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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보금자리에 관하여

입력 2021. 06. 04   16:04
업데이트 2021. 06. 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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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상병 육군11사단 용포여단
김윤일 상병 육군11사단 용포여단

“조오련과 바다거북이 수영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몇 년 전 유행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나온 대화 주제 중 하나다. 지금으로 치면 ‘박태환과 바다거북이 수영 경주를 한다면’쯤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 질문은 흔히 ‘재능과 노력 중에 뭐가 더 중요한가’로 해석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바다거북이 이길 것이라고 본다. 박태환은 어쨌든 경기가 끝나면 뭍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바다거북은 물에 있으면 그게 어디든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성공하기를 원한다. 성공의 기준이 돈 또는 명예가 될 수도 있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거나 큰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도 쉽지 않지만 때로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해 왔던 일이 돌아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닐 때, 지금까지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정작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모를 때, 쉬지 않고 달렸지만 멈춰보니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그렇다.

꿈을 좇는 것은 중요하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다거북이 아니다. 방황하거나 지칠 때는 잠시 멈춰서 쉴 뭍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것을 가족이라고 부른다. 가족이 꼭 부모님이나 형제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어릴 때부터 도움을 받았던 스승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전우가 될 수도 있고 아침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간부님이 될 수도 있다. 힘들 때 기대 쉴 수 있는 존재는 누구든 가족이 될 수 있다.

A가 적힌 성적표보다는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 한 그릇이 더 힘이 될 때가 있고, 첫 직장으로 가는 발걸음보다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거울 때가 있다. 힘들고 고된 일과는 전우들의 따뜻한 품속에서 잊을 수 있고, 누군가의 가시 돋친 말 한마디는 다른 사람의 “사랑한다”는 말로 치유된다. 가족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는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쉽게 잊는다. 안타깝게도 가족은 쉽게 익숙해지고, 그 소중함이 쉽게 잊힌다.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연락이 뜸해지기도 하고, 가까이 있는 전우에게 함부로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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