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사이버 전사가 된 박격포 중대장

입력 2021. 07. 21   16:53
업데이트 2021. 07. 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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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 준 대위 
육군수도군단 지휘통신참모처
이 상 준 대위 육군수도군단 지휘통신참모처
“워싱턴 DC에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 사이버보안부서에서 전산망 이상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린다. 정부의 보안 정책에 불만을 품은 천재 정보기술 (IT) 컨설턴트가 ‘파이어 세일’이라는 이름의 3단계 해킹 공격으로 국가 인프라망을 붕괴시켰다. 미국이 자랑하는 막강한 군사력은 디지털 테러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실제 상황이 아닌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다이하드 4.0’의 한 장면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이버 영역의 의외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와 비슷한 일이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7.7 DDoS 사건’으로 불리는 공격은 지난 2009년 7월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시작됐고, 해커에 의해 감염된 좀비 PC 11만 대가 미국 백악관 등 27개 사이트는 물론 우리나라 청와대와 언론사, 포털사이트를 마비시켰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7월을 정보보호의 달로, 7월 둘째 주 수요일을 정보보호의 날로 각각 정하고 있다.

나는 정보통신병과 장교들이 주력인 사이버 전장에 보병 장교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2019년 신설된 군 사이버 전문특기 제도의 첫 수혜자인 셈인데, 당시만 해도 군대에서 전산 관련 직무 경험이 없던 터였다. 정보보호 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4.2인치 박격포 사격을 지휘하던 중화기 중대장이 군 사이버 전장을 주도하는 사이버 전문인력이 된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 병과를 선택할 때만 해도 ‘군인이라면 매일같이 함성·총성·포성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병을 선택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전장이 사이버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느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전투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모든 것이 합쳐져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도 절감했다. 다양한 전술을 모두 이해하는, 다재다능한 사이버 전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 연결된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한 정보보호 영역을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흔히 사이버라고 하면 ‘사이버 대학’ ‘사이버 상담’과 같은 가상의 디지털 공간이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 영역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2021년 기존의 정보작전방호태세(INFOCON)가 사이버방호태세(CPCON)로 변경 시행되고, 전자전 영역이 사이버전 영역으로 합쳐지는 등 변화 속도는 눈부시다. 미군이 사이버 병과를 신설하는 등 민간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사이버 영역은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고 컴퓨터 하나로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도 관심을 촉구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리고 잊지 말자. 우리 곁에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당신들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주는 사이버 전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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