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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하고 우거진 숲속…공포가 감도는 은밀한 신당, 드러나는 비밀

송현숙

입력 2021. 07. 05   15:54
업데이트 2021. 07. 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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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랑종’ 리뷰

‘곡성’ 연출한 나홍진 감독 제작
태국 북동부 이산 시골 마을 배경
귀신들림·존속살해 등 파격적 소재
신내림 대물림되는 미스터리한 현상
촬영하며 벌어지는 석 달간의 기록

영화 ‘랑종’ 스틸. 사진=쇼박스
영화 ‘랑종’ 스틸. 사진=쇼박스
영화 ‘랑종’ 스틸. 사진=쇼박스
영화 ‘랑종’ 스틸. 사진=쇼박스
“‘랑종’에 비하면 ‘곡성’은 코미디다.”

나홍진 감독의 일성이다. 얼마나 무섭길래…. 호기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본격적인 리뷰 전, 먼저 기자는 공포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날 ‘전설의 고향’ 같은 드라마가 대낮에 재방송될 때도 가족들 사이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시청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랑종’ 기자시사회 참석을 결심한 건 두 가지 이유였다. ‘곡성’ ‘황해’ ‘추격자’ 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처음으로 제작자로 나선 데다 원작까지 맡은 영화고 이 작품을 기다려온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셔터’로 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의 협업 결과도 궁금했다. 사명감과 궁금증이 공포심을 이겼다.

그렇게 지난 2일 청심환 한 알을 먹고 ‘랑종’의 첫 공개 현장인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로 향했다. 기자처럼 이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로 2개 대형관 객석이 북적였다.

영화는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의 낯선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삼았다.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토속신앙이 삶 깊숙이 자리 잡은 이곳에서 ‘님’(싸와니 우툼마)은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을 모셔온 랑종(태국 무당)이다. 사람들의 신임이 깊다.

이야기는 님의 언니인 ‘노이’(씨라니 얀키띠칸)의 딸이자, 조카인 회사원 ‘밍’(나릴야 군몽콘켓)이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영화 속 다큐멘터리 제작촬영팀은 우연히 이 사건을 함께 목격하고,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이들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석 달간 카메라에 담게 된다.

연출 방식이 페이크 다큐(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허구의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가공한 영화)다. 그래서일까? 초반은 다소 지루하고, 영화가 아닌 정말 랑종 관련 다큐를 보는 듯하다. 물론 이건 곧 시작될 폭풍우의 예고편이다. 이후 귀신들림부터 존속살해, 인육, 퇴마 등 파격적인 소재와 장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 자신과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기주의, 신과 인간의 관계 등의 주제 의식과 메시지는 안타깝게도 기괴한 영상에 묻히는 형국이다. 관람등급도 청소년 관람 불가를 받았다.

그래도 전작 곡성과의 차별화를 위해 다른 나라를 찾아간 건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습하고 우거진 숲속 은밀한 곳에 마련된 신당은 묘한 공포와 신비감을 형성하고, 한국과 비슷한 태국의 장례문화와 생활상 등은 이질감을 줄여준다.

배우들의 열연도 흠잡을 데 없다. 영화의 사실감을 최우선으로 삼아 태국 내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얼굴들을 캐스팅했는데, 특히 조카 밍 역을 연기한 나릴야 군몽콘켓은 28회차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 흐름에 따라 10㎏ 감량도 불사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신 들린 사람의 모습을 연기한다. 다만 끝으로 향할수록 한국영화 ‘부산행’이 떠오르면서 좀비물과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부산행 영화에서 좀비의 움직임을 창조한 안무가가 이번 영화에 연기 지도로 참여했다고 한다.

기자는 청심환 덕분인지, 아니면 사명감 때문인지 끝까지 무사히 작품을 감상했다.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나홍진 감독과 이를 부정하는 반종 감독이 협업한 이 영화는 곡성과 결이 다르다. 관람을 결심했다면 부디 곡성은 잊고 가시길. 14일 개봉. 상영시간 131분. 글=송현숙 기자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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