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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공간 MZ세대 마음 잡아라”..명품 브랜드부터 한강공원까지 뜨거운 홍보 경쟁

입력 2021. 05. 31   16:21
업데이트 2021. 05. 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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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메타버스에 올라탄 광고

인터넷 패러다임 넘은 ‘확장 가상세계’
아바타 만들어 전 세계 2억 명과 소통
현실 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 활동
미디어·상거래 새 홍보 플랫폼 급부상

가상 한강공원 하루 만에 26만 명 방문
실감나는 콘텐츠 비대면 한국여행 인기


메타버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과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을 뜻하는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의 3차원 가상공간에서 아바타의 모습을 구현한 개인들이 현실 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게임 속에서도 현실처럼 활동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을 넘어설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국립국어원은 메타버스를 우리말로 ‘확장 가상세계’로 부르기를 권고했다.

메타버스는 소셜미디어의 기능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가상세계에서 친구들을 만나 일상을 나누고 생산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기업에서도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메타버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로 대표되는 샌드박스 게임 장르를 바탕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하면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샌드박스 게임은 게임 자체가 플랫폼이 되어 확장된 가상세계를 만들어간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제트에서 운영하는 제페토(ZEPETO)는 메타버스 기반의 플랫폼이다. 제페토에 가입한 회원들은 인공지능 얼굴인식 기술과 증강현실(AR) 및 3D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전 세계의 2억 명과 가상공간에서 소통한다. 제페토는 무엇이든 가능한 나만의 아바타 플랫폼이자 세계인과 소통하는 글로벌 소통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제페토 월드’에서 만난 아바타 친구들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 누구든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제페토의 매력은 이용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제페토에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명품 브랜드 광고 (2021).  필자 제공
제페토에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명품 브랜드 광고 (2021). 필자 제공


기업들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메타버스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구찌는 제페토와 ‘구찌 하우스’(2021)라는 협업을 진행했다. 이용자들은 캐릭터에 구찌 아이템을 입혀보며 자연스럽게 상품에 친해진다. 이용자들은 구찌, 나이키, 디즈니, 컨버스, 푸시버튼 같은 패션 브랜드가 입점한 제페토에서 내부 유료 화폐인 ‘잼(Zem)’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버버리는 ‘B 바운스’라는 게임을 만들어 버버리 상품을 활용해 게임을 하게 했다. 이 밖에도 여러 민간 기업에서 메타버스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가상 한강공원 홍보물 (2020).  필자 제공
한국관광공사의 가상 한강공원 홍보물 (2020). 필자 제공

한국관광공사의 가상 한강공원 홍보물 (2020).  필자 제공
한국관광공사의 가상 한강공원 홍보물 (2020). 필자 제공

한국관광공사의 가상 한강공원 홍보물 (2020).  필자 제공
한국관광공사의 가상 한강공원 홍보물 (2020). 필자 제공


민간에 뒤질세라 공공 분야에서도 광고홍보 활동에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0년 11월,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한국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제페토에 구축해 세계에 선보였다. 제페토에 만들어진 가상 여행지는 서울의 한강공원이었다. 코로나19로 한국 방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말을 비롯해 영어, 중국어, 일어, 인도네시아어 등 5개 국어로 서비스한 결과, 한강에 아바타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하루 만에 26만 명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들은 제페토에 마련된 가상 한강공원에서 반포대교의 무지개분수와 남산N타워를 감상하며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서울의 밤도깨비 야시장을 재현한 플리마켓이나 푸드트럭을 체험하고, 편의점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수상택시나 튜브스터를 타고 한강에서 체험 여행을 할 수 있다. 한강공원을 배경으로 브이로그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자신의 SNS에 공유할 수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강공원 체험 외에도 메타버스 기반의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성격유형 검사인 MBTI 결과에 따라 한국 여행지를 추천받는 미니게임이나 이용자가 직접 만드는 국내 관광지도 제작 콘테스트도 실시했다. 2021년 설 연휴 기간에는 걸그룹 ‘있지(ITZY)’의 아바타들이 가상의 한국 여행지를 소개했다. 메타버스 기반의 플랫폼에서 디지털 실감 콘텐츠를 활용해 비대면 시대에도 얼마든지 한국 여행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일찍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광고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2020년 9월, 방탄소년단(BTS)은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영상을 슈팅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에 최초로 공개했다. TV,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 게임의 콘서트장에서 신곡을 발표한 것이다. 3억5000만 명의 가입자 중에서 100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메타버스 게임 공간에 방탄소년단이 등장하자 세계의 팬들은 함께 춤추며 열광했다.

기업이나 광고업계에서는 이용자의 대부분이 MZ세대인 메타버스를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주목한다. 제페토의 회원 2억 명 중에서 80%가 10대들이다. 미국의 게임 플랫폼이자 메타버스 게임으로 급부상한 ‘로블록스(Roblox)’는 이용자의 83%가 24세 이하이고, 55%가 16세 미만이다.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가 인기를 끄는 데 비해 전통적인 디스플레이 광고의 인기는 한풀 꺾일 것이다. 그렇지만 광고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올라타 가상세계에서 가능한 광고의 모든 기회를 종합한다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닐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질수록 메타버스의 영역은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이용자들이 ‘확장 가상세계’에서 게임을 하면서 친구도 만나고 생산 활동을 하면서 수익까지 올린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미디어와 상거래의 미래를 열어갈 테고, 앞으로의 광고 환경도 MZ세대에게 친숙한 메타버스 기반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기업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판을 뒤집는 진화된 종(種·species)이다. 우리는 지금 진화의 정점에 서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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