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⑫ 미래전도 사람이 주축 <끝>

맹수열

입력 2020. 12. 17   16:55
업데이트 2023. 08. 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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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국방기술품질원 공동기획


 

워리어플랫폼의 구축목표는 병력 의존적 조직에서 ‘첨단 과학군’으로 변화하고 전 영역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전투원의 전투수행능력을 극대화해 전장판도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남수단 파병을 앞둔 한빛부대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채 훈련하는 모습. 양동욱 기자
워리어플랫폼의 구축목표는 병력 의존적 조직에서 ‘첨단 과학군’으로 변화하고 전 영역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전투원의 전투수행능력을 극대화해 전장판도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남수단 파병을 앞둔 한빛부대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채 훈련하는 모습. 양동욱 기자

지난 1년간 국방일보와 국방기술품질원은 육군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워리어플랫폼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워리어플랫폼의 조사·분석·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과 함께 워리어플랫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현상과 추진방향, 청사진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해봤다. ‘워리어플랫폼을 말하다’의 마지막은 방대한 워리어플랫폼 관련 현안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를 총정리하는 시간으로 준비했다. 

1화에서 우리는 개인 전투원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이 휴대·사용·소비하는 장비와 물자를 현대화하고 과학기술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워리어플랫폼의 대내외적 환경과 중요성을 알아봤다. 김 팀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각개 전투원이 전장에서 결정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전투력 보장을 위해 워리어플랫폼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워리어플랫폼이 육군의 5대 게임 체인저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치명성, 생존성, 지속성, 상황인식능력, 기동성이라는 워리어플랫폼의 5대 능력에 대한 정의를 소개한 2회에서는 전장에서 전투원이 가져야 할 5가지 군사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강화하는 과정에서 존재하는 철삼각에 대해 논의했다. 김 팀장은 철삼각의 딜레마를 통해 한 가지 개념이 전장에서 만능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3~7회에서는 5대 능력별 대표적인 품목의 연구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시장의 발전추세와 현 실태, 개선방안 등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방탄장구, 전투식량, 낙하산, 휴대용 단말기, 개인화기 등 워리어플랫폼과 관련된 군수품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철삼각을 주제로 한 8회는 인간의 고유한 생체능력의 한계와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약사항과 기술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경량화, 소형화, 모듈화 등을 통한 체계 중량감소와 분산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9화는 선진국이 직면한 워리어플랫폼의 가장 큰 부작용인 전투하중 증대에 대해 다뤘다. 여기서는 전투하중 증대를 해소하기 위한 선진국의 물자·비물자적 해결방안을 소개하고,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우리가 앞선 국가들의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도록 전투하중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인체 영향성 평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0화에서는 워리어플랫폼 구축의 연속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분석·시험평가 능력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팀장은 “특히 현재 물자분야의 단위품목별 부품·소재 단위의 시험평가는 물자류가 통합돼 전투원에 적용된 결과의 군사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서멀 마네킹 등 인간을 대신해 시험할 수 있는 실험군으로 완제품 단위의 시험평가나 인체 영향성 평가 등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인 전투원과 직접 맞닿아 있는 체계인 워리어플랫폼은 기획단계부터 실증단계까지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해야 한다”면서 ‘워리어 랩(Warrior Lab)’의 조속한 구축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11화에서는 그동안 워리어플랫폼 발전을 위한 육군의 노력과 성과를 정리했다. 김 팀장은 “주변국의 위협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성과물이 도출돼 장병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고강도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워리어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는 33개 품목의 개별개선과 통합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우선순위와 전·후행 체계와의 연동·통합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획득예산의 편성~집행 과정을 연계하기 위한 기술 로드맵, 포트폴리오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정책·기술적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국방획득 환경이 보다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국방의 군수품 획득 과정은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분리돼 있다”면서 “이런 특수성 속에서는 자칫 컨트롤 타워가 불명확하거나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의 기관을 구심점으로 여러 기관이 협력적 보조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의 예를 든 김 팀장은 “우리의 워리어플랫폼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도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분야의 보다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미래 전장은 세계 각국을 첨단 무기체계 경쟁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인간의 힘을 빌리지 않는 무인 전력, 새로운 전장에서 활약할 우주 전력, 사이버 전력 등 다양한 전력들이 등장하면서 개별 전투원, 즉 인간의 힘을 이용한 전쟁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섣부른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주축이 된 지상 전력은 미래전에서도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미 육군의 현대화 전략을 알리는 자리에서 “이 땅을 지키고 보호하며 문명사회를 유지하길 원한다면 로마군이 그랬던 것처럼 젊은이들을 진흙탕에 밀어넣는 지상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제임스 맥콘빌(James McConville) 미 육군참모총장의 연설은 이런 사실을 명확히 시사하고 있다. 미래에도 변함없이 ‘강한 육군’을 만들기 위한 우리 육군의 워리어플랫폼 사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맹수열 기자


“무기와 전력지원체계 조화가 성패 가를 것”


   김성도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미국이 워리어플랫폼 분야에서 최고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기술력이나 예산 규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전투원의 생존성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세, 그리고 군에 대한 탄탄한 신뢰와 지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우리의 워리어플랫폼이 부족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통한 육군의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애정으로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1년 동안 워리어플랫폼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소개하며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인터뷰에서 워리어플랫폼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부탁했다.

연재 전 기자 역시 워리어플랫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 팀장과 함께한 1년 사이 워리어플랫폼이 단순히 ‘아이언 맨’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팀장은 육군이 워리어플랫폼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워리어플랫폼의 구축 목표는 병력 의존적 조직에서 ‘첨단 과학군’으로 변화하고 전 영역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전투원의 전투수행능력을 극대화해 전장판도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급변하는 환경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문제와 현존 전력을 극대화하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과업을 수행하고 있죠. 물론 언젠가는 ‘인간능력 강화기술’이 적용된 초능력 병사가 전장에 등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육군교육사령부, 보병학교가 중심이 된 워리어플랫폼 과학기술그룹에서 장기적인 개념군으로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과학기술적 비전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워리어플랫폼 사업 관련 예산이 편성, 집행되는 곳은 현용군의 기본전투 수행여건 보장과 33개 품목의 개선 등 현장에서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현재 육군은 워리어플랫폼 장비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획득한 워리어플랫폼 장비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김 팀장은 “개인 화기에 조준경을 부착한 것만으로도 사격의 명중률과 정밀도가 크게 향상됐음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안도 더했다.

“기품원의 ‘국가별 과학기술수준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워리어플랫폼 분야 기술 수준은 최고 선진국인 미국의 80% 정도입니다. 세계 10위권 정도의 중진국에 속하고 있죠.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민·군협력을 통해 활용성 높은 민간 기술을 주도적으로 발굴·육성하는 스핀-온(Spin-on) 개념의 연구개발과 국내외 우수한 제품들을 소량 구매한 뒤 입증된 제품을 구매 조달하는 다양하고 유연한 획득전략과 포트폴리오가 필요합니다.”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워리어플랫폼은 미래 육군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 성공을 위한 제언도 함께 했다.

“육군은 워리어플랫폼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군 내부적으로는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계 통합성을 강화하는 단계에 접어들면 워리어플랫폼의 기술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되죠.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민간의 기술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방안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술적 안목과 통찰을 통한 기획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강조해 온 것처럼 워리어플랫폼은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사업이다. 김 팀장은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의 유기적인 조화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국방안보의 위협은 불확실성이 크고 매우 가변적입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특정한 단일 목적을 충족하는 완벽한 체계를 갖춰 대응하기보다는 급조되고 모듈화된 형태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군수품이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분리되어 획득되는 우리 국방의 제도적 특수성 속에서 자칫 컨트롤 타워가 불명확하거나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분야의 보다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죠. 때로는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될 것입니다,”

현장에서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의 성공을 위한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들었다고 한다. 그 역시 워리어플랫폼의 성공으로 육군이 미래 전장을 이끄는 첨단 과학군으로 거듭나길 기원했다.

“연재 과정에서 우리 장병들은 물론 정치인, 언론인, 교수, 연구원, 기업 관계자, 군사 마니아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입장에 따라 워리어플랫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워리어플랫폼의 성공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워리어플랫폼의 성공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생존을 존중하고, 이를 위한 안전·복지·사기 증진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는 하나의 국격 높은 군사문화가 생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맹수열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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