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LA 다저스 2라운드 지명
두산서 한국시리즈 우승 이끌어
“한국에 안 갔다면 기회 없었을 것
테임즈가 뛴 밀워키와 인연도 특별
KBO리그 출신이란 사실에 자부심”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년째 시즌을 맞이하는 조시 린드블럼. 지난해에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2021시즌은 일단 불펜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사진은 린드블럼의 시범경기 투구 장면. 사진=필자 제공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년째 시즌을 맞이하는 조시 린드블럼. 지난해에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2021시즌은 일단 불펜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사진은 2020년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던 모습. 사진=필자 제공
최근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취재하기 위해 애리조나와 플로리다를 오가다 텍사스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로 향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두 차례 시범경기가 이곳에서 펼쳐지고, 그중 한 경기에 양현종이 구원 투수로 등판하기 때문이었다(3월 30일, 한국시간). 지난해 개장한 신축 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 들어서니 초현대식 메이저리그 구장의 위용에 압도되는 듯했다.
경기 전 텍사스·밀워키 선수들이 모두 필드에 나와 몸을 풀며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데 외야에서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바로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MVP 출신인 투수 조시 린드블럼(34·밀워키 브루어스)이었다. 그는 한국 취재진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모자를 벗고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린드블럼은 밀워키 동료들에게 손하트 모양을 알려주면서 카메라를 향해 손하트를 보내라고 알려주기까지 했다.
린드블럼은 2008년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61번으로 LA 다저스에 지명됐다. 이후 필라델피아 필리스-텍사스 레인저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활약했고, 2015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했다. 2017년 다시 KBO리그로 돌아와 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를 거쳐 2020시즌 밀워키와 3년 보장 912만5000달러(한화 약 103억 원)에 계약하고 현재 메이저리거로 활약 중이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코로나19로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 2020시즌은 12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했다. 올해도 시범경기에서 4경기(3선발) 1승2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인상적이지 못한 활약을 펼쳤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개막 로테이션에서 탈락, 메이저리그 복귀 두 번째 시즌을 불펜에서 시작한다.
2020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조시 린드블럼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린드블럼은 같은 KBO리그 출신인 에릭 테임즈(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밀워키에서 활약했던 부분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테임즈가 이 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덕분에 나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구단이나 팀 메이트들이 KBO리그 출신인 내 커리어를 잘 이해해 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KBO리그에서 큰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잇따라 밀워키란 팀과 인연을 맺는다는 게 정말 특별한 감정을 갖게 한다.”
린드블럼은 밀워키 입단 초기에 미국 기자들로부터 KBO리그에서 활약한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KBO리그 출신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KBO리그에서 보낸 시간들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KBO리그에서 나와 함께한 선수들, 코치들 그리고 팬들이 보인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은 내 야구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투수로서 나를 성장시켜준 리그라고 생각한다. KBO리그나 메이저리그나 실력 좋은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똑같다. 그리고 또 투수로서 내가 해야 할 일들도 바뀌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적응을 잘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린드블럼은 2017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빅리그와 트리플A 팀을 오가다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갔을 때만 해도 자신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KBO리그에서 은퇴할 줄 알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올 줄 몰랐다.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나와 가족들이 KBO리그로 향했을 때는 별다른 기대를 갖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생활이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다. KBO리그에서 은퇴할 줄 알았다. 두산에서 보낸 2년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둔 부분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게 된 배경이 됐다고 본다. 만약 내가 한국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로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KBO리그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은 한국시리즈에서 팀이 우승했던 장면들이다. 동료들과 함께 큰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줬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했기 때문에 더 행복했고, 더 값진 우승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런 목표를 이루고 싶다. 내가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나 또한 좋은 성적으로 팀 우승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의 정상에 오른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1년 만에 텍사스 홈구장에서 마주한 린드블럼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한국어 인사를 잊지 않았고, 친근했으며 여유로워 보였다. 린드블럼과 50m 정도의 거리에는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개막 로스터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현종이 서 있었다. KBO리그 출신의 에이스들이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재회한 셈이다. 린드블럼은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하는데 양현종은 어디서 시즌을 맞이할까?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한다면 양현종은 트리플 A팀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다.
2008년 LA 다저스 2라운드 지명
두산서 한국시리즈 우승 이끌어
“한국에 안 갔다면 기회 없었을 것
테임즈가 뛴 밀워키와 인연도 특별
KBO리그 출신이란 사실에 자부심”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년째 시즌을 맞이하는 조시 린드블럼. 지난해에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2021시즌은 일단 불펜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사진은 린드블럼의 시범경기 투구 장면. 사진=필자 제공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년째 시즌을 맞이하는 조시 린드블럼. 지난해에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2021시즌은 일단 불펜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사진은 2020년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던 모습. 사진=필자 제공
최근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취재하기 위해 애리조나와 플로리다를 오가다 텍사스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로 향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두 차례 시범경기가 이곳에서 펼쳐지고, 그중 한 경기에 양현종이 구원 투수로 등판하기 때문이었다(3월 30일, 한국시간). 지난해 개장한 신축 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 들어서니 초현대식 메이저리그 구장의 위용에 압도되는 듯했다.
경기 전 텍사스·밀워키 선수들이 모두 필드에 나와 몸을 풀며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데 외야에서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바로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MVP 출신인 투수 조시 린드블럼(34·밀워키 브루어스)이었다. 그는 한국 취재진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모자를 벗고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린드블럼은 밀워키 동료들에게 손하트 모양을 알려주면서 카메라를 향해 손하트를 보내라고 알려주기까지 했다.
린드블럼은 2008년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61번으로 LA 다저스에 지명됐다. 이후 필라델피아 필리스-텍사스 레인저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활약했고, 2015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했다. 2017년 다시 KBO리그로 돌아와 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를 거쳐 2020시즌 밀워키와 3년 보장 912만5000달러(한화 약 103억 원)에 계약하고 현재 메이저리거로 활약 중이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코로나19로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 2020시즌은 12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했다. 올해도 시범경기에서 4경기(3선발) 1승2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인상적이지 못한 활약을 펼쳤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개막 로테이션에서 탈락, 메이저리그 복귀 두 번째 시즌을 불펜에서 시작한다.
2020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조시 린드블럼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린드블럼은 같은 KBO리그 출신인 에릭 테임즈(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밀워키에서 활약했던 부분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테임즈가 이 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덕분에 나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구단이나 팀 메이트들이 KBO리그 출신인 내 커리어를 잘 이해해 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KBO리그에서 큰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잇따라 밀워키란 팀과 인연을 맺는다는 게 정말 특별한 감정을 갖게 한다.”
린드블럼은 밀워키 입단 초기에 미국 기자들로부터 KBO리그에서 활약한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KBO리그 출신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KBO리그에서 보낸 시간들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KBO리그에서 나와 함께한 선수들, 코치들 그리고 팬들이 보인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은 내 야구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투수로서 나를 성장시켜준 리그라고 생각한다. KBO리그나 메이저리그나 실력 좋은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똑같다. 그리고 또 투수로서 내가 해야 할 일들도 바뀌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적응을 잘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린드블럼은 2017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빅리그와 트리플A 팀을 오가다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갔을 때만 해도 자신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KBO리그에서 은퇴할 줄 알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올 줄 몰랐다.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나와 가족들이 KBO리그로 향했을 때는 별다른 기대를 갖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생활이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다. KBO리그에서 은퇴할 줄 알았다. 두산에서 보낸 2년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둔 부분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게 된 배경이 됐다고 본다. 만약 내가 한국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로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KBO리그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은 한국시리즈에서 팀이 우승했던 장면들이다. 동료들과 함께 큰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줬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했기 때문에 더 행복했고, 더 값진 우승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런 목표를 이루고 싶다. 내가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나 또한 좋은 성적으로 팀 우승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의 정상에 오른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1년 만에 텍사스 홈구장에서 마주한 린드블럼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한국어 인사를 잊지 않았고, 친근했으며 여유로워 보였다. 린드블럼과 50m 정도의 거리에는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개막 로스터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현종이 서 있었다. KBO리그 출신의 에이스들이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재회한 셈이다. 린드블럼은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하는데 양현종은 어디서 시즌을 맞이할까?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한다면 양현종은 트리플 A팀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