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 대해 미국 등 다국적군이 응징에 나선 ‘걸프전’은 현대전에 한 획을 그은 전쟁으로 평가된다. 최첨단 병기와 공군력을 보여준 전쟁이면서, 승리군 사상자 수가 이례적으로 매우 적었던 전쟁이었다.
특히 걸프전은 사상 첫 ‘우주전쟁’으로도 기록됐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 인근 카타르에서 위성항법체계(GPS)를 활용해 사막의 부대 위치를 확인한 바 있다. 미 구축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은 GPS 유도를 통한 정밀 타격 능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우주를 통해 군사작전을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이에 더해 미국은 2019년 12월 육군·해군·공군·해병대·해안경비대에 이은 여섯 번째 군 조직인 우주군(US Space Force)을 창설하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들이 군사적 측면에서 우주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우주 자산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우주로부터 지원이 있어야 전장 인식에서부터 지휘통제, 전력운용, 방호, 작전 지속 등을 보장할 수 있고 전장 전 영역에서의 우세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미래의 모든 분쟁은 우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 군의 우주작전 능력은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공군의 슬로건이 몇십 년 전부터 ‘하늘로 우주로’였지만, 추상적 구호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존 항공작전과 우주작전의 연계성을 구체화하고, 미래 항공우주력 발전 구상까지 마련했다. 향후 30년간 공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미래 구상인 ‘에어포스 퀀텀 5.0’을 통해서다.
여기에는 공군 창군 100주년이 되는 2050년 우주전력 위협에 대한 억제 능력까지 확보한다는 청사진이 담겨 있다. 한반도 상공의 다른 나라 정보 수집 위성을 감시하는 ‘위성감시통제대’ 창설이 그 시작이다.
특히 우리 군은 우주 전력 증강의 발목을 잡았던 한미 미사일 지침에서도 벗어나 국방우주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지난해 7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한국형 우주 발사체를 고체 연료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는 아예 이 미사일 지침을 폐기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 국방 분야 후속조치의 하나로 공중·해상 기반 우주발사체를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계획을 보고했다. 탑재체를 실은 로켓의 사거리 제한이 사라져 항공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우주 로켓을 발사하는 방안을 비롯해 먼 바다에 있는 선박에서 우주 로켓을 쏠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발사 장소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만큼 발사 방위각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발사체는 국제법상 발사 이후 고도 100㎞ 이내까지 다른 국가 영공을 직접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열도 및 중국 본토와 마주하고 있는 한국은 그간 지상에서 위성 발사 시 궤도를 계속 바꿔줘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쳤다.
단, 로켓의 크기가 제한되는 만큼 공중·해상 기반 발사체는 소형 위성을 여러 대 띄워 활용하는 군집 위성에 효과적이다. 우리 군은 감시·정찰 목적의 소형 군집 위성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단절에 대비한 저궤도 군집 위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42년 만의 미사일 주권 회복을 넘어, 우리가 만든 위성 자산 등이 우주 전장을 지배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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