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시가 있는 풍경] 목련

입력 2021. 03. 25   15:25
업데이트 2021. 03.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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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권 식 시인
정 권 식 시인



비상을 꿈꾸면서
가지에 앉아있네

큰 날개 폈다 접고
날기만 기다린다

꽃보다
새가 되고픈
아름다운 그대여


<시 감상>

여전히 코로나19가 만행을 계속해도, 때가 되니 봄은 왔습니다. 다행히 백신도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예전과 같이 생활하려면 적어도 접종률이 70% 이상은 돼야 한다고 합니다. 아쉽고 힘들지만 조금 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봄이 되니 다투어 꽃이 핍니다. 창공으로 힘차게 뻗어 오른 나뭇가지에서 목련이 피고 있습니다. 시인의 눈에는 그 꽃이 막 날기를 준비하는 새로 보입니다. 시인은 ‘비상을 꿈꾸면서/가지에 앉아있’는 새가 ‘큰 날개 폈다 접고/날기만 기다린다’고 진술합니다. 목련 발화의 순간을 새가 비상하는 순간으로 포착한 것입니다. 시적 긴장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펼쳐내는 언술이라 하겠습니다. 꽃의 정적인 이미지를 새의 동적인 이미지로 치환하고, ‘꽃보다/새가 되고픈/아름다운 그대여’라고 노래하면서, 그것을 다시 사람으로 확대합니다. 꽃-새-그대로 이어지는 시의 전개를 통해 생명 본래의 역동성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형적인 운율도 깔끔하게 맛을 더합니다. 간결한 이미지와 운율의 조합이 돋보입니다.

이 시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 익숙한 리듬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정형적인 시조의 운율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는 평시조입니다. 짧은 시조이지만 좋은 시에서 맛볼 수 있는 은유와 메시지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시조는 시절가요라 하여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부를 수 있는 시문학입니다. 현대시의 산문화 경향과 난해한 언술에 보폭을 맞춰 시를 읽는 것도 나무랄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우리말 고유의 특성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시조 운율에, 쉽고 편안한 시어를 실어 부담 없이 짓고 읽는 것도 힘들고 복잡한 일상에 위안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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