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물살 가르고 산길 달리며 폭염 뚫고 한계 도전한다

노성수

입력 2021. 07. 26   17:03
업데이트 2021. 07. 26   18:28
0 댓글
해군사관학교 옥포 3종경기 현장을 가다


평지 달리기 1.8㎞·바다수영 1.5㎞·산악 달리기 3.7㎞ 등 총 7㎞ 코스
참가자 모두 수상 인명구조자격증 보유…철인 3종 완주 생도도 4명
개교 75년 이래 첫 경기…강인한 체력·정신력 기르고 동기 사랑 확인

해군사관학교 4학년 76기 생도가 지난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옥포3종 경기에서 바다 수영을 하고 있다.
해군사관학교 4학년 76기 생도가 지난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옥포3종 경기에서 바다 수영을 하고 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의 절정이다.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가 하루 지난 23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해사) 앞 옥포만은 찜통 더위도 삼킬 사관생도들의 열정과 패기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미래 해군·해병대의 주역이 될 해사 4학년 76기 생도들이 교내를 둘러싼 바다와 산악지역을 질주하며 ‘옥포 3종 경기’에 도전한 것. 사관생도들은 개교 75년 만에 최초로 열린 경기를 통해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고, 끈끈한 동기 사랑을 확인했다. 폭염의 기세를 뚫고 해사 역사상 첫 ‘체력왕’이 탄생 된 극한의 레이스 현장을 소개한다. 글=노성수/사진=양동욱 기자
옥포 3종 경기에 참가한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힘찬 질주를 시작하고 있다.
옥포 3종 경기에 참가한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힘찬 질주를 시작하고 있다.

스트레칭으로 몸 풀고 출발대에 서다
뜨거운 햇살 아래 탄탄한 근육질의 남녀 사관생도들이 해사 제1체련장에 나타났다. 4학년 76기 생도 중 가장 뛰어난 체력과 수영 실력을 갖춘 이들이 수행해야 할 코스는 평지 달리기 1.8㎞, 바다수영 1.5㎞, 산악 달리기 3.7㎞ 등 총 7㎞. 경기는 해사를 둘러싼 자연환경을 이용해 진행된다. 레이스를 완주하는 사관생도에게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神) ‘포세이돈’ 칭호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초인적인 체력으로 뜨거운 옥포만을 평정할 ‘제1대 포세이돈’은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 사관생도들의 눈빛은 반드시 한계를 극복하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불타올랐다. 현장을 찾은 김현일(중장) 해사 교장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여러분들의 열정을 응원한다. 안전한 레이스로 모두가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기를 바란다”며 격려했다.

본격적인 레이스에 앞서 각자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사관생도들은 깊은 심호흡을 하며 출발대 앞에 섰다.
옥포만에 도달한 사관생도들이 수영 장비를 착용한 뒤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옥포만에 도달한 사관생도들이 수영 장비를 착용한 뒤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탕! 탕!”

드디어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사관생도들의 힘찬 질주가 시작됐다.

“76기 파이팅! 할 수 있다!”

출발대 양옆으로 길게 도열한 동기생들의 열띤 응원이 메아리치자, 사관생도들의 발걸음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들은 모두 바다 수영이 가능한 수상 인명구조자격증을 보유했다. 또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경험이 있는 생도도 4명이나 포함됐다.

제1체련장을 출발한 사관생도들은 교명탑을 거쳐 연병장 경사면을 따라 순식간에 옥포만 해상 앞에 다다랐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번에는 거친 파도가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영복·슈트·오리발 착용을 마친 사관생도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파도를 헤치며 힘차게 역영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미래 해군·해병대 장교의 든든함이 느껴졌다.
옥포 3종 경기의 마지막 코스인 산악 달리기 3.7㎞ 구간을 역주하는 사관생도들.
옥포 3종 경기의 마지막 코스인 산악 달리기 3.7㎞ 구간을 역주하는 사관생도들.

완주자들에게 메달·포세이돈 칭호 부여
1.5㎞ 구간의 바다 수영을 마친 사관생도들은 곧바로 수영복을 탈의하고, 마지막 코스인 산악 달리기에 돌입했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발걸음이 다다른 곳은 헌신광장. 해사 70주년을 맞아 지난 2016년에 세워진 이곳은 대한민국 독립에 헌신한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과 군인정신을 본받고 기리기 위해 조성됐다. 사관생도들은 헌신광장 중앙 ‘유묵비’에 새겨진 임적선진위장의무(臨敵先進爲將義務)를 바라보며 앞으로 정예 해군·해병대 장교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고 조국의 바다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사관생도들은 따가운 햇살과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에 아랑곳없이 최대 난관인 험준한 산악코스에 들어섰다. 여자 생도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백수진 생도가 가뿐 숨을 내쉬면서 발걸음이 무거워지자 박하석·박준수 생도가 말없이 다가와 격려하며 함께 뛰는 모습에서 뜨거운 동기 사랑이 느껴졌다.
경기를 마친 사관생도가 찬물로 완주의 피로를 날려 보내고 있다.
경기를 마친 사관생도가 찬물로 완주의 피로를 날려 보내고 있다.

첫 ‘옥포 3종 경기’를 치른 결과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이정훈 생도가 53분대의 놀라운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순위나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순간을 함께 뛰며 극복해냈다는 성취감이었다. 그렇기에 이날 참가한 사관생도 모두는 승리자였다.

해사는 완주자들에게 기념 메달과 함께 포세이돈 칭호를 부여했다. 아울러 생활기록부에 ‘해양체육 분야 해사 인재’로 기록하는 특전도 주어졌다.

영예의 1위에 등극한 이정훈 생도는 “평소 트라이애슬론반 활동을 통해 사관생도에게 요구되는 체력을 꾸준히 연마해 자신 있었다”며 “해군 사관생도로서 첫 포세이돈 타이틀을 차지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호영 대대장 생도는 “매 순간 힘들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뜨거운 날씨보다 더 뜨거운 사관생도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모두가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국민에게 해군 사관생도의 패기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희망과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옥포 3종 경기를 기획한 체육처 해양체육과장 박미혜 교수는 “내년 임관을 앞둔 76기 사관생도들이 자신의 체력·수영 능력·정신력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충전했을 것”이라며 “이번 레이스에 도전하고 성취한 경험을 발판으로 장차 해군·해병대 장교로서 역량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박수를 보냈다.

해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레이스에 직접 참여하는 인원을 최소화했지만 모든 생도가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경기 운영 지원과 응원에 동참해 화합의 한마당이 펼쳐지도록 행사를 추진했다. 또 앰뷸런스와 구급요원을 곳곳에 배치하는 등 사관생도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