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기업 ‘플라스틱…’ 시리즈
오염 몸살 해양 생태계 충격 묘사
해수부, 2013년 세계 최초로 제정
바다 사막화 방지 인위적 조류 조성
슬로건 만들어 온 국민 캠페인으로
제8회 바다식목일 포스터 (2020).
4월 5일 식목일 말고, 바다에도 식목일이 있다. 5월 10일은 우리 정부에서 세계 최초로 제정한 바다식목일이다. 식목일은 누구나 다 알겠지만, 바다식목일은 조금 생소하리라. 2012년 1월에 ‘수산자원관리법’이 개정돼 2013년 제1회 바다식목일 행사를 열었다. 그 후 해마다 5월 10일에 전국의 바닷가에서 바다식목일을 기념하는 이색적인 행사를 개최해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해양 보호 캠페인(2011)을 전개하며 바다에 쌓이게 되는 플라스틱의 문제점에 대해 일찍부터 경고해왔다. ‘플라스틱 페트병’ 편, ‘플라스틱 숟가락’ 편, ‘플라스틱 스터러’ 편이라는 시리즈 캠페인에서 해양 보호의 필요성을 세계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 캠페인은 필리핀의 광고회사 비비디오 게레로(BBDO Guerrero)에서 만들었다. “플라스틱의 70%가 바다에 남습니다(70% of plastic ends up in the sea).” 같은 슬로건이 모든 광고물에 똑같이 쓰였다. 디자인 스타일도 유사해 한눈에 봐도 시리즈임을 알 수 있다.
2011년 제작된 세계자연기금의 해양 보호 캠페인 광고 ‘플라스틱 페트병’ 편. 필자 제공
2011년 제작된 세계자연기금의 해양 보호 캠페인 광고 ‘플라스틱 숟가락’ 편. 필자 제공
2011년 제작된 세계자연기금의 해양 보호 캠페인 광고 ‘플라스틱 스터러’ 편. 필자 제공
먼저, ‘플라스틱 페트병’ 편을 보자. 플라스틱 페트병과 병뚜껑들이 바다 밑 암반 위에 쌓여 있어 마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산호처럼 보인다. 바다 바닥의 70%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신음하고 있다는 내용을 환기하기 위해 이렇게 표현했다. 언뜻 보면 산호 같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인간이 쓰다 버린 플라스틱 페트병과 병뚜껑들이 바위에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다 생명체인 뇌 산호와 부채꼴 산호를 페트병 쓰레기 모양으로 제시하며 해양 오염이 저토록 심각하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으로, ‘플라스틱 숟가락’ 편에서는 플라스틱 숟가락이 마치 바다 밑의 암반에 붙어 서식하는 해조류처럼 보인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연안 암반 지역은 해녀들이 수산물을 채취하는 바다의 밭이자 해조류가 서식하는 바다의 숲이다. 그런데도 미역, 김, 다시마, 파래, 톳, 매생이 같은 해조류는 눈에 띄지 않는다. 광고 디자이너는 오로지 플라스틱 숟가락만 바닷물에 너울대며 춤추는 것처럼 솜씨를 발휘했다. 바닷속의 해양 생태계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스터러’ 편에서는 사람들이 버린 수백 개의 스터러를 모아 바다 밑 암석에 착생하는 말미잘의 촉수처럼 표현했다. 스터러(stirrer)란 액체 등을 휘저어 섞는 플라스틱 막대기를 말한다. 말미잘의 촉수가 화려한 꽃처럼 하늘거리기 때문에 말미잘을 보통 바다의 아네모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광고 디자이너는 말미잘의 촉수를 실제가 아닌 플라스틱 스터러를 모아 실제처럼 화려하게 표현했다. 디자이너의 솜씨를 칭찬해야 할지 나무라야 할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 캠페인에서는 심각한 해양 오염을 경고하며 바다를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필리핀과 태평양의 섬 일대에서는 플라스틱의 70%가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바다 바닥의 70%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쌓여 있다면 어떤 게 바다 생물이고 어떤 게 쓰레기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겠다. 태평양의 일부 지역에서는 플라스틱 입자가 어류의 주요 먹거리인 플랑크톤보다 커서 실수로 플라스틱 입자를 먹는 물고기들도 많다고 한다. 플라스틱 입자가 우리네 식탁에 올라오는 상황도 이미 시작됐을 듯하다.
시리즈 캠페인의 카피와 디자인 솜씨가 무척 뛰어나다. 보통의 상품 광고에서가 아니라, 플라스틱 폐기물을 얄미울 정도로 아름답게 표현했으니 더 안타깝다. 사람들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70%가 바다에 버려진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서도 설마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폐사된 바다 생물의 내장에서 플라스틱을 꺼내는 장면을 봐도 이제 놀랍지도 않다. 크레이그 리슨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A Plastic Ocean)’(2016)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해양 생태계의 현실을 충격적으로 묘사했다. 이미 오래전 영화에서 경각심을 환기했는데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에서 2013년부터 바다식목일 행사를 개최한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바다식목일은 바다의 사막화 현상을 막기 위해 해조류를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행사다. 바다 사막화란 해조류가 죽어가고 바다 생물이 감소해 바다가 사막처럼 변하는 현상이다. 육상의 산림이 황폐화되면 바로 눈에 띄지만, 바다의 사막화는 물 밑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관찰하기 어렵다. 바다의 사막화 현상을 우리나라에서는 ‘갯녹음’이라고 한다. 얕은 바닷가를 뜻하는 ‘갯’과 식물의 잎이 녹아내리는 이상 현상인 ‘잎녹음’의 ‘녹음’을 조합해 만든 합성어다.
갯녹음으로 인해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사라지면 해양 생물이 자라지 못해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장이 부족해져 먹이사슬이 깨진다고 한다. 갯녹음의 진행을 막으려면 해조류가 모여 육상의 숲처럼 무성하게 자라나도록 바다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바다 숲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양수산부는 산림 녹화의 성공사례를 바다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5만4000㏊의 바다 숲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해마다 바다식목일에 슬로건이 발표됐다. “바다를 풍요롭게 건강하게!”, “바다에 심는 생명, 바다가 품는 미래”, “함께 만드는 숨 쉬는 바다”, “우리 바다 되살리기”, “함께 그린(GREEN) 바다, 함께 그린 미래”, “바다에게 생명을, 우리에게 미래를” 같은 슬로건이다. 4월 5일의 식목일처럼, 5월 10일의 바다식목일을 국민적인 환경보호 캠페인으로 확산하기 위한 취지에서 슬로건을 발표했다.
하지만 반짝 행사만으로는 온 국민의 캠페인으로 확산되기 어렵다. 바닷속에 인위적으로 해조 숲을 조성하는 바다 식목은 육상의 식목에 비해 훨씬 어렵고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진행하는 반짝 행사를 넘어서 온 국민의 캠페인으로 정착하려면 일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 행동이 중요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함부로 버리지 않는 우리 손끝에서 바다식목일의 진정한 가치가 살아나지 않을까?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필리핀 기업 ‘플라스틱…’ 시리즈
오염 몸살 해양 생태계 충격 묘사
해수부, 2013년 세계 최초로 제정
바다 사막화 방지 인위적 조류 조성
슬로건 만들어 온 국민 캠페인으로
제8회 바다식목일 포스터 (2020).
4월 5일 식목일 말고, 바다에도 식목일이 있다. 5월 10일은 우리 정부에서 세계 최초로 제정한 바다식목일이다. 식목일은 누구나 다 알겠지만, 바다식목일은 조금 생소하리라. 2012년 1월에 ‘수산자원관리법’이 개정돼 2013년 제1회 바다식목일 행사를 열었다. 그 후 해마다 5월 10일에 전국의 바닷가에서 바다식목일을 기념하는 이색적인 행사를 개최해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해양 보호 캠페인(2011)을 전개하며 바다에 쌓이게 되는 플라스틱의 문제점에 대해 일찍부터 경고해왔다. ‘플라스틱 페트병’ 편, ‘플라스틱 숟가락’ 편, ‘플라스틱 스터러’ 편이라는 시리즈 캠페인에서 해양 보호의 필요성을 세계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 캠페인은 필리핀의 광고회사 비비디오 게레로(BBDO Guerrero)에서 만들었다. “플라스틱의 70%가 바다에 남습니다(70% of plastic ends up in the sea).” 같은 슬로건이 모든 광고물에 똑같이 쓰였다. 디자인 스타일도 유사해 한눈에 봐도 시리즈임을 알 수 있다.
2011년 제작된 세계자연기금의 해양 보호 캠페인 광고 ‘플라스틱 페트병’ 편. 필자 제공
2011년 제작된 세계자연기금의 해양 보호 캠페인 광고 ‘플라스틱 숟가락’ 편. 필자 제공
2011년 제작된 세계자연기금의 해양 보호 캠페인 광고 ‘플라스틱 스터러’ 편. 필자 제공
먼저, ‘플라스틱 페트병’ 편을 보자. 플라스틱 페트병과 병뚜껑들이 바다 밑 암반 위에 쌓여 있어 마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산호처럼 보인다. 바다 바닥의 70%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신음하고 있다는 내용을 환기하기 위해 이렇게 표현했다. 언뜻 보면 산호 같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인간이 쓰다 버린 플라스틱 페트병과 병뚜껑들이 바위에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다 생명체인 뇌 산호와 부채꼴 산호를 페트병 쓰레기 모양으로 제시하며 해양 오염이 저토록 심각하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으로, ‘플라스틱 숟가락’ 편에서는 플라스틱 숟가락이 마치 바다 밑의 암반에 붙어 서식하는 해조류처럼 보인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연안 암반 지역은 해녀들이 수산물을 채취하는 바다의 밭이자 해조류가 서식하는 바다의 숲이다. 그런데도 미역, 김, 다시마, 파래, 톳, 매생이 같은 해조류는 눈에 띄지 않는다. 광고 디자이너는 오로지 플라스틱 숟가락만 바닷물에 너울대며 춤추는 것처럼 솜씨를 발휘했다. 바닷속의 해양 생태계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스터러’ 편에서는 사람들이 버린 수백 개의 스터러를 모아 바다 밑 암석에 착생하는 말미잘의 촉수처럼 표현했다. 스터러(stirrer)란 액체 등을 휘저어 섞는 플라스틱 막대기를 말한다. 말미잘의 촉수가 화려한 꽃처럼 하늘거리기 때문에 말미잘을 보통 바다의 아네모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광고 디자이너는 말미잘의 촉수를 실제가 아닌 플라스틱 스터러를 모아 실제처럼 화려하게 표현했다. 디자이너의 솜씨를 칭찬해야 할지 나무라야 할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 캠페인에서는 심각한 해양 오염을 경고하며 바다를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필리핀과 태평양의 섬 일대에서는 플라스틱의 70%가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바다 바닥의 70%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쌓여 있다면 어떤 게 바다 생물이고 어떤 게 쓰레기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겠다. 태평양의 일부 지역에서는 플라스틱 입자가 어류의 주요 먹거리인 플랑크톤보다 커서 실수로 플라스틱 입자를 먹는 물고기들도 많다고 한다. 플라스틱 입자가 우리네 식탁에 올라오는 상황도 이미 시작됐을 듯하다.
시리즈 캠페인의 카피와 디자인 솜씨가 무척 뛰어나다. 보통의 상품 광고에서가 아니라, 플라스틱 폐기물을 얄미울 정도로 아름답게 표현했으니 더 안타깝다. 사람들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70%가 바다에 버려진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서도 설마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폐사된 바다 생물의 내장에서 플라스틱을 꺼내는 장면을 봐도 이제 놀랍지도 않다. 크레이그 리슨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A Plastic Ocean)’(2016)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해양 생태계의 현실을 충격적으로 묘사했다. 이미 오래전 영화에서 경각심을 환기했는데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에서 2013년부터 바다식목일 행사를 개최한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바다식목일은 바다의 사막화 현상을 막기 위해 해조류를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행사다. 바다 사막화란 해조류가 죽어가고 바다 생물이 감소해 바다가 사막처럼 변하는 현상이다. 육상의 산림이 황폐화되면 바로 눈에 띄지만, 바다의 사막화는 물 밑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관찰하기 어렵다. 바다의 사막화 현상을 우리나라에서는 ‘갯녹음’이라고 한다. 얕은 바닷가를 뜻하는 ‘갯’과 식물의 잎이 녹아내리는 이상 현상인 ‘잎녹음’의 ‘녹음’을 조합해 만든 합성어다.
갯녹음으로 인해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사라지면 해양 생물이 자라지 못해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장이 부족해져 먹이사슬이 깨진다고 한다. 갯녹음의 진행을 막으려면 해조류가 모여 육상의 숲처럼 무성하게 자라나도록 바다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바다 숲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양수산부는 산림 녹화의 성공사례를 바다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5만4000㏊의 바다 숲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해마다 바다식목일에 슬로건이 발표됐다. “바다를 풍요롭게 건강하게!”, “바다에 심는 생명, 바다가 품는 미래”, “함께 만드는 숨 쉬는 바다”, “우리 바다 되살리기”, “함께 그린(GREEN) 바다, 함께 그린 미래”, “바다에게 생명을, 우리에게 미래를” 같은 슬로건이다. 4월 5일의 식목일처럼, 5월 10일의 바다식목일을 국민적인 환경보호 캠페인으로 확산하기 위한 취지에서 슬로건을 발표했다.
하지만 반짝 행사만으로는 온 국민의 캠페인으로 확산되기 어렵다. 바닷속에 인위적으로 해조 숲을 조성하는 바다 식목은 육상의 식목에 비해 훨씬 어렵고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진행하는 반짝 행사를 넘어서 온 국민의 캠페인으로 정착하려면 일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 행동이 중요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함부로 버리지 않는 우리 손끝에서 바다식목일의 진정한 가치가 살아나지 않을까?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