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이수훈 특별기고] 기대 이상의 방미 성과… 이제 ‘이후’가 중요하다

입력 2021. 05. 23   16:24
업데이트 2021. 05. 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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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추모의 벽 모형 제막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로이드 오스틴(맨 오른쪽) 미 국방장관, 참전용사 등과 추모의 벽 모형을 제막한 뒤 이를 축하하는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추모의 벽 모형 제막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로이드 오스틴(맨 오른쪽) 미 국방장관, 참전용사 등과 추모의 벽 모형을 제막한 뒤 이를 축하하는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19일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이번 워싱턴 방문은 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이며 2019년 4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으로 일본의 스가 총리를, 두 번째 정상회담으로 문 대통령을 초청함으로써 미국의 대외전략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 민주당 소속,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문 대통령과 올해 초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 간 인식차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이 큰 관심을 끈 이유다.

문 대통령은 방문 첫 일정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했다. 한국전 전사자들이 잠들어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는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미 대통령들이 취임 직후 찾는 곳이다. 대공황 시기 뉴딜을 추진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방문 일정에서부터 한미동맹에 대한 문 대통령의 굳건한 의지가 드러났다.

국가 간 정상회담이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다. 회담 전 양국의 실무진들은 의제 조율을 통해 공동성명에 담길 내용을 미리 정하고, 전체 일정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따라서 설계된 각본대로 정상회담의 결과가 도출된다면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 역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단, 모든 회담과 외교에는 성과와 한계가 있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의 서론은 세계가 재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철통 같은 동맹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민주적 규범, 인권과 법치의 원칙을 공유하는 한미동맹을 지역 및 세계 질서의 핵심축으로 추구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동맹의 세계적이고 포괄적인 역할을 강조했으며, 그 내용은 한반도·지역·글로벌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두 정상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국 방어에 대한 공약을 확인했다. 이는 한미 간 2+2회담과 얼마 전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언급된 내용이다. 나아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과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의지도 확인했다. 여기서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한다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안보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개정된 미사일 지침을 해제함으로써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는 한국의 안보적·경제적·주권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성과다. 한편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그 상황에서 미국의 대응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북한 의제와 관련,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임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실용적인 접근법에 기초한 대북외교를 환영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미 대북정책 수립에 한국의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두 정상은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인권 문제를 공동성명에 명시한 배경에는 미국의 요청이 있었을 것이며, 이에 대해 한미 정상이 의견을 모은 것은 고무적이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정책에서 대북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한미 간 비핵화 시간표에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답변을 함으로써 그동안 제기되어 오던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지연에 관한 논란을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성김 대표는 6자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에 줄곧 관여해 왔고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한반도 전문가다. 대북정책 수립에 있어 한미공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한반도를 잘 아는 한국계 성김을 대북특별대표로 지명했다는 것은 비핵화를 위한 한미공조에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지역 차원 논의에서 한미 정상은 신남방정책과 인도 태평양 구상을 연계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쿼드는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차원에서 명시되었다. 공동성명 내 아세안과의 협력, 쿼드는 중국 변수를 고려한 수준에서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의견이 관철된 결과일 것이며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인식하면서” 한미가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는 세계적 도전과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미는 이번 회담에서 기술 및 투자 협력을 통해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지원하고 인공지능, 5G·6G, 바이오 기술 발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규모 투자를 약정한 삼성, SK, LG 대표들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나아가 두 정상은 석탄발전 금융지원 중단,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관한 협력을 이루기로 합의했고, 미국의 백신 생산 업체와 한국의 첨단기업 간의 보건 협력을 기반으로 한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보장하여 팬데믹 방지 능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제때 예측, 방어하지 못하고 당시 중국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세계보건기구를 재편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55만 명의 한국군 장병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과 접촉이 많은 한국군에게 백신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백신 빅딜을 기대했던 국민은 아쉽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 강화와 세계적 역할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으나 한미의 포괄적 전략동맹의 정의와 역할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의의가 있다.

문 대통령은 미 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발전의 근원은 민주주의이고 그 바탕에는 한미동맹이 있다며 한미동맹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국제정치에서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생존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맹은 필수적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실질적 국익을 실현하고 지역·글로벌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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