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수실에서

[이진성 천년지대군 교수실에서] 난독증을 이겨라

입력 2021. 05. 17   16:10
업데이트 2021. 05. 17   16:13
0 댓글
이 진 성 해군사관학교 작전학과장·소령
이 진 성 해군사관학교 작전학과장·소령

이미 이 신문을 읽고 있는 당신은 난독증 환자가 아닐 테지만, 오늘날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증상은 지능과 시각, 청각이 모두 정상인 나와 당신에게도 쉽게 찾아온다. 사례와 원인, 예방과 치료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난독증은 상관에게서 쉽게 볼 수 있다. 당신이 열심히 작성한 보고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날 늦은 밤까지 작성하고 결재를 올렸는데, 결재는커녕 읽은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읽어놓고 “이게 무슨 말이야!”라고 호통치기도 한다. 그의 난독증은 누구의 책임일까?

당신은 어떠한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공문을 읽고 결재하지만, 도무지 어떤 말인지 모르겠고 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장엔 제목부터 어려운 책들이 이미 잔뜩 꽂혀 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갖가지 교범과 간행물, 진중문고가 도착한다. 도대체 이 책들은 왜 주는 걸까?

답부터 말하면 상관의 읽기 평가 성적은 당신의 쓰기 평가 성적이고, 당신의 책상과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문서와 책들은 당신과 부대원들의 읽기 숙제다. 물론 보고서와 시행문, 교범 같은 것과 교양으로서의 쓰기와 읽기는 그 성격이 다르지만 모두 나와 당신의 난독증과 관계가 있다.

우리는 읽지 않고, 보고 듣는 정보에 길들여졌다. 인터넷 신문의 머리기사, 그림, 사진과 영상이 익숙하고, 책은 표지와 서평, 댓글로 내용을 파악하며, 정리해서 읽어주는 방송도 즐겨 본다. 부대에서도 문서나 책보다는 프레젠테이션과 브리핑을 반긴다.

이렇게 쉽게 정보를 접한 당신은 조금만 글이 길어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당신의 이 난독증은 당신의 형편없는 문서를 통해 상관과 불특정 다수의 읽는 이에게 전염되기도 한다. 주요 증상과 징후는 오독과 오해, 불통과 짜증이다.

그렇다면 난독증의 예방과 치료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올바른 글 읽기와 미디어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읽기 쉬운 정보는 잃기도 쉬운 법,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 읽으라. 수많은 자료와 첩보, 지식 가운데 나와 우리 군에 필요한 정보를 읽어내야 한다.

군 정책·전략서와 직무 관련 교범은 장교의 필독서다. 교리를 이해하면 목표에 따라 전투력을 집중하고, 지휘통일을 이룰 수 있다. 공문서를 쓰고 읽을 때는 관련 근거를 확인하라. 당장은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업무의 목적과 절차를 이해해 필요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주고받을 수 있다.

국방 분야의 학술도서와 논문, 기사는 당신의 전문지식이 돼 전략적 사고를 도울 것이며,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를 줄 것이다. 상관과 부대원, 가족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진중문고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인기·우수도서도 도움이 된다.

정보를 읽는 사람이 될 것인가, 받아들이는 사람이 될 것인가? 당신이 가진 정보의 중요도와 신뢰도가 당신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난독증은 물론, 지금도 끊임없이 빅데이터를 딥러닝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이길 방법은 나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선택해 읽는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