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노래 들으며 눈물 짓고
음악방송 보며 힐링하는 ‘가요 덕후’ 작가
가요와 관련된 기억 엮어 책으로 펴내
“어릴 때부터 가요 좋아했지만
군 시절에는 책 읽고 글 쓰며 시간 보내
병영문학상 받고 국방일보에 글 실리기도…
3분의 곡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는 가요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고 그게 매력이죠”
서효인은 시인이자 출판 편집자, 가요 애호가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썼다. 김수영 문학상과 대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철소 펴냄
표지 카피는 “오늘 아침에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라고 쓰여있고 뒷 표지에는 “가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화요일은 ‘더쇼’ 수요일은 ‘쇼!챔피언’ 목요일은 ‘엠카운트다운’ 금요일은 ‘뮤직뱅크’ 토요일은 ‘쇼! 음악중심’ 일요일은 ‘SBS 인기가요’를 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주일이 내게 주어진다면 저녁마다 가요 프로그램을 볼 것이다”라고 본문 일부가 적혀있는 ‘아무튼, 인기가요’.
처음 접하는 순간, 이건 걸그룹 ‘입덕’을 위한 최고의 생태계에 살고 있는 장병들을 위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유년기부터 40대 아재가 된 지금까지 가요와 관련한 추억이 총망라돼있는 에피소드 어디에도 군시절 이야기는 없었다.
“특별하지 않아서 굳이 쓸 필요가 없었던 거 같아요. 인상적인 사건이나 순간 같은 게 있지 않았다는 거죠. 사실 저한테 그 시절 가요는 노동요에 가까웠거든요.”
서효인 작가가 육군포병학교에서 군 생활을 하던 2002∼2003년에는 보아의 ‘넘버 원’ 그리고 쥬얼리의 ‘네가 참 좋아’가 최고 인기를 누렸다. 그는 늘 생활관을 청소하며 이 노래들을 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가요를 좋아하긴 했지만 군 시절에는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보냈던 거 같아요. 병영문학상에 응모해서 입상도 했었고 국방일보에 제 글이 실려서 포상휴가를 갔던 기억도 나네요.”
현재 민음사의 한국문학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많은 이들의 로망인 덕업일치를 이룬 인물이기도 하다. 가요계에 빗대어 얘기하자면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모두를 완벽히 해내는 JYP와 비슷하다고 할까.
“글을 쓰기에는 전업작가가 가장 좋겠죠.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작가로서 방해가 되지는 않아요. 작가들의 생리를 잘 아니까 작업할 때 많은 공감대를 가질 수 있고 또 제 작품을 낼 때도 되도록 출판사 입장에 맞춰주려고 해요. 그리고 요즘은 이쪽도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거의 없고 근무시간도 정확해서 충분히 제 시간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어요.”
책을 접할 독자들은 알게 되겠지만 가요 무엇보다 걸그룹(그 중에서도 오마이걸)에 대한 서 작가의 애정은 상상 이상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옅은 미소를 띠며 여유롭게 인터뷰하던 그의 톤이 확연히 달라진 순간도 걸그룹 덕후를 대하는 주변의 반감은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였다.
“요즘 우리 가요는 그렇게 취향을 폄훼할 만한 수준이 결코 아니예요. 저는 우리 아티스트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요. 그래서 주변에 노래도 들려주고 동영상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다니죠. 그래서 함께 팬이 된 분들도 있고 취향이 아닌 분들도 웃어주시거든요. 아내는 예전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제 취향을 존중해줘요. 게임에 빠진 남편 보다는 백배 낫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물론 취향에는 이유가 없다지만 이 작가는 왜 가요라는 장르에 꽂혔을까?
“3분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게 담기잖아요. 겨우 3분일 수도 있고 무려 3분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고 그게 너무 매력 있어요.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내가 어떤 상황 어떤 환경에 있었느냐에 따라서 그게 평생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요. 앞서 얘기한 거처럼 제가 노동요로 기억하는 가요를 이별의 순간 혹은 첫사랑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디 장병 여러분의 군 생활 동안 어떤 가요가 좋은 순간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박지숙 기자
아이유의 노래 들으며 눈물 짓고
음악방송 보며 힐링하는 ‘가요 덕후’ 작가
가요와 관련된 기억 엮어 책으로 펴내
“어릴 때부터 가요 좋아했지만
군 시절에는 책 읽고 글 쓰며 시간 보내
병영문학상 받고 국방일보에 글 실리기도…
3분의 곡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는 가요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고 그게 매력이죠”
서효인은 시인이자 출판 편집자, 가요 애호가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썼다. 김수영 문학상과 대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철소 펴냄
표지 카피는 “오늘 아침에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라고 쓰여있고 뒷 표지에는 “가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화요일은 ‘더쇼’ 수요일은 ‘쇼!챔피언’ 목요일은 ‘엠카운트다운’ 금요일은 ‘뮤직뱅크’ 토요일은 ‘쇼! 음악중심’ 일요일은 ‘SBS 인기가요’를 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주일이 내게 주어진다면 저녁마다 가요 프로그램을 볼 것이다”라고 본문 일부가 적혀있는 ‘아무튼, 인기가요’.
처음 접하는 순간, 이건 걸그룹 ‘입덕’을 위한 최고의 생태계에 살고 있는 장병들을 위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유년기부터 40대 아재가 된 지금까지 가요와 관련한 추억이 총망라돼있는 에피소드 어디에도 군시절 이야기는 없었다.
“특별하지 않아서 굳이 쓸 필요가 없었던 거 같아요. 인상적인 사건이나 순간 같은 게 있지 않았다는 거죠. 사실 저한테 그 시절 가요는 노동요에 가까웠거든요.”
서효인 작가가 육군포병학교에서 군 생활을 하던 2002∼2003년에는 보아의 ‘넘버 원’ 그리고 쥬얼리의 ‘네가 참 좋아’가 최고 인기를 누렸다. 그는 늘 생활관을 청소하며 이 노래들을 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가요를 좋아하긴 했지만 군 시절에는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보냈던 거 같아요. 병영문학상에 응모해서 입상도 했었고 국방일보에 제 글이 실려서 포상휴가를 갔던 기억도 나네요.”
현재 민음사의 한국문학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많은 이들의 로망인 덕업일치를 이룬 인물이기도 하다. 가요계에 빗대어 얘기하자면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모두를 완벽히 해내는 JYP와 비슷하다고 할까.
“글을 쓰기에는 전업작가가 가장 좋겠죠.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작가로서 방해가 되지는 않아요. 작가들의 생리를 잘 아니까 작업할 때 많은 공감대를 가질 수 있고 또 제 작품을 낼 때도 되도록 출판사 입장에 맞춰주려고 해요. 그리고 요즘은 이쪽도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거의 없고 근무시간도 정확해서 충분히 제 시간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어요.”
책을 접할 독자들은 알게 되겠지만 가요 무엇보다 걸그룹(그 중에서도 오마이걸)에 대한 서 작가의 애정은 상상 이상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옅은 미소를 띠며 여유롭게 인터뷰하던 그의 톤이 확연히 달라진 순간도 걸그룹 덕후를 대하는 주변의 반감은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였다.
“요즘 우리 가요는 그렇게 취향을 폄훼할 만한 수준이 결코 아니예요. 저는 우리 아티스트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요. 그래서 주변에 노래도 들려주고 동영상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다니죠. 그래서 함께 팬이 된 분들도 있고 취향이 아닌 분들도 웃어주시거든요. 아내는 예전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제 취향을 존중해줘요. 게임에 빠진 남편 보다는 백배 낫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물론 취향에는 이유가 없다지만 이 작가는 왜 가요라는 장르에 꽂혔을까?
“3분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게 담기잖아요. 겨우 3분일 수도 있고 무려 3분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고 그게 너무 매력 있어요.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내가 어떤 상황 어떤 환경에 있었느냐에 따라서 그게 평생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요. 앞서 얘기한 거처럼 제가 노동요로 기억하는 가요를 이별의 순간 혹은 첫사랑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디 장병 여러분의 군 생활 동안 어떤 가요가 좋은 순간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박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