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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저자 김민섭

박지숙

입력 2021. 08. 04   16:58
업데이트 2021. 08. 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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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도 기분 좋을 때, 있었나요?

친구가 이기고 좋아하는 모습에 기뻐하고
헌혈하다 문득 ‘나는 사회적 존재’ 자각하기도
작가·출판사 사장…작지만 의미있는 일 계속
 
“헌혈 인증사진 SNS 올리면 장병들에 책 선물 드릴게요”

 


김민섭 작가와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 4∼5년 전쯤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그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SNS를 잘 활용하지 않는 탓에 핫한 이슈였던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항공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김민섭 씨가 동명의 김민섭 씨를 찾아 여행을 보내 준 사연)’를 처음 접했고 동화 같은 스토리에 감동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뒤 잊고 살았는데 새 책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를 읽어보니 이후로도 여전히 김민섭 씨는 떠들썩하거나 요란하지 않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김민섭 지음
창비교육 펴냄


“이번에 책을 내면서 돌이켜보니 학창시절부터 한 번도 ‘인싸’가 돼본 적은 없지만 선함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경쟁에 참여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승리할까보다 어떻게 져주면 친구들이 기뻐할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져주기도 했고 지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어요. 친구는 오늘 기분이 좋았겠지. 누군가를 기분 좋게 했다니 나도 좋다, 하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 프롤로그에도 있는 이 말이 오그라들지 않냐고 이야기했지만, 책을 보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김민섭식 재치가 녹아있는 네 가지 에피소드를 담았는데 첫 번째는 헌혈에 관한 이야기다.

“고등학교 시절 싫어하는 수업을 피하려고 처음으로 헌혈을 했어요. 두 번째는 군대 있을 땐데 영화표를 받으려고 했고요.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건 대학원 때에요.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었는데 이유 없이 헌혈의 집에 가고 싶었어요. 제 몸에서 나오는 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사회적인 존재라는 자각의 순간이 오더라고요. 타인과 연결될 수 있고 타인에게 쓰임이 있는 무언가가 내 몸 안에 존재한다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은 졸업이나 취업 등 사회가 정해 놓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무력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감각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내가 사회 속에서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고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헌혈이라는 사소한(?)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2015년 ‘나는 지방대학 시간강사다’를 출간하고 학교를 박차고 나온 그는 6권의 책을 쓴 작가로, 독립출판사 ‘정미소’ 사장으로,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북크루’의 운영자로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꾸준히 벌이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벌인 일은 ‘몰뛰작당 프로젝트’.

“온전히 저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어요. 처음에는 500m를 뛰기도 힘들어서 걷다시피 했죠. 매일 조금씩 거리와 속도를 늘려가다보니 여기서도 깨달음이 왔어요. 저에게 맞는 속도와 호흡법이 있다는 걸 안 거죠. 그때부터는 뛰는 일이 즐거워졌어요. 달리기 과정을 SNS에 꾸준히 올렸더니 같이 뛰고 싶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함께 모일 수는 없고 각자 자리에서 가능하면 같은 시간에 뛰고 해시태그를 달아서 인증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몰래 뛰는 작가와 당신이라는 뜻으로 ‘몰뛰작당’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요즘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열심히 뛰고 있고 대리기사 일도 하며 즐겁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김 작가.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연결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일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그가 장병들에게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당신이잘되면좋겠습니다 #김민섭씨와함께헌혈하기 이렇게 해시태그를 달고 헌혈을 인증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면 작가의 사인이 담긴 책을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나에게 어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영화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김민섭 작가의 작은 선물이다.

글=박지숙 기자
사진=출판사 제공·김준연 작가


박지숙 기자 < jspark2@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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