향적 의사결정과 분석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인력인사체계 혁신과 분석을 위해서는 우리 군이 독자적 HR Analytics 수행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구조 변화와 과학기술발전으로 대표되는 미래 환경의 격변이 한국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민간 조직과의 문화적 차이, 징집 인원의 비중이 높은 인력구조, 첨단기술기반 군대로의 신속한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 등 한국군의 조직 맥락은 다른 조직과 차별된다. 외부기관의 HR Analytics 수행 방식 혹은 결과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기보다 한국군의 조직 맥락을 이해하는 전문가에 의한 분석을 지향해야 한다.
데이터의 체계적 수집과 관리 역시 중요하다. 우리 군은 HR Analytics 수행을 위한 데이터 기반을 갖추고 있다. <표 1>에 제시된 대부분 데이터가 가용할 뿐만 아니라 일부는 이미 국방인력인사 관리를 위하여 수집 중인 자료들이다. 우리 군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인적자원 데이터를 HR Analytics에 활용할 경우 맞춤형 국방인력인사관리 프로그램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에 산재해 있는 인력인사 정보의 연계와 체계적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인사관련 정보 및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포함한 빅데이터의 활용은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관련 법령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국방인력 환경은 대규모 양적 중심의 관리가 아니라 각자의 재능과 능력에 따라 다양한 인재를 획득, 배치, 활용하는 방식으로 인력인사관리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인력인사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매우 포괄적인 분석과 세심한 분석 능력을 요구한다. 특정문제 중심의 분절적 분석보다는 인력인사관리전반에 미치는 영향, 기록된 인력인사 기록에 추가하여 개인의 선호와 선택과 관련된 비정형 정보의 포괄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정보획득과 취합, 그리고 빠르고 효율적인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군은 미래를 대비한 부대구조의 변화와 병력규모의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구체화 시키기 위한 국방인력구조의 재편과 재구조화의 다양한 모형에 대한 실험적 분석과 논의의 확대가 요청되고 있다. 국방인력구조의 다양한 모형은 각각의 모형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인력인사제도와 정책 설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과거에 수행한 인력인사활동과 조직·개인 성과 간 관계를 규명하는데 초점을 두는 분석에 기반하기보다는 HR Analytics가 지향하는 미래 지향적(forward looking) 예측적 분석에 기반한 인력인사제도와 인력인사 의사결정 노력과 능력의 향상이 요구된다.
민간과 미군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HR Analytics는 한국군이 직면하고 있는 국방인력인사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분석접근으로 적용가능성은 물론 적용으로 인한 실효성이 매우 높다 할 것이다. 따라서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하루라도 빨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HR Analytics를 실제 국방인력인사 의사결정을 위한 문제에 적용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반체계와 여건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국방부 산하에 HR analytics를 위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분석조직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음은 물론 다양한 정형 및 비정형 인력인사 정보의 수집, 통합과 관리를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의 발전된 정보기술과 체계, 관련 전문가, 발전된 모바일 및 디지털 환경으로 인한 정형 및 비정형 정보의 생산 환경 등을 고려 시 HR analytics의 체계적 도입과 적용을 위한 여건의 조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 본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