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최근 입영 가능한 병 자원의 감소 추세와 급변하는 미래 전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선제 대응하기 위해 ‘첨단과학군’ 건설에 힘쓰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공계 과학기술 분야 석사과정 이상의 전문인력을 뽑아 입대 전 전공·경력과 연계해 군 내에서 이뤄지는 연구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군사과학기술병’ 제도를 신설했다.
나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육군종합군수학교 병기교육단 장비정비·탄약 연구센터 과학기술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업무를 맡은 후 군에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과학기술병이 하는 업무를 소개하고, 임무를 수행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과학기술병은 육군과학기술위원회 산하 과학기술그룹의 연구원으로 복무한다.
현재 속한 육군종합군수학교 병기교육단 연구센터에서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 장비정비·탄약 교육체계 구축’ ‘머신러닝 기반의 고장예측체계 연구’ 등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연구 활동 중 창출되는 성과에 대해 논문 기고를 할 수 있게 돼 있어서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에 ‘딥러닝 기반의 고장예측체계 활용 연구’를 주제로 포스터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연구는 군에서 운용 중인 다양한 장비들의 성능과 관련 있는 파라미터를 수집해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만으로 고장 시점과 유형을 예측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군 정비 적체율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군대에 온 이후,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서 ‘군대에서 제대로 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군대에 오면 오히려 더 재미있게 연구할 수도 있다고 답한다. 군에서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최신 기술 도입을 필요로 하고, 그러한 기술을 이해하고 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다 보면 ‘전공’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사고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는 협소한 전문 분야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군 복무 기간을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연구 시야를 넓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병 제도는 이공계 분야 연구자들에게 연구활동을 이어가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속한 병기교육단에서는 과학기술병에게 연구 업무만 배정해 주고, 자료 열람이나 세미나·학회 참여 등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이처럼 연구에 필요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주시는 병기교육단 간부님들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의 경험이 향후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군 생활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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