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좋은 일(job)이 생길거야

“군에서 배운 팀워크, 협업에 도움 창업 계획한다면 큰 그림 그려라”

이원준

입력 2021. 07. 19   17:03
업데이트 2021. 07. 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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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Job)이 생길 거야
전역장병 취·창업 도전기
3 FAIRSHIP 유인창 CFO·고형선 대표


일반인 위한 투자자문 서비스…내년 런칭 계획
소대장으로 다른 훈련병 관리, 협업 중요성 체득
창업 시도 두려움 갖지 말고 작게라도 시도해보길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턱 탓에 전역을 앞둔 청년 장병들의 일자리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장병이 군 복무를 하며 스펙을 쌓고 시험공부를 합니다. 국방일보는 이번 달부터 군 경험을 바탕으로 취·창업에 도전한 전역장병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방부·각 군 등에서 운영하는 일자리 지원 제도와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공정한 투자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창업 도전장을 낸 FAIRSHIP의 유인창 CFO(최고재무책임자)와 고형선 대표를 만났습니다.

FAIRSHIP은 ‘공정한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목표로 뭉친 금융투자 스타트업이다. 자산이 많은 ‘VIP’뿐만 아닌 일반인도 금융투자 전문가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들에게 투명한 투자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 평범한 사람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이 되겠다는 것이 FAIRSHIP의 목표 중 하나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유인창(32) 최고재무책임자와 고형선(31) 대표는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매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예비역 육군병장인 유 책임자는 군 복무 중이던 지난 2020년 제3회 육군창업경진대회에 참가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성합성 기술’ 아이템을 준비해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입상했다. 그의 팀이 다른 참가팀과 가장 달랐던 점은 ‘타부대 혼합팀’이라는 사실이었다. 유 책임자는 “당시 15사단 일반전초(GOP)대대에서 복무하던 중 맞선임이 창업경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알려줬는데 경계근무가 많은 부대 특성 탓에 팀을 구성하는 것부터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래서 그는 군 내부망을 활용, 육군 홈페이지 ‘청년DREAM 국군드림’ 게시판에 창업경진대회 참가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많은 지원자 중 참가 열의를 보인 2명에게 우선 연락했다. 그렇게 뭉친 육군 용사 3명은 스마트폰으로 화상회의를 하고, 메신저로 의견을 나누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자료를 공유하며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했다. 유 책임자는 때론 친한 간부에게 부탁해 사진 파일을 팀원들에게 전송했다. 그는 “나중에 대회 시상식에 참석해서야 팀원들 얼굴을 처음 봤는데, 좋은 자리에서 만나니까 너무 반갑고 좋았다”며 “당시 팀원들과는 전역한 뒤에도 가끔 만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유 책임자는 올해 1월 제대 후 FAIRSHIP에 합류했다. 공정한 투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고형선 대표의 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고 대표는 전문연구요원으로 지난해 6월까지 카이스트(KAIST) 기계기술연구소에서 대체복무한 뒤 지금은 FAIRSHIP 팀을 이끌고 금융투자업 진출에 도전 중이다. 탄탄한 IT 기술을 바탕으로 투자자문사·자산운용사 등과 협업해 내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2018년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며 ‘소대장 훈련병’을 했던 경험이 창업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협업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군대 훈련소에서 배웠다. 나 홀로 잘하는 건 쓸모가 없고,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했다”며 “소대장 훈련병으로서 30여 명을 관리한 소중한 경험을 해본 것 자체를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책임자에게도 군 생활은 창업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그는 “창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함께 창업경진대회 참가했던 친구들도 그렇고, 지금 FAIRSHIP팀도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업이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미래 창업가를 꿈꾸는 장병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의 99%가 3년 안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와! 이 아이템 대박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대박이 날 것 같으면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나와 검증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야 망해도 크게 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 책임자는 “대부분 20대 초반인 장병들 입장에서는 창업을 하려고 하면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창업 시도를 해보는 것 자체에 두려움은 갖지 말되,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작게라도 시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MZ세대가 협업을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군대 안에서 같이 고민하고 땀 흘리면서 협업하는 것을 배운다면, 나중에 창업 과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이원준 기자


육군이 지원하는 창업준비 혜택


육군은 창업경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우수 참가팀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대회 입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창업 활동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육군창업경진대회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 지원이다. 중진공은 육군과 협의를 거쳐 창업경진대회 본선 진출팀에 한해 청년창업사관학교 서류심사를 면제해준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면 최대 1억 원의 정부지원금과 창업공간·제품개발 장비 등을 지원받는다. 아울러 전문적인 창업 교육·코칭과 기술지원, 판로개척, 해외진출 지원 등 혜택도 있다. 따라서 서류심사 경쟁률만 6대 1을 웃돌 정도로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까지 열린 1~4회 육군창업경진대회 입상자 중 2개 팀이 청년사관학교 입교해 활동하고 있다.

육군은 창업경진대회 입상자가 전역 후 자유롭게 창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이를 통해 희망자는 스타트업96에 입주해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스타트업96은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내에 조성된 100평 규모 창업 공간으로 현재 육군 전역 장병 7명이 이곳에 입주해 미래 창업가로서 꿈을 키우고 있다.


이원준 기자 < wonjun4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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