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서정욱 미술토크

몰래 지참금 던져놓고 갔다… 산타가, 다녀갔다

입력 2020. 12. 22   17:09
업데이트 2020. 12. 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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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산타클로스는 실존 인물? 

부잣집서 태어난 성 니콜라스
가난한 사람 돕는 데 유산 모두 사용
전해지는 선행 담은 그림 그려져 

 
시집갈 나이가 된 착한 세 딸
지참금 없어 매춘부로 팔려갈 상황
성 니콜라스 도움으로 희망 찾아

비치 디 로렌초가 그린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스’.  필자 제공
비치 디 로렌초가 그린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스’. 필자 제공
지롤라모 마키에티의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스’.
지롤라모 마키에티의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스’.


크리스마스처럼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기념일도 없다. 12월 초만 되면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등장하고, 여기저기서 경쾌한 캐럴이 흘러나온다. 25일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예수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에게만 축제여야겠지만, 그렇지 않다. 종교와 상관없이 대부분 좋아한다.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그날만큼은 하얀 눈이 오기를 바란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아이들은 특히나 좋아한다.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으니까.

산타클로스는 순록 아홉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타나 전 세계 밤하늘을 돌아다니며 착한 일을 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할아버지다. 루돌프는 제일 앞에서 썰매를 끄는 순록인데 코에서 빛이 난다. 그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다가 그 이유로 사랑받게 된 아기 순록이다. 산타클로스에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나머지 순록의 이름도 기억할 것이다. 코멧(Comet), 큐피드(Cupid), 빅센(Vixen), 댄서(Dancer)와 프랜서(Prancer), 블리첸(Blitzen), 대셔(Dasher), 돈더(Donder)다.

이쯤 되니 슬슬 의문이 든다. 산타클로스는 대체 누구지? 성경에는 나오지도 않는데 크리스마스만 되면 주인공처럼 등장한다. 실제 인물인지 가상 인물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에게 매우 상세한 정보를 주고 있다. 이를테면, 북극에 사는데 망원경을 통해 지켜보다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거나, 흰 털이 달린 빨간 옷에 검은 벨트를 두른 옷을 입었다거나, 또는 몸집이 크고 배가 나오고 볼이 빨갛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아는 산타클로스는 모두 만들어진 이미지다. 어느 신학자가 쓴 시에서, 어느 만화가가 그린 삽화에서, 어느 음료수 광고의 이미지에서, 영화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속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음속에서 믿고 싶어 하는 인물이 바로 산타클로스이니까. 그렇다면 착하고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산타클로스는 완전한 가상의 인물일까? 아니다. 그는 실존 인물이다. 물론 많은 이야기가 덧붙여졌지만. 오늘은 원래의 산타클로스를 그림 속에서 만나보기로 하자.

바로 이 그림이다. 화가는 비치 디 로렌초(Bicci di Lorenzo·1373~1452), 제목은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스’다. 중세에 그려진 것이라 르네상스 작품과 비교해 기법이 떨어지지만 단순하게 그려진 만큼 보기도 쉽다. 특히 이것은 제단화의 일부인데 당시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신도들이 많았으므로 이런 직선적인 그림들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내용을 보자. 주황색 지붕을 한 집이 있다. 그런데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한쪽 벽이 아예 없다. 실제 저랬다면 집의 역할을 할 수 없었겠지? 화가는 우리에게 집안 광경을 보여주기 원했던 것이다. 그럼 봐야지? 네 명이 나온다. 여자 셋 남자 하나다. 푸른색 옷을 입은 남자는 오른편 의자에 앉아 있다. 맞은 편에는 주홍색 옷을 입은 여자가 무릎을 굽힌 채 남자의 발을 닦아주고 있다. 정성을 다해 모신다는 뜻이다. 그런데 남자의 얼굴을 보자.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에 슬픔이 가득하다. 이들 뒤에는 주황색 침대보를 한 큰 침대가 보이는데, 그 뒤로 한 여자가 옷을 입는 중이다. 일상의 모습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여자가 왼편에 보이는데 깜짝 놀랐다. 허리가 젖혀졌다.

모두 모아보면 이렇다. 엄마 없이 딸만 셋을 키우는 아버지가 있다. 딸들은 아버지에게 정성을 다할 만큼 모두 착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딸들은 시집을 갈 만큼 다 컸는데 아버지는 그녀들을 결혼시킬 돈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지참금이 없어 결혼을 못 하면 매춘부로 팔려 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제 이해가 되는가? 왜 아버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는지. 그런데 기적이 생긴다. 갑자기 황금 세 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다. 주황색 침대 위를 보자. 동그란 황금 덩어리가 두 덩이 있다. 그래서 연두색 옷을 입은 딸이 놀란 것이다. 그런데 정말 황금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일까? 아니다. 황금의 실체는 어떤 의로운 사람의 선행에 의한 것이었다.

이제 그림 왼편을 보자. 집 밖 문 앞에서 왼발로는 아슬아슬하게 돌멩이를 밟고 오른발을 버둥거리며 세 번째 황금 덩어리를 집 안으로 던져 넣으려는 사람이 보이는가? 머리에 둥그렇게 원이 그려져 있다. 후광이다. 그렇다면 성인(聖人)이다. 이 성인은 불쌍한 아버지와 착한 딸들의 이야기를 어디서 전해 들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자신을 숨긴 채 도우려고 한 것이다. 이 매달린 사람이 지금 우리가 아는 산타클로스의 원래 모습이다. 그의 이름은 성 니콜라스다.

성 니콜라스는 270년경 소아시아 리키아 지방의 파타라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아이였다. 그는 커서 미라의 대주교가 된다. 그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유산이 많았는데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 모두 썼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선행을 남들에게 알리기 싫어서 밤에 굴뚝을 통해 금화를 던져줬는데 그것이 말리기 위해 널어놓은 양말 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우리는 지금도 크리스마스에 양말을 걸어 놓게 된 거다.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스’의 미담은 다른 화가들을 통해서도 여러 번 그려졌다.

이 작품도 보자. 지롤라모 마키에티(Girolamo Macchietti)가 1433~1435년경 그린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스’다. 같은 내용인데 시대가 발전한 만큼 그림이 정교해졌다. 먼저 오른편은 집안, 왼편은 집 밖 이렇게 화면 전체가 이분할됐다. 세련된 방식이다. 집 안부터 보자. 세 딸과 아버지가 모두 수심에 가득 찼다. 한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있다. 오른편 벽면 위를 보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이들은 도움을 받을 만큼 신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면 아래 두 여인 사이에는 바느질 바구니가 있다. 이것은 그녀들이 가사 실력과 아내로서 자격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왼편에 황금 덩어리를 던져주는 성 니콜라스의 모습이 보인다. 일단 하나는 던져 침대 위로 보내 놓고 두 번째와 세 번째를 던지려고 한다. 아직 딸들과 아버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침에 발견하면 깜짝 놀라며 좋아하겠지. 엄청난 선물을 받았으니까.

이 작품에서 성 니콜라스는 평범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가 산타클로스의 효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산타클로스는 성 니콜라스의 아름다운 선행과 우리 모두의 따뜻한 소망이 만들어낸 희망 속 인물이었다. 우리는 이제 어른이 되어 산타클로스를 믿지는 않지만, 꼭 믿지 않을 필요도 없다. 각자 자신만의 산타가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이 산타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선물 많이 받고, 선물 많이 주기 바란다. 각자 산타가 되고, 착한 어린이가 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서정욱 아트앤콘텐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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