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작 ‘분노의 날개’ 2차 대전 배경 수작…다양한 항모 운용 구현
일본군 전투기 등과 추격전 후 감속장치 이용한 고난도 착륙 과정 백미
올해 발매 ‘에어크래프트…’ 인력·전술 등 항모전단 매니지먼트 초점
전쟁사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무기를 하나 꼽으라면 무엇을 뽑을 수 있을까? 개인 제식 병기부터 전략 병기까지, 투여 인원이나 물리적 크기까지 다채로운 카드가 등장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1티어(tier) 자리를 놓치지 않는 무기라면 아무래도 항공모함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투입되는 인원부터 화력과 가동범위, 전략적 무게감까지 항공모함은 가장 큰 무기라는 이름에 걸맞은 요소를 다수 포함한다. ‘그게 무슨 무기냐, 그냥 떠다니는 공항이지’라는 반론은 되레 항공모함의 규모를 설명하는 반례로도 기능할 정도다.
사실 항공모함을 다룬 게임은 대단히 많은 편이다. 현역으로 돌아가는 게임 중에서도 상당한데, 오늘은 아주 오래되어 지금의 장병들에겐 조금 생소한 게임 하나와 곧 출시를 예고한 본격 항공모함 게임 하나를 통해 항모의 몇몇 면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분노의 날개’(1987)는 2차대전 항공모함 운용을 2D 그래픽으로 다룬 게임이다. 적은 용량에도 불구하고 항공모함 운용의 여러 특징을 간결하게 담아낸 명작으로 손꼽힌다. 필자 제공
80년대 게임 ‘분노의 날개’, 항모 착함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두꺼운 장갑과 육중한 함포를 기반으로 한 거대 전함들의 시대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항공모함이 함대전의 중심에 자리하기 시작한 시기는 1·2차 세계대전 사이 전간기였다. 2차 대전기 후반에 이르러 완전히 해전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한 항공모함의 기능을 디지털게임 초창기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1987년 미국 브로더번드 사가 출시한 게임 ‘분노의 날개(Wings of Fury)’는 2차 대전기 항공모함 전대의 활약을 다룬 게임이다. 요즘 게임처럼 3차원 그래픽을 통해 입체적인 전황을 다루기 어려웠던 시대였지만, 옆에서 보는 카메라인 사이드뷰 시점을 통해서도 기본적인 항공모함 전술의 체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당대의 인기가 적지 않았던 게임이었다.
항공모함의 함종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분노의 날개’ 배경은 2차 대전기 미군 항공모함이 투입된 태평양 전역이다. 플레이어는 항모를 직접 조종하지는 않고, 항모에서 출격하는 해군기 F6F 헬캣을 조종해 주변 섬과 적 함선을 타격하는 임무를 플레이하게 된다.
무유도 로켓, 폭탄, 어뢰 3종의 장착 무기를 출격 시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적이 점령한 섬의 포대와 기지를 폭파하거나 적 전함 또는 항모를 격침하는 구조 속에 나름대로 항공모함 운용의 여러 요소가 녹아 있었다. 연료와 무장 소모 때문에 실제 플레이어는 여러 차례 이착함을 반복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또 소모된 탄약과 연료를 포함해 임무 수행 중 입은 피해까지도 수리하여 재출격하는 과정이 게임 안에 이함-전투-착함의 루틴으로 함재기의 소티(Sortie·출격횟수) 개념을 녹여내고 있다.
단순 공대지 임무뿐 아니라 맞서 출격하는 일본군 전투기와의 공중전도 벌어진다. 회전반경을 이용한 수평 이동에서의 꼬리잡기뿐 아니라 고고도에서 저고도로의 이동을 통한 추격전까지도 구현되는 등 2차대전 태평양전쟁에서 활약한 항모와 함재기의 여러 면모를 복합적으로 담아냈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백미는 항공모함 착함에 대한 표현이다. 2차원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날개’에서 착함 과정은 고난도로 초심자들의 뒷목을 뜨겁게 만든 바 있었다.
실제 항공모함의 착함 과정은 일반 지상 활주로보다 복잡하기로 이름 높다. 제한된 항공모함 활주로상에서 착함 후 제대로 된 감속을 만들기 어려워서 항공모함에는 착함하는 함재기를 어레스팅 와이어에 걸어 잡아당기며 감속시키는 장치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게임 ‘분노의 날개’에도 이런 감속장치가 포함되어 있어서, 적당한 고도와 각도를 유지함과 동시에 플레이어는 항모 후미에 있는 어레스팅 와이어에 자신의 헬캣을 제대로 걸어야만 했다. 별도의 설명서가 없었기에 이걸 모르는 많은 게이머가 ‘왜 착륙이 안 되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할 정도로, 단순한 그래픽에 적은 용량이지만 항모 착함의 어려움을 꽤 실감 나게 구현한 게임이었다.
함선과 비행단, 항모전단 운용까지-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서바이벌
올 2월에 출시를 예고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서바이벌’은 본격적으로 항공모함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다. 필자 제공
1987년의 초창기 항모 게임에서 30년이 훌쩍 지난 2021년 2월에는 항공모함 운용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해전 게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폴란드의 게임사 크리에이티브 포지가 제작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서바이벌(Aircraft carrier survival)’이 그 주인공이다.
‘분노의 날개’가 함재기에 집중했다면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서바이벌’은 본격적으로 항공모함 그 자체가 중심에 선다. 앞선 게임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배경은 현대 항공모함이 아니라 2차 대전기로, 게임은 주로 항공모함의 매니지먼트를 통한 전투 개입에 초점을 맞춘다.
거대한 항모의 운용에 들어가는 중요 요소로 이 게임이 다루는 첫 번째 항목은 항공모함 내 기능들의 분화와 운영이다. 갑판과 격납고, 정비실과 대기실 같은 세부 공간이 게임에 구현되어 있고, 각각의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여러 선택과 업그레이드가 함대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각각의 기능은 장교와 수병, 비행사와 정비사의 배치를 통해 이루어진다. 구역마다 수행해야 할 업무에 관련된 능력치를 배분하고 경험을 쌓으며 항공모함의 전체 숙련도를 향상시키는 과정은 항모의 단면도를 통해 게임 안에서 드러나며,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갑판 달린 함선일 뿐인 항공모함의 내부 구조와 작동방식에 대한 독특한 관점에서의 조망을 제공한다.
준비된 내부시설과 인력배치를 통해 기본적인 항모와 비행단이 갖춰지면 전략 모드를 통해 항모전단을 실전에 배치하여 작전에 나설 수 있다. 함재기 관련 물자와 인력 적재로 자체적인 무장이 빈약할 수밖에 없는 항공모함이기에 호위 전단과 함께 운용되며, 플레이어는 2차대전 태평양 전역의 항모전단을 운영하는 지휘관의 위치에서 전단의 기동과 색적(索敵)을 결정하게 된다.
적과의 조우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전술 모드를 통해 항공모함 중심의 현대 해전을 게임은 연출한다. 당연하게도 함재기를 출격시켜 벌이는 공중전과 어뢰전, 대공화망 등은 기본적이지만, 적의 공격으로 피해 입은 아군 항공모함의 수비와 정비가 포함되는 것은 실제 항공모함의 전투 상황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장면이 된다. ‘배틀스테이션: 미드웨이’ 같은 게임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함 내 화재관리, 피해보수와 같은 개념이 포함된다. 특히 비행갑판 위에서 폭발한 함재기를 빠르게 처리하고 수리하여 전투 중의 이착함을 유지하는 개념 등을 적용해 항공모함의 현장감을 잡아낼 예정이다.
현역 군 경험자가 많기로 유명한 한국이지만 항공모함은 상대적으로 병력이 적은 해군이라는 특징에 한국이 아직 보유하지 않은 함종이라는 점에서 아주 대중적인 무기체계는 아니다. 하지만 현대 해군 편제를 이야기할 때 주력으로 거론되지 않기도 어려울 만큼 무게감 있는 함종이 항공모함이기도 하다. 경항모 도입에 대한 언급이 오가는 시기, 항공모함 마니아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게임일 것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1987년작 ‘분노의 날개’ 2차 대전 배경 수작…다양한 항모 운용 구현
일본군 전투기 등과 추격전 후 감속장치 이용한 고난도 착륙 과정 백미
올해 발매 ‘에어크래프트…’ 인력·전술 등 항모전단 매니지먼트 초점
전쟁사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무기를 하나 꼽으라면 무엇을 뽑을 수 있을까? 개인 제식 병기부터 전략 병기까지, 투여 인원이나 물리적 크기까지 다채로운 카드가 등장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1티어(tier) 자리를 놓치지 않는 무기라면 아무래도 항공모함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투입되는 인원부터 화력과 가동범위, 전략적 무게감까지 항공모함은 가장 큰 무기라는 이름에 걸맞은 요소를 다수 포함한다. ‘그게 무슨 무기냐, 그냥 떠다니는 공항이지’라는 반론은 되레 항공모함의 규모를 설명하는 반례로도 기능할 정도다.
사실 항공모함을 다룬 게임은 대단히 많은 편이다. 현역으로 돌아가는 게임 중에서도 상당한데, 오늘은 아주 오래되어 지금의 장병들에겐 조금 생소한 게임 하나와 곧 출시를 예고한 본격 항공모함 게임 하나를 통해 항모의 몇몇 면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분노의 날개’(1987)는 2차대전 항공모함 운용을 2D 그래픽으로 다룬 게임이다. 적은 용량에도 불구하고 항공모함 운용의 여러 특징을 간결하게 담아낸 명작으로 손꼽힌다. 필자 제공
80년대 게임 ‘분노의 날개’, 항모 착함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두꺼운 장갑과 육중한 함포를 기반으로 한 거대 전함들의 시대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항공모함이 함대전의 중심에 자리하기 시작한 시기는 1·2차 세계대전 사이 전간기였다. 2차 대전기 후반에 이르러 완전히 해전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한 항공모함의 기능을 디지털게임 초창기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1987년 미국 브로더번드 사가 출시한 게임 ‘분노의 날개(Wings of Fury)’는 2차 대전기 항공모함 전대의 활약을 다룬 게임이다. 요즘 게임처럼 3차원 그래픽을 통해 입체적인 전황을 다루기 어려웠던 시대였지만, 옆에서 보는 카메라인 사이드뷰 시점을 통해서도 기본적인 항공모함 전술의 체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당대의 인기가 적지 않았던 게임이었다.
항공모함의 함종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분노의 날개’ 배경은 2차 대전기 미군 항공모함이 투입된 태평양 전역이다. 플레이어는 항모를 직접 조종하지는 않고, 항모에서 출격하는 해군기 F6F 헬캣을 조종해 주변 섬과 적 함선을 타격하는 임무를 플레이하게 된다.
무유도 로켓, 폭탄, 어뢰 3종의 장착 무기를 출격 시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적이 점령한 섬의 포대와 기지를 폭파하거나 적 전함 또는 항모를 격침하는 구조 속에 나름대로 항공모함 운용의 여러 요소가 녹아 있었다. 연료와 무장 소모 때문에 실제 플레이어는 여러 차례 이착함을 반복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또 소모된 탄약과 연료를 포함해 임무 수행 중 입은 피해까지도 수리하여 재출격하는 과정이 게임 안에 이함-전투-착함의 루틴으로 함재기의 소티(Sortie·출격횟수) 개념을 녹여내고 있다.
단순 공대지 임무뿐 아니라 맞서 출격하는 일본군 전투기와의 공중전도 벌어진다. 회전반경을 이용한 수평 이동에서의 꼬리잡기뿐 아니라 고고도에서 저고도로의 이동을 통한 추격전까지도 구현되는 등 2차대전 태평양전쟁에서 활약한 항모와 함재기의 여러 면모를 복합적으로 담아냈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백미는 항공모함 착함에 대한 표현이다. 2차원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날개’에서 착함 과정은 고난도로 초심자들의 뒷목을 뜨겁게 만든 바 있었다.
실제 항공모함의 착함 과정은 일반 지상 활주로보다 복잡하기로 이름 높다. 제한된 항공모함 활주로상에서 착함 후 제대로 된 감속을 만들기 어려워서 항공모함에는 착함하는 함재기를 어레스팅 와이어에 걸어 잡아당기며 감속시키는 장치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게임 ‘분노의 날개’에도 이런 감속장치가 포함되어 있어서, 적당한 고도와 각도를 유지함과 동시에 플레이어는 항모 후미에 있는 어레스팅 와이어에 자신의 헬캣을 제대로 걸어야만 했다. 별도의 설명서가 없었기에 이걸 모르는 많은 게이머가 ‘왜 착륙이 안 되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할 정도로, 단순한 그래픽에 적은 용량이지만 항모 착함의 어려움을 꽤 실감 나게 구현한 게임이었다.
함선과 비행단, 항모전단 운용까지-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서바이벌
올 2월에 출시를 예고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서바이벌’은 본격적으로 항공모함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다. 필자 제공
1987년의 초창기 항모 게임에서 30년이 훌쩍 지난 2021년 2월에는 항공모함 운용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해전 게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폴란드의 게임사 크리에이티브 포지가 제작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서바이벌(Aircraft carrier survival)’이 그 주인공이다.
‘분노의 날개’가 함재기에 집중했다면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서바이벌’은 본격적으로 항공모함 그 자체가 중심에 선다. 앞선 게임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배경은 현대 항공모함이 아니라 2차 대전기로, 게임은 주로 항공모함의 매니지먼트를 통한 전투 개입에 초점을 맞춘다.
거대한 항모의 운용에 들어가는 중요 요소로 이 게임이 다루는 첫 번째 항목은 항공모함 내 기능들의 분화와 운영이다. 갑판과 격납고, 정비실과 대기실 같은 세부 공간이 게임에 구현되어 있고, 각각의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여러 선택과 업그레이드가 함대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각각의 기능은 장교와 수병, 비행사와 정비사의 배치를 통해 이루어진다. 구역마다 수행해야 할 업무에 관련된 능력치를 배분하고 경험을 쌓으며 항공모함의 전체 숙련도를 향상시키는 과정은 항모의 단면도를 통해 게임 안에서 드러나며,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갑판 달린 함선일 뿐인 항공모함의 내부 구조와 작동방식에 대한 독특한 관점에서의 조망을 제공한다.
준비된 내부시설과 인력배치를 통해 기본적인 항모와 비행단이 갖춰지면 전략 모드를 통해 항모전단을 실전에 배치하여 작전에 나설 수 있다. 함재기 관련 물자와 인력 적재로 자체적인 무장이 빈약할 수밖에 없는 항공모함이기에 호위 전단과 함께 운용되며, 플레이어는 2차대전 태평양 전역의 항모전단을 운영하는 지휘관의 위치에서 전단의 기동과 색적(索敵)을 결정하게 된다.
적과의 조우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전술 모드를 통해 항공모함 중심의 현대 해전을 게임은 연출한다. 당연하게도 함재기를 출격시켜 벌이는 공중전과 어뢰전, 대공화망 등은 기본적이지만, 적의 공격으로 피해 입은 아군 항공모함의 수비와 정비가 포함되는 것은 실제 항공모함의 전투 상황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장면이 된다. ‘배틀스테이션: 미드웨이’ 같은 게임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함 내 화재관리, 피해보수와 같은 개념이 포함된다. 특히 비행갑판 위에서 폭발한 함재기를 빠르게 처리하고 수리하여 전투 중의 이착함을 유지하는 개념 등을 적용해 항공모함의 현장감을 잡아낼 예정이다.
현역 군 경험자가 많기로 유명한 한국이지만 항공모함은 상대적으로 병력이 적은 해군이라는 특징에 한국이 아직 보유하지 않은 함종이라는 점에서 아주 대중적인 무기체계는 아니다. 하지만 현대 해군 편제를 이야기할 때 주력으로 거론되지 않기도 어려울 만큼 무게감 있는 함종이 항공모함이기도 하다. 경항모 도입에 대한 언급이 오가는 시기, 항공모함 마니아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게임일 것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