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김관용 조명탄] ‘명품 국산무기’ K9 자주포의 진화

입력 2021. 05. 24   15:40
업데이트 2021. 05. 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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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이데일리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김관용 이데일리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자주포는 재래식 무기인 견인포에 기동성과 생존성을 더한 현대식 무기다. 스스로 달리는 화포라는 의미의 자주포는 전차처럼 궤도에 포를 장착하고 장갑을 강화한 형태다. 전차가 적을 향해 돌격해 직사화기로 공격하는 무기라면, 자주포는 후방에서 적을 곡사화기로 포격하는 방식으로 아군의 전투를 지원한다.

1997년 12월 5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 ADD 관계자들과 방산업체 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 관계자들은 시제 1호 K9 자주포에 올랐다. 개발 중인 K9 자주포의 화력성능 시험을 위해서였다. 최대 발사속도 시험을 위한 첫 발이 나간 이후 9초 뒤 두 번째 탄이 발사됐다. 이어 세 번째 탄이 발사돼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탄이 나오지 않았다.

시제 1호 자주포 뒷문에 불꽃이 비치고 이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내부에 불이 붙은 것이다. 삼성테크윈 소속 탄약수가 가장 먼저 탈출하고 이어 ADD 소속 부사수와 포반장이 자주포 밖으로 뛰쳐나왔다. 가장 늦게 화염을 뚫고 탈출한 이는 사수를 맡은 삼성테크윈 직원이었다. 심한 화상을 입고도 “다른 사람들은 다친 데 없느냐”고 묻던 그는 사고 한 달 뒤 세상을 떠났다.

독일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사거리 40㎞급 52구경장 K9 자주포는 개발자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탄생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1998년 겨울에는 눈밭에서 이동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눈을 기다리다가 눈이 쌓이지 않아 스키장을 빌려 시험평가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K9 자주포는 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 무기다. 앞서 K55 자주포가 있긴 했지만, 이는 미국과 155㎜ M109A2 자주포 기술 도입 생산 협정을 체결해 공동생산한 무기였다. 우리 군은 1000여 대의 K55 자주포를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K9 자주포 자체 개발에도 성공했다. 도입이 결정된 지 9년 만인 1999년 K9 자주포가 군에 납품됐다. 처음으로 K9 자주포를 받아간 곳은 육군이 아닌 해병대였다. 1호 장비는 연평도에 배치됐다. 같은 해 6월 15일 발생한 제1연평해전 때문이었다. 이때 배치된 K9 자주포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적 포격에 맞서며 실전 경험도 쌓았다.

최근 군에 도입되고 있는 K9 자주포는 개량형인 K9A1이다. 자동사격통제장치, 위치확인장치, 조종수야간잠망경, 보조동력장치, 후방카메라 등을 개량 또는 추가한 장비다. 이에 더해 K9 자주포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9A1에서 반자동이던 포탄 및 장약 장전과 신관 시한 설정을 완전 자동화해 원격 운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주포 운용 인원을 현재 5명에서 2명으로 줄일 수 있다. 사격속도는 기존 분당 6발에서 9발로 늘어난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독일 PzH2000을 넘어서는 성능이다.

‘2021~2025 국방중기계획’과 ‘육군비전 2050’에 따라 K9 자주포는 차체 기동까지 완전히 무인화한 원격무인조종 방식의 K9A3로 진화할 예정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지능형 차세대 자주포의 탄생도 예상된다.

국산 전차·장갑차와 함께 미래 한반도 지상작전을 주도할 K9 자주포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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