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QM·QMST·QCG…
무기 체계별 사업 제도 도입
품질 취약요소 전담 관리
우주무기체계 사업 확대
부품단종 정보 데이터화…기업 지원
표준 감항인증 기준 가이드 개발 추진
기품원 연구원들이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FA-50의 품질보증을 위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기품원 제공
기품원 연구원들이 강원도 인제군 다릿골시험장에서 저장탄약이 여전히 운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신뢰성 평가를 하고 있다. 기품원 제공
기품원 연구원들이 울산광역시 현대중공업을 방문, 해군 함정의 품질보증 검사를 하고 있다. 기품원 제공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 존재를 망각하기 쉬운 대상에 대해 흔히 ‘공기와 같다’는 말을 쓴다. 우리 군의 전력 유지와 증강 부분에서 마치 공기 같은 분야를 꼽자면 ‘품질’이 될 수 있겠다. 품질은 곧 신뢰로 연결된다. 우리 군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군수품은 물론 무기체계 등 모든 장비들이 바로 사용될 수 있다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유사시 전투원의 생존은 물론 전쟁의 승패, 나아가 국가 존망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품질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군의 공기와 같은 존재인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국방과학기술과 군수품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40년째 묵묵히 땀 흘리고 있다. 1일 기품원 창설 40주년을 기념해 미래 40년을 준비하는 기품원의 노력을 살펴보자.
기품원은 1981년 ‘국방품질검사소’라는 명패를 달고 힘차게 출발했다. 이후 개편을 거듭하며 2006년 지금의 이름으로 정착됐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업무영역도 점차 확대·전문화됐다. 기품원은 창설 때부터 주 임무였던 군수품의 양산·운영유지 단계의 품질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최근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까지 맡으며 진정한 ‘총 수명주기 군수품 품질관리’ 업무 수행에 나서고 있다.
품질관리의 패러다임 전환
주목해야 할 분야는 앞서 언급한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다. 수질관리를 예로 들어보자.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하류의 수질관리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상류의 수질관리가 필수다. 기품원은 이 ‘상류’에 주목했다. 허건영 기품원장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개입해 품질기획과 품질관리, 양산단계 품질보증, 양산 후 품질개선에 이르는 총 수명주기에 걸쳐 품질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기체계 품질관리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단초는 2019년 7월 마련됐다. 당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2019~2023 군수품 품질관리 기본계획’이 심의·의결됐다. 양산단계 중심 품질관리의 틀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단계부터 모든 수명주기의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선제적 예방활동 형태의 품질관리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품원은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기품원은 각 무기체계 사업별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를 위해 품질관리수준(LQM), 품질관리지원팀(QMST), 품질통제점(QCG) 제도를 도입했다. 또 연구개발 단계의 품질관리 체계화를 위한 무기체계 신뢰성·양산성 확보를 위해 요구사항 추적관리와 위험품목 관리 등 예방적 업무 수행을 실시하는 한편 소요군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품질문제를 분석해 개선 요구사항을 신규 무기체계 개발사업 설계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해·공 무기체계를 넘어 우주무기 체계 사업에 대한 개발품질관리 업무를 확대하는 등 업무영역 확대도 꾀하고 있다.
총 수명주기 품질관리 체계 고도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기품원은 최초 양산단계 품질관리 체계화 활동을 위해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 지원 인력을 포함한 최초 양산 품질관리 전담 조직을 구성·운영하며 품질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품질 이력들을 토대로 품질 취약요소를 전담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는 연구개발 이력과 과거 계약 이행 실적을 활용해 품질위험 요소를 과학적·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초양산 위험식별 도구를 개발하고, 최초양산 품질관리 전담조직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세우고 있다.
후속 양산단계 품질보증 분야도 진화 중이다. 기품원은 품질이 안정된 품목에 대해 품질관리 우수기업의 자율적 품질보증 활동 수행을 확대하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선택품질보증형(Ⅱ형)’ 지정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품원은 선택품질보증형 선정기준과 절차를 개선해 해당 품질보증 형태의 대상을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다.
기품원은 품질을 매개로 기업과 소요군을 잇는 가교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대군근접지원반을 신설, 강원도 인제군 국방종합시험단에 위치한 동부지역사무소를 열며 전방지역에서 신속한 근접 대군기술지원에 나섰다. 아울러 현장 중심의 능동적인 대군 기술지원을 위해 납품 후 규격 일치성 여부를 확인하고 운용 불편사항이 발생한 품목에 대한 품질 신뢰성 검증 시험을 수행하는 ‘야전 품질 패트롤’의 검증대상도 확대했다.
기품원 관계자는 “소요군의 만족도 향상과 전투력 극대화를 위해 이미 전력화된 무기체계일지라도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소요군의 불만과 개선 효과가 큰 품목을 우선 선정해 품질개선 과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대적 흐름인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품질관리도 시작했다. 기품원은 군수품의 모든 수명주기 동안 식별되는 품질 빅데이터의 획득·분석·관리를 위해 국방품질종합정보체계 고도화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품질 빅데이터 결과는 품질위험과 품질개선 대상 식별에 활용되고 있다.
표준화·품질인증 및 신뢰성 확보
표준화·품질인증과 신뢰성 확보도 기품원의 중요한 임무다. 기품원은 무기체계 연구개발 신뢰성 검증 강화를 목표로 체계 신뢰·가용·정비도(RAM) 분석과 개발단계 소프트웨어(SW) 품질관리를 위한 기법을 연구해 신뢰성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 야전장비 가동률 극대화를 목표로 신뢰성 분석의 실효성 향상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뢰성 분석 기초자료를 갖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기품원은 우리 군에서 수집한 자료로 신뢰성 분석 기초자료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의 개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북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자료 사용에 따른 현실과 분석결과의 불일치를 상당 수준 개선해 획득과 운용유지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기품원은 새로 부여된 국방규격관리 업무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국방 표준화 사업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단체표준 제정을 확대하고 온라인 단체표준 종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해 표준 제·개정과 활용의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부품단종관리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도 높여나가고 있다. 기품원은 주요장비에 대한 단종품목을 매년 조사·분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부품단종관리 정보체계를 구축하고 부품단종 정보를 데이터화 해 소요군과 기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 인증기반의 품질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체의 품질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제품기반 인증제도를 새로 도입해 운영유지단계 수리 부속류의 우수 조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감항인증 전문성 강화
군용 항공기 감항인증은 기품원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다. 감항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을 견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감항인증은 항공기 개발·개조 시 구조, 강도, 성능 등이 비행하기 적합한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췄는지를 확인해 항공기가 총 수명주기 동안 비행 안정성이 있다는 것을 인증하는 제도다.
기품원은 군용 항공기 감항인증 분야 정책·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한 기관이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고도화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기품원은 감항인증 전문교육기관 지정을 통해 교육·자격체계를 확립하고 표준 감항인증기준 개정과 관련 기준·절차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표준 감항인증 기준을 포함한 감항인증 기준 적용 가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20년 개발한 소형 회전익무인기 표준 감항인증에 연계해 중·소형 회전익무인기 감항인증 전담기관 지정을 위한 업무체계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 미비한 소형 회전익무인기 비행 안전성 검증 시험장을 2026년까지 구축해 비행 안전성 평가와 시험평가 전문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허 원장은 “시험장이 구축되면 중소기업이 개발한 군용 소형 무인기의 종합평가와 표준화가 가능해져 국내 드론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품원은 현재 ‘품질 보증’을 넘어 ‘품질 경영’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찬 도약을 하고 있다. 우리 국방의 필수불가결적 존재인 기품원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이렇게 품질관리의 진화를 위한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맹수열 기자
허건영 기품원장 인터뷰
“전문성 강화에 역점… 대외적 위상 높일 것”
“‘품질’이라는 기능을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고심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보다 확장된 개념인 ‘품질경영’의 여러 기능들을 더 확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기품원 창설 4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경남 진주시 기품원 본원에서 만난 허건영 기품원장은 ‘본질’에 대한 접근을 강조했다. 취임 2개월 남짓 된 ‘신임 기관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 원장이 그리는 기품원의 비전은 깊이가 있었다. 취임 전 육군항공작전사령관, 합참 전력기획부장 등 군사력 건설을 위한 주요 보직을 거친 ‘전력통’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기품원을 한 마디로 ‘신뢰를 담보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기품원은 우리 군에 들어오는 모든 무기·전력체계, 군수품이 운영·유지되는 모든 과정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기관입니다. 우리 군이 믿을만한 물자를 가지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기품원이 보장하는 셈이죠.”
허 원장은 품질보증을 넘어 품질경영으로 수행하고 있는 기품원의 역할을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품질보증은 기품원 업무의 일부분이고, 전체를 설명하는데 제한되는 면이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일은 좀 더 넓은 개념인 품질경영이죠. 저는 앞으로 품질경영의 여러 기능들을 더욱 확장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이런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기품원 구성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주문했다. 허 원장은 “제대로 된 품질경영을 위해서는 개발자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무기체계가 잘 개발되고 있는지, 생산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소요군은 잘 쓰고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기술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지와 같은 총 수명주기에 걸친 품질관리를 전담하는 것이 기품원이죠. 더불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 하죠. 저는 개인과 조직의 전문성을 모두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취임 뒤 허 원장은 특히 대외 관계와 위상의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기관이 실제로 하는 역할이나 가진 역량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전체 무기체계의 총 수명주기에 걸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학술 활동, 교육, 인적자원 교류 등을 강화하면서 대외적인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활동들이 훗날 방위산업에서 기품원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찾는 힘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글=맹수열/사진=양동욱 기자
[국방기술품질원 창설 40주년] “신뢰가 생명” 40년 흘린 땀… 이제 ‘품질보증’ 넘어 ‘품질경영’으로
맹수열
입력
2021.
07.
01
17:10
업데이트
2021.
07.
01
17:14
연구개발부터 양산단계까지
모든 수명주기 품질관리 강화
LQM·QMST·QCG…
무기 체계별 사업 제도 도입
품질 취약요소 전담 관리
우주무기체계 사업 확대
부품단종 정보 데이터화…기업 지원
표준 감항인증 기준 가이드 개발 추진
기품원 연구원들이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FA-50의 품질보증을 위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기품원 제공
기품원 연구원들이 강원도 인제군 다릿골시험장에서 저장탄약이 여전히 운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신뢰성 평가를 하고 있다. 기품원 제공
기품원 연구원들이 울산광역시 현대중공업을 방문, 해군 함정의 품질보증 검사를 하고 있다. 기품원 제공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 존재를 망각하기 쉬운 대상에 대해 흔히 ‘공기와 같다’는 말을 쓴다. 우리 군의 전력 유지와 증강 부분에서 마치 공기 같은 분야를 꼽자면 ‘품질’이 될 수 있겠다. 품질은 곧 신뢰로 연결된다. 우리 군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군수품은 물론 무기체계 등 모든 장비들이 바로 사용될 수 있다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유사시 전투원의 생존은 물론 전쟁의 승패, 나아가 국가 존망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품질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군의 공기와 같은 존재인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국방과학기술과 군수품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40년째 묵묵히 땀 흘리고 있다. 1일 기품원 창설 40주년을 기념해 미래 40년을 준비하는 기품원의 노력을 살펴보자.
기품원은 1981년 ‘국방품질검사소’라는 명패를 달고 힘차게 출발했다. 이후 개편을 거듭하며 2006년 지금의 이름으로 정착됐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업무영역도 점차 확대·전문화됐다. 기품원은 창설 때부터 주 임무였던 군수품의 양산·운영유지 단계의 품질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최근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까지 맡으며 진정한 ‘총 수명주기 군수품 품질관리’ 업무 수행에 나서고 있다.
품질관리의 패러다임 전환
주목해야 할 분야는 앞서 언급한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다. 수질관리를 예로 들어보자.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하류의 수질관리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상류의 수질관리가 필수다. 기품원은 이 ‘상류’에 주목했다. 허건영 기품원장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개입해 품질기획과 품질관리, 양산단계 품질보증, 양산 후 품질개선에 이르는 총 수명주기에 걸쳐 품질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기체계 품질관리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단초는 2019년 7월 마련됐다. 당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2019~2023 군수품 품질관리 기본계획’이 심의·의결됐다. 양산단계 중심 품질관리의 틀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단계부터 모든 수명주기의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선제적 예방활동 형태의 품질관리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품원은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기품원은 각 무기체계 사업별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를 위해 품질관리수준(LQM), 품질관리지원팀(QMST), 품질통제점(QCG) 제도를 도입했다. 또 연구개발 단계의 품질관리 체계화를 위한 무기체계 신뢰성·양산성 확보를 위해 요구사항 추적관리와 위험품목 관리 등 예방적 업무 수행을 실시하는 한편 소요군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품질문제를 분석해 개선 요구사항을 신규 무기체계 개발사업 설계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해·공 무기체계를 넘어 우주무기 체계 사업에 대한 개발품질관리 업무를 확대하는 등 업무영역 확대도 꾀하고 있다.
총 수명주기 품질관리 체계 고도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기품원은 최초 양산단계 품질관리 체계화 활동을 위해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 지원 인력을 포함한 최초 양산 품질관리 전담 조직을 구성·운영하며 품질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품질 이력들을 토대로 품질 취약요소를 전담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는 연구개발 이력과 과거 계약 이행 실적을 활용해 품질위험 요소를 과학적·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초양산 위험식별 도구를 개발하고, 최초양산 품질관리 전담조직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세우고 있다.
후속 양산단계 품질보증 분야도 진화 중이다. 기품원은 품질이 안정된 품목에 대해 품질관리 우수기업의 자율적 품질보증 활동 수행을 확대하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선택품질보증형(Ⅱ형)’ 지정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품원은 선택품질보증형 선정기준과 절차를 개선해 해당 품질보증 형태의 대상을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다.
기품원은 품질을 매개로 기업과 소요군을 잇는 가교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대군근접지원반을 신설, 강원도 인제군 국방종합시험단에 위치한 동부지역사무소를 열며 전방지역에서 신속한 근접 대군기술지원에 나섰다. 아울러 현장 중심의 능동적인 대군 기술지원을 위해 납품 후 규격 일치성 여부를 확인하고 운용 불편사항이 발생한 품목에 대한 품질 신뢰성 검증 시험을 수행하는 ‘야전 품질 패트롤’의 검증대상도 확대했다.
기품원 관계자는 “소요군의 만족도 향상과 전투력 극대화를 위해 이미 전력화된 무기체계일지라도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소요군의 불만과 개선 효과가 큰 품목을 우선 선정해 품질개선 과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대적 흐름인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품질관리도 시작했다. 기품원은 군수품의 모든 수명주기 동안 식별되는 품질 빅데이터의 획득·분석·관리를 위해 국방품질종합정보체계 고도화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품질 빅데이터 결과는 품질위험과 품질개선 대상 식별에 활용되고 있다.
표준화·품질인증 및 신뢰성 확보
표준화·품질인증과 신뢰성 확보도 기품원의 중요한 임무다. 기품원은 무기체계 연구개발 신뢰성 검증 강화를 목표로 체계 신뢰·가용·정비도(RAM) 분석과 개발단계 소프트웨어(SW) 품질관리를 위한 기법을 연구해 신뢰성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 야전장비 가동률 극대화를 목표로 신뢰성 분석의 실효성 향상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뢰성 분석 기초자료를 갖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기품원은 우리 군에서 수집한 자료로 신뢰성 분석 기초자료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의 개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북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자료 사용에 따른 현실과 분석결과의 불일치를 상당 수준 개선해 획득과 운용유지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기품원은 새로 부여된 국방규격관리 업무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국방 표준화 사업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단체표준 제정을 확대하고 온라인 단체표준 종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해 표준 제·개정과 활용의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부품단종관리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도 높여나가고 있다. 기품원은 주요장비에 대한 단종품목을 매년 조사·분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부품단종관리 정보체계를 구축하고 부품단종 정보를 데이터화 해 소요군과 기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 인증기반의 품질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체의 품질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제품기반 인증제도를 새로 도입해 운영유지단계 수리 부속류의 우수 조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감항인증 전문성 강화
군용 항공기 감항인증은 기품원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다. 감항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을 견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감항인증은 항공기 개발·개조 시 구조, 강도, 성능 등이 비행하기 적합한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췄는지를 확인해 항공기가 총 수명주기 동안 비행 안정성이 있다는 것을 인증하는 제도다.
기품원은 군용 항공기 감항인증 분야 정책·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한 기관이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고도화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기품원은 감항인증 전문교육기관 지정을 통해 교육·자격체계를 확립하고 표준 감항인증기준 개정과 관련 기준·절차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표준 감항인증 기준을 포함한 감항인증 기준 적용 가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20년 개발한 소형 회전익무인기 표준 감항인증에 연계해 중·소형 회전익무인기 감항인증 전담기관 지정을 위한 업무체계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 미비한 소형 회전익무인기 비행 안전성 검증 시험장을 2026년까지 구축해 비행 안전성 평가와 시험평가 전문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허 원장은 “시험장이 구축되면 중소기업이 개발한 군용 소형 무인기의 종합평가와 표준화가 가능해져 국내 드론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품원은 현재 ‘품질 보증’을 넘어 ‘품질 경영’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찬 도약을 하고 있다. 우리 국방의 필수불가결적 존재인 기품원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이렇게 품질관리의 진화를 위한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맹수열 기자
허건영 기품원장 인터뷰
“전문성 강화에 역점… 대외적 위상 높일 것”
“‘품질’이라는 기능을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고심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보다 확장된 개념인 ‘품질경영’의 여러 기능들을 더 확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기품원 창설 4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경남 진주시 기품원 본원에서 만난 허건영 기품원장은 ‘본질’에 대한 접근을 강조했다. 취임 2개월 남짓 된 ‘신임 기관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 원장이 그리는 기품원의 비전은 깊이가 있었다. 취임 전 육군항공작전사령관, 합참 전력기획부장 등 군사력 건설을 위한 주요 보직을 거친 ‘전력통’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기품원을 한 마디로 ‘신뢰를 담보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기품원은 우리 군에 들어오는 모든 무기·전력체계, 군수품이 운영·유지되는 모든 과정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기관입니다. 우리 군이 믿을만한 물자를 가지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기품원이 보장하는 셈이죠.”
허 원장은 품질보증을 넘어 품질경영으로 수행하고 있는 기품원의 역할을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품질보증은 기품원 업무의 일부분이고, 전체를 설명하는데 제한되는 면이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일은 좀 더 넓은 개념인 품질경영이죠. 저는 앞으로 품질경영의 여러 기능들을 더욱 확장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이런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기품원 구성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주문했다. 허 원장은 “제대로 된 품질경영을 위해서는 개발자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무기체계가 잘 개발되고 있는지, 생산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소요군은 잘 쓰고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기술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지와 같은 총 수명주기에 걸친 품질관리를 전담하는 것이 기품원이죠. 더불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 하죠. 저는 개인과 조직의 전문성을 모두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취임 뒤 허 원장은 특히 대외 관계와 위상의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기관이 실제로 하는 역할이나 가진 역량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전체 무기체계의 총 수명주기에 걸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학술 활동, 교육, 인적자원 교류 등을 강화하면서 대외적인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활동들이 훗날 방위산업에서 기품원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찾는 힘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글=맹수열/사진=양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