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광고로 보는 사회문화

Put your hands up~ 부처핸섬? 북쪽행성? 벌초했어?

입력 2021. 08. 13   14:57
업데이트 2021. 08. 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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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몬더그린 광고
 
외국어 발음 모국어로 착각하는 현상
재미있게 활용하는 광고 새 트렌드로
伊 축구중계·남미 노래 등 다양한 소재
개그·예능프로 콘셉트로 만들어 인기

 
어떤 외국어 발음이 우리말처럼 들릴 때가 있다. 외국어를 모국어로 착각하는 현상이다. 개그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어 발음을 우리말처럼 비틀어 풍자하기도 한다. 이처럼 외국어 발음을 마치 우리말처럼 착각하는 몬더그린(Mondegreen) 현상을 활용하는 광고가 늘고 있다. 패러디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표현 기법이다.

롯데푸드의 돼지바 광고 ‘빨간 봉다리’ 편(2014)을 보자. 브라질 월드컵 축구 중계 영상을 편집해 바이럴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에서는 중계하는 해설자의 이탈리아어 발음을 우리말처럼 자막으로 표시했다. 축구선수 월터 사무엘이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골 넣는 장면을 비롯해 경기를 중계하는 이탈리아 해설자 말에 우리말 자막을 붙여 광고를 만들었다. 외국인이 등장하는 영상 자막은 보통 번역해서 넣는데, 이 광고에서는 이탈리아어를 들리는 대로 한글로 표기했다.

롯데푸드의 돼지바 광고 ‘빨간 봉다리’ 편 (2014).
 필자 제공
롯데푸드의 돼지바 광고 ‘빨간 봉다리’ 편 (2014). 필자 제공

롯데푸드의 돼지바 광고 ‘빨간 봉다리’ 편 (2014).
 필자 제공
롯데푸드의 돼지바 광고 ‘빨간 봉다리’ 편 (2014). 필자 제공

롯데푸드의 돼지바 광고 ‘빨간 봉다리’ 편 (2014).
 필자 제공
롯데푸드의 돼지바 광고 ‘빨간 봉다리’ 편 (2014). 필자 제공

영상에 이어지는 자막은 이렇다. “ㄸ꾸르마캬또삐ㄹ에수꿀라” “후르ㅁ꺄똘라ㅃ쏭꼴라ㅃ마드라” “ㅎ옹씨올라꾜난도뀨르마떼ㅔㅔㅔ” “꿀물~샀다!” “붸~ 산타클로스” “뭐? 바나나보다” “자메이카~뤠 ㄹㄱ~~” “골먹어 페르시아” “그래 뻔하게 봤다매” “싸이크로 써어어어” “빨간 봉다리~” “깠어 하나 또!!!” “또!!!” “우동보다 싸다매!!!” “깠어 하나 또!!!” “또!!!” “하나~~~ 돼지바” “깠어” “또 하나 까먹어!” “꼭!~~~~!” “꼭!~~~~!”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 그런데 알 것 같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이탈리아 중계진의 흥분한 발음을 “빨간 봉다리(‘봉지’의 방언)~ 깠어 하나 또”라고 해석하고, 돼지바 봉지를 까먹는 그림까지 넣었다.

“우동보다 싸다매(싸다면서).” 우동 그림을 설명하는 자막이다. “깠어” “또 하나 까먹어!” “꼭!~~~~!”, “꼭!~~~~!” 돼지바를 하나 더 먹으라는 말이다. 이 광고가 인기를 끌자 롯데푸드는 “국사시험 대박기원!!! 붐바스틱! 롯데 돼지바!” 광고를 후속편으로 만들어 또 인기를 끌었다.

유럽의 언어는 영어와는 다른 느낌이라, 우리말에 서툰 외국인의 발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광고에서는 이탈리아어의 몬더그린 현상을 활용해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했다.

지알엔(GRN)의 광고 ‘지방 나와라’ 편 (2020). 
 필자 제공
지알엔(GRN)의 광고 ‘지방 나와라’ 편 (2020). 필자 제공

지알엔(GRN)의 광고 ‘지방 나와라’ 편 (2020). 
 필자 제공
지알엔(GRN)의 광고 ‘지방 나와라’ 편 (2020). 필자 제공

다이어트와 건강식품 전문기업인 지알엔(GRN) 광고 ‘지방 나와라’ 편(2020)에서도 몬더그린 현상을 활용했다. 남아메리카 수리남에서 활동하는 산그라푸(Sangrafu) 밴드의 노래 ‘나 원 라이(Na wan ray)’(2012)를 활용해서 만든 광고다. 우리말처럼 들리는 노래 가사를 거의 그대로 활용했다.

원곡 가사는 이렇다. “제발 나와라예 나와라요 나와라 이제/ 나와라 이노무 곤드레 나와라요/ 나와라이 나와라이 나와라요/ 나와라이 곤드레 나와라이/ 제발 나와라 이제 나와라 몰라 이제 나도 이제/ 나와라 이제 곤드레 마니 나와알라오오~ (중략) ~나와라이 나와라이 나와라요/ 나와라이 곤드레 나와라이.”

외국 노래인데도 우리말처럼 들린다. 수리남에서 쓰는 크리올어의 하나인 ‘사마칸어’로 쓴 노랫말이다. 광고에서는 노랫말의 원어 발음을 표기하고 소리 나는 그대로 우리말 자막을 넣었다. 자막으로 쓴 카피를 살펴보자. “지방 나와라에” “나와라요” “나와라 이제!” “나와라 이제!” “나와라 이누마” “나와라” “다이어트엔 GRN+.” ‘나 원 라이’ 노래가 흐르는 동안 광고 모델 소유 씨가 우아한 자태로 춤을 춘다.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면모다.

광고물은 고대, 고대+현대, 현대라는 3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우리말이라고 착각하게 하는 노랫말과 신비로운 멜로디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광고가 나가자 방송 출연자들은 “나와라~ 제발 나와라~”를 흉내 내며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도 ‘나와라’ 콘텐츠가 인기몰이했다. 광고의 인기는 원곡에 관한 관심으로 번져 ‘나 원 라이(Na wan ray)’ 원곡에 265만 개의 댓글이 한글로 달렸을 정도였다.

몬더그린은 미국 작가 실비아 라이트가 『레이디 몬드그린의 죽음(The Death of Lady Mondegreen)』이라는 에세이에서 어릴 때 착각을 소개하면서부터 알려졌다. 그녀의 유년 시절에 스코틀랜드 민요인 ‘머리의 잘생긴 백작(The Bonny Earl of Murray)’을 어머니가 들려줬다고 한다. 그녀는 가사 중의 “and laid him on the green(그리고 그를 풀밭에 눕혔네)”이란 구절을 “and Lady Mondegreen(그리고 레이디 몬더그린)”으로 들었었다고 고백했다.

그때부터 몬더그린이 착각이란 의미로 쓰이다가 2008년에 웹스터사전에 정식 단어로 실렸다. 몬더그린이란 외국어 발음을 모국어 발음처럼 들어 착각하는 현상이니, 우리말로는 ‘엇들음’이나 ‘엇듣기’ 정도가 되겠다. 숙박 앱인 ‘야놀자’ 광고(2020)에서도 ‘사이먼 도미닉’(2015)이란 노래의 “사이먼, 사이먼 도미닉(Simon, Simon Dominic)” 부분을 “쌓이면, 쌓이면 돈이니”로 개사해 몬더그린 현상을 일부러 만들어냈다.

몬더그린 현상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팝송 구절에서 너무 빨리 지나가는 부분을 우리말처럼 대충 얼버무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일상생활에서 몬더그린 현상을 활용하면 유머 감각을 살릴 수 있을 터. 때로는 사람들에게 웃음보따리를 안겨주기도 할 것이다. 일종의 말장난이 먹히는 셈이다. 어쨌든 진중하고 무거운 말만 늘어놓기보다 재미있게 말장난을 하면서 발길질하듯 ‘말길질’을 늘어놓을 때 사람들이 모인 자리가 더 유쾌해질 것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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