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이대화 조명탄] 오디오의 새로운 전성기 올까?

입력 2021. 03. 26   16:39
업데이트 2021. 03. 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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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 화 음악 저널리스트
이 대 화 음악 저널리스트


요즘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클럽하우스 얘기가 꼭 나온다. 개인적으로도 스피커로 불려 올라가 재밌게 얘기를 나눈 경험이 있다.

사석에서 나누는 대화 같아 친근하면서도 방송에 나간 듯 유익할 얘기만 골라 하게 된다. 전문적인 얘기를 친근하게 주고받는 데 최적화된 플랫폼 같았다. 이젠 서버가 한계인지 사람이 많은 시간엔 느려지기도 한다.

앞으로 SNS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사진과 영상 위주의 세상에 새로운 경험을 각인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트위터가 비슷한 서비스인 스페이스를 내놓은 것도 그 경험이 시대적 터닝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클럽하우스가 SNS에서 오디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려 하고 있다. 단순히 음원 사이트를 넘어 다양한 들을 거리를 갖춘 오디오 플랫폼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앵커·김릿 같은 세계적인 팟캐스트 기업을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에서 다음 성장 동력으로 팟캐스트를 골랐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스포티파이는 오디오계의 넷플릭스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오디오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디오와 달리 오디오는 게임을 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 공부를 하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청취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도 설거지나 청소를 하면서 팟캐스트를 틀어 놓길 좋아한다. 단순 노동에 곁들여 지루함을 덜어줄 수 있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기 계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 이어폰의 광범위한 보급과 음성 기반 AI 기기의 확산은 이런 오디오의 장점과 시너지를 낼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기존 매체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살리고 있다.

오디오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일단 영상에 비해 만드는 수고가 덜 든다. 영상은 촬영과 편집에 고가의 장비와 장시간의 노동이 소요되지만 팟캐스트 등은 힘들긴 하더라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특히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보다 간편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장점들이 제2의 오디오 전성기를 가져올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유료화다.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시장에 진입할 인재들이 없다면 그 장점은 꽃피울 수 없다. 결국 콘텐츠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튜브처럼 크리에이터들에게 일정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면 지속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현재 많은 방안이 실험 중이다. 유튜브처럼 광고 수익을 나누는 모델도 있고, 유료로 구독해야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도 있다. 클럽하우스의 경우 팔로어가 많은 모더레이터들에게 협찬 제의가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수익 모델이 정착되지 않으면 양질의 콘텐츠도 없다. 수익이 없으면 취미 선에서 멈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나 다름없는 요즘 세상에서 취미 수준으로 파고든 통찰력이 널리 유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들여 정제한 수준급 콘텐츠가 나오려면 영혼을 듬뿍 넣어도 아쉽지 않을 수익이 전제돼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오디오는 끝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은 반대의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 이제 하나의 플랫폼이 중심에서 나머지를 빨아들이는 시대는 지난 것 아닐까?

팟빵의 정경훈 콘텐츠제작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뭐 하나 생기면 그리로 가는 현상이 좀 수그러드는 것 같아요. 유튜브가 발전하면서도 다른 것이 같이 발전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젠 상호보완적 공존의 시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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