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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3초 길다 1초 싸움

입력 2020. 12. 14   16:52
업데이트 2020. 12.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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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솔루션 제공하는 패션 스타트업, 아이클레이브 


빅데이터 AI로 잡았다

온라인 패션시장 차별화 포인트
개인취향 맞춤·발 빠른 트렌드 

데이터 분석 재고 처리 ‘옷딜’
가격 문제까지 해결
맞춤형 스타일 제안 ‘로보엠디’
배너·광고 자동 생성 


쇼핑몰 운영자들을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 로보엠디가 제작한 화면.사진=㈜아이클레이브
쇼핑몰 운영자들을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 로보엠디가 제작한 화면.사진=㈜아이클레이브






‘3초법칙’. 심리학에서는 ‘초두효과’라는 말로 쓰인다. 짧다면 짧은 이 3초의 시간은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상대방을 만났을 때도 3초 만에 호감이 생기기도 하고 물건을 고를 때, TV 채널을 선택할 때도 3초 안에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SNS시장이 활발해 지면서 3초는 더욱 중요한 시간이 됐다. 인스타그램으로, 페이스북으로 쇼핑을 하는 세대는 3초도 긴 시간이라 여긴다. 단 1초 만에 고객을 사로 잡아야 하는 시대다.

2030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온라인 패션시장에 진출한 ㈜아이클레이브(iclave)의 최윤내 대표는 온라인 패션시장의 크기와 성장 가능성은 매력적이었으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최 대표는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고민했고 ‘개인 취향 맞춤’과 ‘발 빠른 상품 트렌드’ 이 두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시장을 분석했다.

첫 번째로 브랜드 제품과 SPA, 보세 제품 등을 함께 입는 ‘믹스앤매치’로 나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튜브가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먼저 노출 시키는 전략으로 많은 유저를 확보했듯이 아마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맞춤형 추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수많은 상품 중 자신이 좋아하는 상품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두 번째 가치인 ‘발 빠른 트렌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고의 벽을 넘어야 했다. 패션 트렌드는 계속 변하고, 새로워야 의미가 있다. 신상품은 계속 나와야 하고, 쇼핑몰은 매일 혹은 매주 신상품을 업데이트 해야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옷딜’을 론칭했다. ‘옷딜’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맞춤형 추천으로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브랜드 의류의 경우에는 아웃렛 등 재고자산을 처리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보세 의류의 경우에는 중소형 업체가 대부분이고, 유통채널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월재고의 부담으로 인한 손실이 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옷딜은 보세 의류의 재고를 보유한 쇼핑몰 업체와 고객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것에 집중했다.

이렇게 보세의류의 재고를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차별화했지만, 온라인 패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운영에 대한 고민은 이어졌다. ‘가격’과 ‘재고 문제’는 해결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쇼핑앱의 운영 관리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내 취향에 맞는 최신 트렌드의 옷들을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도록 MD(Merchandiser)들의 수작업에 의존하니 인력이 바뀌거나 작업 시간이 부족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즉, 이커머스 시장은 상품 소싱부터 전시, 판매까지 하는 MD의 역량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야하는 스타트업이 MD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불가하다. 더군다나 개인별 맞춤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 옷이 먼저 노출되지 않아 UX(사용자경험) 디자인이 온라인 사이트의 고객 체류시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게 됐다.

고민과 결핍은 창의성의 원동력이 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팀을 포함한 팀 멤버 전원이 힘을 모았고, 이렇게 고객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MD, 로보엠디(ROBO MD)가 탄생하게 됐다. 차별화를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B2C 온라인 쇼핑몰에서, AI기술을 융합하는 패션테크(Fashion Tech) 기업으로 업의 본질을 확장한 것이다.

기존 쇼핑몰 MD의 경우 1개의 전시를 기획해 이를 판매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10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모든 쇼핑몰과 이커머스는 기획전 배너, 상품진열, 추천으로 구성된다. 개인맞춤형으로 상품을 보여주려고 하니 배너가 맨 먼저 뜨게 되고, 이 기획전을 만드는데 평균 10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10명의 소비자 그룹에게 만들어주려면 10개의 배너디자인이 필요하고 100시간이 걸리게 된다.

아이클레이브는 이를 AI 플랫폼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분석으로 시장조사 수작업 업무를 대체했고, 마침내 복합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자동배너디자인, 자동기획전배너, 자동상품추천 ‘로보엠디’ 개발에 성공했다. 버튼 하나로 쇼핑몰에 필요한 수십개의 배너디자인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늘어나면서 로보엠디 솔루션을 제공 받으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 온라인 채널별로 배너와 광고가 자동으로 제작돼 업무의 효율화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 배너로 매출 증가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최 대표는 아이클레이브(스페인어로 클레이브는 열쇠라는 뜻으로, 인터넷 인공지능 분야에서 열쇠가 되겠다는 의미)라는 사명처럼, 소비자와 업체를 인공지능으로 연결해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맡게 됐다.

패션업계는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한 곳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끊임없는 고민과 이를 해결하려는 열정은 패션 스타트업의 새로운 문을 열게 했다. ‘아이클레이브’의 성장이 패션테크를 앞당기길 기대해본다.

<박지영 『창업가의 생각노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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