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좋은 일(job)이 생길거야

“과학적 운동법 추천 군 생활 아이디어서 발전 병영이 창업산실이었죠”

이원준

입력 2021. 07. 05   16:58
업데이트 2021. 07. 0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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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장병 취·창업 도전기 ① 피트내비 임 대 현 대표·육군 예비역 병장

육군창업경진대회 앞두고 창업 구상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 많이 갖길”


군생활 인연맺어 사업화 추진
9월에 정식 서비스 출시 준비

육군6사단 전역 후 피트내비를 창업한 임대현(가운데) 대표와 팀원들. 왼쪽부터 양태연 개발자, 김경수 개발자, 임 대표, 예승형 개발자, 권준형 이사.
육군6사단 전역 후 피트내비를 창업한 임대현(가운데) 대표와 팀원들. 왼쪽부터 양태연 개발자, 김경수 개발자, 임 대표, 예승형 개발자, 권준형 이사.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문턱 탓에 전역을 앞둔 청년 장병들의 일자리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장병들이 군 복무를 하며 스펙을 쌓고 시험공부를 합니다. 국방일보는 이번 달부터 군 경험을 바탕으로 취·창업에 성공한 전역장병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아울러 국방부·각 군 등에서 운영하는 일자리 지원 제도와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첫 번째 순서로 청년 사업가로서 꿈에 도전하고 있는 임대현 예비역 육군병장과 스타트업 ‘피트내비’ 팀원들을 만났습니다.

피트내비는 예비역 육군병장 3명이 한데 뭉쳐 만든 스타트업이다. 임대현(23) 대표가 지난해 12월 전역한 뒤 한 달 만에 창업했다. 피트내비는 사용자에게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앱에 운동 능력, 운동 목적, 부상 이력 등 특성을 입력하면 주기화 프로그램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화된 운동법을 추천해준다. 이러한 사업 아이템은 임 대표가 군 생활을 하며 구체화했다. 그는 “동료 선·후임들이 체계적으로 운동하지 않다 보니 운동 중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군대에는 트레이너가 없으니 대신 좋은 운동법을 알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이 점을 사업화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육군6사단에서 60㎜ 박격포병으로 복무했다. 잦은 훈련 탓에 군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일과시간을 마친 뒤 생활관에서 TV나 휴대전화를 보며 퍼져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도록 다독여준 사람이 당시 대대장이던 홍선우 중령이다. 임 대표는 “신병으로 자대에 갔을 때, 대대장님이 저희를 모아놓고 ‘자대배치 받은 순간부터 전역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일과시간에는 훈련에 집중하되 개인정비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임대현(가운데) 대표를 비롯한 피트내비 팀원들이 오는 9월 피트내비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임대현(가운데) 대표를 비롯한 피트내비 팀원들이 오는 9월 피트내비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당시 부대에는 육군창업경진대회에 참여한 팀이 있었다. 운동법과 연계한 사업을 구상하던 임 대표도 자연스럽게 창업경진대회 참가를 준비했다. 부대는 창업경진대회 참가자를 위해 연등 시간을 연장해주는 등 많은 배려를 해줬다.

임 대표는 제3회 육군창업경진대회를 앞둔 2020년 초부터 창업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 첫 번째 과제는 함께 할 개발자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때 영입 레이더에 들어온 인물이 부대 후임 양태연(24) 씨와 계룡대근무지원단에서 복무하고 있던 대학 동기 예승형(23) 씨였다. 예비역 육군병장인 두 사람은 개발 전공자는 아니지만, 학창시절부터 코딩을 공부하며 앱 개발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양 씨는 “원래 창업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임 대표가) 같이 하자고 설득해 참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들 육군 3인방은 창업경진대회 참여를 앞두고 휴대전화 그룹 콜 기능 등을 활용해 회의했다. 오후 10시 소등 이후에는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컴퓨터를 이용,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부대의 지원과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제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과정이다. 임 대표는 “휴대전화 사용이 대회를 준비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은 창업경진대회에서 ‘운동 능력, 피로저항 능력 등의 개인특성을 반영한 개인 맞춤형 웨이트 트레이닝 솔루션’을 선보여 입상했다. 본선 격인 ‘국방 START-UP(스타트업) 챌린지’에서는 육군참모총장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그해 ‘도전! K-스타트업 2020’ 대회에 국방부 대표로 참여해 좋은 결과를 냈다.

현재는 3명 모두 전역해 서울 성북구 안암동 사무실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며 사업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팀원은 개발자, 연구직을 포함해 총 7명으로 늘었다. 임 대표는 “군대에서 생각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전역 후에도 도전하고 있다”며 “올해 3월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트내비의 목표 중 하나는 군 장병에게 더 건강하고 효율적인 운동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트레이너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병영 환경에서 누구나 과학적으로 운동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군 생활을 통해 인연을 맺은 피트내비 구성원들은 오는 9월 중 정식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임 대표는 군 복무를 하며 병영 생활이 많이 변했다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군대에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자기계발을 하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육군이 정말 많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 장병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전역한 뒤 삶을 어떻게 가꿔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면 좋겠다”며 “군대에서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군에서 하고 싶은 도전을 많이 해봤으면, 또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이원준 기자


육군창업경진대회
육군은 지난 2019년 5월 상반기 제1회 육군창업경진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5회 대회까지 꾸준히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5차례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2800여 팀, 8200여 명의 육군 구성원이 창업에 도전장을 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대회는 서류심사, 동영상·화상심사 등을 통해 우수팀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와 연계, 창업경진대회에서 좋은 성적은 거둔 팀은 육군을 대표해 국방부 대회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

3회 육군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한 뒤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 참가한 임대현 대표도 이들 중 한 명이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같은 부대원으로 구성된 참가팀보다는 타 부대 혼합팀이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제도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육군은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참가자 계층도 용사 위주에서 간부, 군무원까지 다양해지고 있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육군은 창업경진대회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단, 여단급 예하 부대에 창업동아리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창업진흥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전경제통상진흥원 등 기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창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지원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wonjun4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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