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예약 앱 캠페인 8편 폭발적 반응
직장인 마음속 일상 탈출 욕구 자극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의 가치 강조
스토리·카피·배경음악도 공감 이끌어
정서적 교감 광고가 브랜드 가치 높여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생각은 자주 해도 마음 놓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직장인들은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눈 딱 감고 그냥 어딘가로 도망치듯 떠나는 것도 좋겠다. 한밤중에 줄행랑을 쳐도 좋다. 보통 휴가 간다고들 하지만 일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광고에서는 그동안 도망이란 말을 쓰지 않고 휴가로 점잖게 표현해 왔다.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 도망가자고 부추기는 광고가 있다. 직장인의 속내를 그대로 반영했기에 더 공감하게 된다.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행 플랫폼이자 숙박 예약 앱인 ‘여기어때’에서는 도망이라는 주제로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알람’ 편, ‘지옥철’ 편, ‘엄마’ 편, ‘운전’ 편, ‘성적표’ 편 등 모두 8편이다. 1분짜리 영상인 ‘종합’ 편(2021)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생활 속의 친근한 일상을 제시하며 여행의 가치를 전달했다. 고군분투하던 일상에서 훌쩍 벗어나 재충전할 시간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광고가 시작되면 오전 6시15분에 일어나라는 모닝콜이 울린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2019)라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다. 모닝콜이 울려도 가족들은 벌떡 일어나지 못한다. 꽤 힘들게 하루가 시작됐다. 남자는 겨우 일어나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거나 버스에서 졸면서 출근한다. 이때 스쳐 지나가듯 “도망가자!”는 말이 들려온다. 엄마는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 줄을 놓고 있다. 아이가 던진 공이 엄마의 노트북에 떨어지자 엄마의 한숨만 깊어간다.
다시 “도망가자”라는 소리가 들려오며 장면이 바뀐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족과 함께, 남자 혼자서, 혹은 여자 혼자서. 어느 도시로, 어느 숲으로, 어느 바다로, 혹은 어느 숙소로. 일상에서 도망쳐온 모두가 저마다의 시간과 공간에서 머무른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카피가 하나씩 흐른다. “가서는 네가 좋아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하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너의 맘 편할 수 있는 곳”, “어디든 가보는 거야”, “그런데 일단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도망가자.”
일상의 짐을 내려놓는 장면 하나하나에 행복한 감정이 묻어 있다. 어느 바닷가로 가든 어떤 수영장에 몸을 던지든 여행의 기쁨이 넘쳐난다. 마지막 장면의 카피는 광고 표현의 백미(白眉)다. “여기서. 행복하자. 여기어때.” 여행을 2행시로 풀어, 여기서 행복하자고 했다. 여기어때의 로고색인 빨간색으로 카피의 ‘여’ 자와 ‘행’ 자를 강조했다. 여자가 창틀에 발을 올려놓고 쉬고 있는 넓은 창에 브랜드 이름인 여기어때라고 표시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마침표를 자막으로 표시했다 하더라도, 소리로 전하는 내레이션을 듣는 순간 여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 물음표로 느껴진다.
광고에서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심리 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직장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재된 탈출 욕구를 도망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도망 같은 부정적인 말은 광고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이 단어를 썼으니 광산에서 석탄 캐듯 메시지를 채굴한 셈이다. 광고에 대한 댓글을 보면 울컥해져서 정말로 도망가고 싶었다는 내용이 많다. 공감을 유발하는 데 광고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 광고에 대한 통합 조회 수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틀어 1000만 뷰를 돌파했다. 광고를 패러디해 유튜브에 공유하는 사례도 급속히 늘었다. 소비자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한 이 광고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이처럼 폭발적인 데는 스토리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도망가자’라는 노래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랫말이 어디론가 떠나보라는 메시지로 전이됐다. 선우정아 씨가 2019년에 발표했던 노래니까, 노래가 광고보다 먼저 나온 셈이다.
노랫말 일부는 이렇다.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노랫말은 여행을 떠나라는 내용이 아니라, 이리도 너를 좋아하니 함께 도망가자고 말하는 사랑의 달콤한 언어다. 광고 창작자들은 이 노래를 듣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광고 아이디어란 머리를 쥐어짜며 뽑아내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해 연결하거나 주변에 널려있는 것을 줍고 발견하는 것이니까. 광고 창작자들은 사랑 노래를 여행으로 해석해서 그에 알맞게 상황을 구성했다. 노래에는 없던 여행의 현장감과 구체성을 생생하게 부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도망(逃亡)’을 ‘피하거나 쫓기어 달아남’으로 풀이하고 있다. 도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야반도주(夜半逃走)가 가장 극적인 상황이 아닐까? 도주에 성공하면 그만큼 쾌감도 극대화될 테니까. 미우라 겐타로의 만화 ‘베르세르크’를 보면 도망가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으리라. 낙원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미지의 세계는 언제든 나타나는 법이니까. 도망간 그곳에 뭔가를 떨구고 되돌아온다면, 그것이 기억의 삽화이자 추억이다.
오스트리아의 빈을 침공했던 터키 군대는 코루스치키에게 쫓겨 퇴각하면서 커피 원두를 떨구고 도망갔다. 코루스치키는 빈을 구해낸 대가로 황금과 지위 대신 터키 군대로부터 빼앗은 전리품인 기묘한 콩(커피)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커피 영웅으로 추앙되고 있다. 우리도 떠나서 머무른 곳에 어떤 물건이든 소중한 추억이든 뭔가를 떨구고 온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 훌훌 털고 어디론가 떠나보자.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을 둘만 고르라면, 하나는 사랑이요 또 다른 하나는 여행이다. 차분히 계획을 세워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때로는 도망치듯 그냥 떠나보자. 도망치듯 떠난 여행에서 뜻밖에도 많은 체험과 추억을 건져 올릴 수 있다.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숙박 예약 앱 캠페인 8편 폭발적 반응
직장인 마음속 일상 탈출 욕구 자극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의 가치 강조
스토리·카피·배경음악도 공감 이끌어
정서적 교감 광고가 브랜드 가치 높여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생각은 자주 해도 마음 놓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직장인들은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눈 딱 감고 그냥 어딘가로 도망치듯 떠나는 것도 좋겠다. 한밤중에 줄행랑을 쳐도 좋다. 보통 휴가 간다고들 하지만 일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광고에서는 그동안 도망이란 말을 쓰지 않고 휴가로 점잖게 표현해 왔다.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 도망가자고 부추기는 광고가 있다. 직장인의 속내를 그대로 반영했기에 더 공감하게 된다.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기어때의 도망가자 광고 ‘종합’ 편 (2021)
필자 제공
여행 플랫폼이자 숙박 예약 앱인 ‘여기어때’에서는 도망이라는 주제로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알람’ 편, ‘지옥철’ 편, ‘엄마’ 편, ‘운전’ 편, ‘성적표’ 편 등 모두 8편이다. 1분짜리 영상인 ‘종합’ 편(2021)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생활 속의 친근한 일상을 제시하며 여행의 가치를 전달했다. 고군분투하던 일상에서 훌쩍 벗어나 재충전할 시간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광고가 시작되면 오전 6시15분에 일어나라는 모닝콜이 울린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2019)라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다. 모닝콜이 울려도 가족들은 벌떡 일어나지 못한다. 꽤 힘들게 하루가 시작됐다. 남자는 겨우 일어나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거나 버스에서 졸면서 출근한다. 이때 스쳐 지나가듯 “도망가자!”는 말이 들려온다. 엄마는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 줄을 놓고 있다. 아이가 던진 공이 엄마의 노트북에 떨어지자 엄마의 한숨만 깊어간다.
다시 “도망가자”라는 소리가 들려오며 장면이 바뀐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족과 함께, 남자 혼자서, 혹은 여자 혼자서. 어느 도시로, 어느 숲으로, 어느 바다로, 혹은 어느 숙소로. 일상에서 도망쳐온 모두가 저마다의 시간과 공간에서 머무른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카피가 하나씩 흐른다. “가서는 네가 좋아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하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너의 맘 편할 수 있는 곳”, “어디든 가보는 거야”, “그런데 일단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도망가자.”
일상의 짐을 내려놓는 장면 하나하나에 행복한 감정이 묻어 있다. 어느 바닷가로 가든 어떤 수영장에 몸을 던지든 여행의 기쁨이 넘쳐난다. 마지막 장면의 카피는 광고 표현의 백미(白眉)다. “여기서. 행복하자. 여기어때.” 여행을 2행시로 풀어, 여기서 행복하자고 했다. 여기어때의 로고색인 빨간색으로 카피의 ‘여’ 자와 ‘행’ 자를 강조했다. 여자가 창틀에 발을 올려놓고 쉬고 있는 넓은 창에 브랜드 이름인 여기어때라고 표시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마침표를 자막으로 표시했다 하더라도, 소리로 전하는 내레이션을 듣는 순간 여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 물음표로 느껴진다.
광고에서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심리 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직장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재된 탈출 욕구를 도망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도망 같은 부정적인 말은 광고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이 단어를 썼으니 광산에서 석탄 캐듯 메시지를 채굴한 셈이다. 광고에 대한 댓글을 보면 울컥해져서 정말로 도망가고 싶었다는 내용이 많다. 공감을 유발하는 데 광고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 광고에 대한 통합 조회 수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틀어 1000만 뷰를 돌파했다. 광고를 패러디해 유튜브에 공유하는 사례도 급속히 늘었다. 소비자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한 이 광고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이처럼 폭발적인 데는 스토리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도망가자’라는 노래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랫말이 어디론가 떠나보라는 메시지로 전이됐다. 선우정아 씨가 2019년에 발표했던 노래니까, 노래가 광고보다 먼저 나온 셈이다.
노랫말 일부는 이렇다.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노랫말은 여행을 떠나라는 내용이 아니라, 이리도 너를 좋아하니 함께 도망가자고 말하는 사랑의 달콤한 언어다. 광고 창작자들은 이 노래를 듣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광고 아이디어란 머리를 쥐어짜며 뽑아내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해 연결하거나 주변에 널려있는 것을 줍고 발견하는 것이니까. 광고 창작자들은 사랑 노래를 여행으로 해석해서 그에 알맞게 상황을 구성했다. 노래에는 없던 여행의 현장감과 구체성을 생생하게 부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도망(逃亡)’을 ‘피하거나 쫓기어 달아남’으로 풀이하고 있다. 도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야반도주(夜半逃走)가 가장 극적인 상황이 아닐까? 도주에 성공하면 그만큼 쾌감도 극대화될 테니까. 미우라 겐타로의 만화 ‘베르세르크’를 보면 도망가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으리라. 낙원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미지의 세계는 언제든 나타나는 법이니까. 도망간 그곳에 뭔가를 떨구고 되돌아온다면, 그것이 기억의 삽화이자 추억이다.
오스트리아의 빈을 침공했던 터키 군대는 코루스치키에게 쫓겨 퇴각하면서 커피 원두를 떨구고 도망갔다. 코루스치키는 빈을 구해낸 대가로 황금과 지위 대신 터키 군대로부터 빼앗은 전리품인 기묘한 콩(커피)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커피 영웅으로 추앙되고 있다. 우리도 떠나서 머무른 곳에 어떤 물건이든 소중한 추억이든 뭔가를 떨구고 온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 훌훌 털고 어디론가 떠나보자.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을 둘만 고르라면, 하나는 사랑이요 또 다른 하나는 여행이다. 차분히 계획을 세워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때로는 도망치듯 그냥 떠나보자. 도망치듯 떠난 여행에서 뜻밖에도 많은 체험과 추억을 건져 올릴 수 있다.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