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세계 물의 날’ 광고
낭비 경각심 높이고 물 부족 위기 경고
사자 몸속 수도관…수갑 형태 쏟은 물
절묘한 카피·비주얼로 강렬한 메시지
같은 주제를 다양한 접근법으로 변주
‘정책보다 중요한 건 일상의 실천’ 강조
3월 22일은 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었다. 1992년 12월 22일, 제47차 유엔(UN)총회에서는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를 받아들여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했다. 정부, 국제기구, 민간의 협력을 통해 지구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념일을 지정했고 1993년부터 관련 행사를 개최해왔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지정했다가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1995년부터는 3월 22일에 물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광고를 통해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아랍에미리트의 알아인동물원 광고 ‘사자’ 편(2012) 필자 제공
아랍에미리트의 알아인동물원(Al Ain Zoo)의 광고 ‘사자’ 편(2012)에서는 사자의 몸속까지 수도관이 연결되는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물 부족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Oman)의 경계에 있는 이 동물원에서는 더운 나라인 만큼 물이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당신이 물을 절약할 때 무엇을 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이 카피는 물이 부족했을 때 나타날 문제를 널리 환기하기에 충분했다. ‘사자’ 편 외에도 같은 시리즈 광고인 ‘나무’ 편과 ‘어린이’ 편에서 같은 디자인 정책을 유지했다.
오만의 로카(Roca) 광고 ‘엎질러진 물’ 편(2014).
필자 제공
오만의 소비재 브랜드인 로카(Roca)의 광고 ‘엎질러진 물’ 편(2014)에서는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 낭비를 범죄에 비유해 표현함으로써 물 부족의 문제점을 부각했다. 유리잔이 엎질러지자 물이 쏟아졌는데 쏟아진 물이 수갑 모양을 만들어버렸다. 쏟아진 물방울로 수갑 모양을 표현한 디자이너의 솜씨가 돋보인다. “물 한 방울 버리는 것도 자연에 대한 범죄다(Every wasted drop is a crime against nature).” 이 카피를 읽고 나면 물방울로 그려낸 수갑의 형상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카피와 비주얼이 어우러지면서 절묘한 광고가 탄생했다.
아르헨티나의 온다줄재단 광고 ‘우물’ 편(2014).
필자 제공
아르헨티나의 환경단체인 온다줄(OndAzul)재단의 광고 ‘우물’ 편(2014)에서는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에 대한 위기감을 환기했다. 광고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두툼하게 감겨 있는 두레박 줄만큼이나 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두레박 줄 옆에는 이런 카피가 붙어 있다. “더 힘들어질 뿐(It will only get harder).” 물을 아껴 쓰지 않는다면 광고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나게 긴 밧줄을 이용해야만 물을 길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에 충분하다. 간명하게 표현했지만, 대단히 위협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광고다.
유니세프의 광고 ‘양동이’ 편(2016). 필자 제공
유니세프의 ‘세계 물의 날’ 광고 ‘양동이’ 편(2016)에서는 물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오는 여인의 모습을 카피로 그림을 그리는 칼리그램으로 표현했다. 프랑스의 시인 아폴리네르는 일찍이 시에 형태를 불어넣는 시작(詩作) 형식을 제창하며 그런 형식을 칼리그램(불어 calligrammes, 영어 calligrame)이라고 명명했다. 문자로 그림을 그려낸 독창적인 글쓰기 방법이자 문자와 도상을 하나의 화폭에 표현하려는 ‘재현 회화’를 광고에서도 시도했다.
머리 위 양동이에서 머리까지의 카피는 이렇다.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모두가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86%의 사람들만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최빈국에서는 시골 사람의 14%가 강, 연못, 호수 같은 지표수(地表水)를 마십니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61%의 사람들만 안전한 물을 마십니다.” 왼팔에는 “최빈국의 시골 지역에서는 97%의 사람들이 수돗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라는 카피를, 오른팔에는 “날마다 3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설사병으로 죽는데, 대부분이 안전하지 않은 물 때문입니다”라는 카피를 배치했다. 몸체 부분에는 “수원(水源) 개선: 거주지, 토지, 마당, 이웃집 마당에 수도관 연결: 공공 수전, 급수탑: 펌프 우물(관정), 시추공: 굴착 우물 보호, 수원지 보호, 빗물”이라는 카피를 써서 칼리그램을 완성했다.
물의 날 광고는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접근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된다. 전문가들은 2035년까지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이 50% 증가하고 물 소비량도 85%까지 늘어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60억 명이라는 세계인구 중에서 28억 명은 여전히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고 있고, 25억 명은 전기가 불안정하게 공급되거나 전기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에너지와 물 분야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물의 날의 2020년 주제는 ‘물과 기후 변화’였고, 2021년 주제는 ‘물의 가치(Valuing Water)’였다. 물의 가치란 물값의 문제를 넘어 사람들이 물에 부여하는 환경적·사회적·문화적 가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유니세프는 기후 변화와 식수 자원의 감소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수년 내에 급속히 확장된다고 밝혔다. 또 2040년이 되면 전 세계의 어린이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6억 명이 수질 악화가 심각한 지역에서 살게 된다고 한다. 해수 온도의 상승, 눈과 얼음의 광범위한 용해, 평균 해수면의 상승 같은 기후 변화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기후 변화에 따라 각종 재해가 발생하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해 생명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물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 활동보다 중요한 것이 물 자원을 아끼려고 노력하는 일상에서의 실천이다. 물을 받아 세수하기, 절수형 샤워헤드 쓰기, 빨랫감을 모아서 세탁하기, 변기의 물 사용량 조절하기처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널려 있다. 물의 소중한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습관 하나쯤은 고쳐보려고 노력하는 실천 행동이 중요하다. 물의 가치는 미래의 가치로 축적되고, 작은 관심은 큰 가치로 돌아온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광고
낭비 경각심 높이고 물 부족 위기 경고
사자 몸속 수도관…수갑 형태 쏟은 물
절묘한 카피·비주얼로 강렬한 메시지
같은 주제를 다양한 접근법으로 변주
‘정책보다 중요한 건 일상의 실천’ 강조
3월 22일은 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었다. 1992년 12월 22일, 제47차 유엔(UN)총회에서는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를 받아들여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했다. 정부, 국제기구, 민간의 협력을 통해 지구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념일을 지정했고 1993년부터 관련 행사를 개최해왔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지정했다가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1995년부터는 3월 22일에 물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광고를 통해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아랍에미리트의 알아인동물원 광고 ‘사자’ 편(2012) 필자 제공
아랍에미리트의 알아인동물원(Al Ain Zoo)의 광고 ‘사자’ 편(2012)에서는 사자의 몸속까지 수도관이 연결되는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물 부족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Oman)의 경계에 있는 이 동물원에서는 더운 나라인 만큼 물이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당신이 물을 절약할 때 무엇을 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이 카피는 물이 부족했을 때 나타날 문제를 널리 환기하기에 충분했다. ‘사자’ 편 외에도 같은 시리즈 광고인 ‘나무’ 편과 ‘어린이’ 편에서 같은 디자인 정책을 유지했다.
오만의 로카(Roca) 광고 ‘엎질러진 물’ 편(2014).
필자 제공
오만의 소비재 브랜드인 로카(Roca)의 광고 ‘엎질러진 물’ 편(2014)에서는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 낭비를 범죄에 비유해 표현함으로써 물 부족의 문제점을 부각했다. 유리잔이 엎질러지자 물이 쏟아졌는데 쏟아진 물이 수갑 모양을 만들어버렸다. 쏟아진 물방울로 수갑 모양을 표현한 디자이너의 솜씨가 돋보인다. “물 한 방울 버리는 것도 자연에 대한 범죄다(Every wasted drop is a crime against nature).” 이 카피를 읽고 나면 물방울로 그려낸 수갑의 형상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카피와 비주얼이 어우러지면서 절묘한 광고가 탄생했다.
아르헨티나의 온다줄재단 광고 ‘우물’ 편(2014).
필자 제공
아르헨티나의 환경단체인 온다줄(OndAzul)재단의 광고 ‘우물’ 편(2014)에서는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에 대한 위기감을 환기했다. 광고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두툼하게 감겨 있는 두레박 줄만큼이나 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두레박 줄 옆에는 이런 카피가 붙어 있다. “더 힘들어질 뿐(It will only get harder).” 물을 아껴 쓰지 않는다면 광고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나게 긴 밧줄을 이용해야만 물을 길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에 충분하다. 간명하게 표현했지만, 대단히 위협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광고다.
유니세프의 광고 ‘양동이’ 편(2016). 필자 제공
유니세프의 ‘세계 물의 날’ 광고 ‘양동이’ 편(2016)에서는 물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오는 여인의 모습을 카피로 그림을 그리는 칼리그램으로 표현했다. 프랑스의 시인 아폴리네르는 일찍이 시에 형태를 불어넣는 시작(詩作) 형식을 제창하며 그런 형식을 칼리그램(불어 calligrammes, 영어 calligrame)이라고 명명했다. 문자로 그림을 그려낸 독창적인 글쓰기 방법이자 문자와 도상을 하나의 화폭에 표현하려는 ‘재현 회화’를 광고에서도 시도했다.
머리 위 양동이에서 머리까지의 카피는 이렇다.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모두가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86%의 사람들만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최빈국에서는 시골 사람의 14%가 강, 연못, 호수 같은 지표수(地表水)를 마십니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61%의 사람들만 안전한 물을 마십니다.” 왼팔에는 “최빈국의 시골 지역에서는 97%의 사람들이 수돗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라는 카피를, 오른팔에는 “날마다 3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설사병으로 죽는데, 대부분이 안전하지 않은 물 때문입니다”라는 카피를 배치했다. 몸체 부분에는 “수원(水源) 개선: 거주지, 토지, 마당, 이웃집 마당에 수도관 연결: 공공 수전, 급수탑: 펌프 우물(관정), 시추공: 굴착 우물 보호, 수원지 보호, 빗물”이라는 카피를 써서 칼리그램을 완성했다.
물의 날 광고는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접근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된다. 전문가들은 2035년까지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이 50% 증가하고 물 소비량도 85%까지 늘어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60억 명이라는 세계인구 중에서 28억 명은 여전히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고 있고, 25억 명은 전기가 불안정하게 공급되거나 전기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에너지와 물 분야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물의 날의 2020년 주제는 ‘물과 기후 변화’였고, 2021년 주제는 ‘물의 가치(Valuing Water)’였다. 물의 가치란 물값의 문제를 넘어 사람들이 물에 부여하는 환경적·사회적·문화적 가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유니세프는 기후 변화와 식수 자원의 감소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수년 내에 급속히 확장된다고 밝혔다. 또 2040년이 되면 전 세계의 어린이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6억 명이 수질 악화가 심각한 지역에서 살게 된다고 한다. 해수 온도의 상승, 눈과 얼음의 광범위한 용해, 평균 해수면의 상승 같은 기후 변화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기후 변화에 따라 각종 재해가 발생하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해 생명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물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 활동보다 중요한 것이 물 자원을 아끼려고 노력하는 일상에서의 실천이다. 물을 받아 세수하기, 절수형 샤워헤드 쓰기, 빨랫감을 모아서 세탁하기, 변기의 물 사용량 조절하기처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널려 있다. 물의 소중한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습관 하나쯤은 고쳐보려고 노력하는 실천 행동이 중요하다. 물의 가치는 미래의 가치로 축적되고, 작은 관심은 큰 가치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