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신익수 조명탄] 지금 당장 지갑을 비워라

입력 2021. 08. 12   16:31
업데이트 2021. 08. 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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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익 수 
매일경제 여행전문기자
신 익 수 매일경제 여행전문기자


찰나의 순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무협의 세계에선 미세한 보폭의 움직임을 읽는다.

초고수들이 즐비한 여행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짐 꾸리기 신공’으로 대략 상대의 경지를 짐작할 수 있다. 10박11일 정도의 기나긴 여행 취재인데, 어라, 마치 경공(輕功·몸을 날리는 무공)을 쓰듯 가벼운 차림이다. 이러면 십중팔구 고수다. 달랑 하나 들고 온 그 고수의 배낭 속? 안 봐도 안다. 깔끔할 게다. 정갈할 터다. 마치 무술의 품새처럼 질서 정연할 것이 틀림없다. 10박짜리 여행 짐들의 무질서함을 마치 당일치기처럼 담백하게 꾸려온 그 기세라니. 졌다. 바퀴 캐리어에, 등 뒤 배낭까지 끙끙대며 둘러멘, 13년 차 여행전문기자인 나는 무릎을 꿇고 만다.

여행지에 가서도 그렇다. 정리의 고수들은 1박2일이든 10박11일이든 한결같다. 창문을 열고 여행지의 플러스 에너지를 삼킨 뒤, 여행 기간 내내 청결함을 유지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고수의 세계는 복잡하지 않다. 극강의 단순함, 강렬한 미니멀리즘, 이 한 방으로 올킬이다.

너저분함과 복잡함은 세상을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는 시간 낭비의 방증인 셈이다.

『돈의 본능』이라는 베스트셀러 책을 낸 김승호 회장은 인격을 파악하는 도구로 3가지를 참고한다. 지갑, 책상, 그리고 트렁크 안의 상태다. 직원을 고를 때, 친구를 사귈 때, 심지어 사위를 고를 때도 이 세 가지만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단박에 알 수 있다는 거다.

과연 그럴까? 칼럼을 쓰다 말고 양심에 찔려 우선 지갑부터 열어 봤다. 한눈에 봐도 뚱뚱하게 툭 튀어나온 살찐 지갑.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는 명함 4장, 유효 기간마저 오래전에 지난 할인 쿠폰 3장, 때 묻은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3장, 구겨진 만원짜리 3장이 들어 있다. 어수선한 생활과 난잡한(?) 식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꼴이다.

반면 인생 고수나 슈퍼리치들은 180도 다르다. 일단 얇다. 지갑 속 카드라고 해 봐야 체크카드 한 장. 살찐 지갑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담백한 삶, 깔끔한 생활력은 지갑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책상이나 트렁크도 이런 식이다. 종이 쪼가리나 책이 널브러져 있고, 먹다만 과자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면 십중팔구 그의 삶도 어수선한 것이다. 반면, 책상이나 트렁크가 깔끔하게 비워져 있다면 당신의 인생도 걸림돌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을 터다.

아닌 게 아니라 군대 훈련병 시절뿐만 아니라 자대 배치를 받고도 꼭 그런 부류들이 있다.

분명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데, 어라, 희한하게 그 주변이 정갈한 거다. 이제 이런 분들이 당신 주변에 있다면 그가 ‘고수’임을 단박에 알아차려야 한다. 군대에서는 지갑, 책상, 트렁크 대신 지갑, 책상, 관물대(개인 보관함)가 당신의 생활력을 드러내 주는 3가지 마스터키가 되는 셈이다.

1. 지갑을 넣은 뒷주머니가 흉물스럽게 처져 있는가?

- 그런 당신이라면 제대 후 축 처진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당장 지갑 속 쓸데없는 것부터 치우시라.

2. 책상이 어지러운가?

- 그렇다면 당신, 인생도 어지러울 게다. 정리하고 나면 삶도 인생도 정갈해진다.

3. 관물대(개인 보관함)가 너저분한가?

-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이 지저분하다는 암시다. 잠자리 주변을 늘 깔끔하게 정리하실 것.

최고의 전우를 찾고 계신가? 스마트한 인재를 원하시는가? 아니면 벤치마킹할 인생의 고수나 멘토를 알아채고 싶으신가? 어려울 것 없다. 지금 당장 그들의 지갑부터 열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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