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정치광고
정치광고 당락 상당한 영향
코로나 시국 현장 유세 줄여
광고 의존도 훨씬 더 높아져
바이든 코로나 대응 무능함 질타
광고 물량·비용 두 배 이상 지출
트럼프 중국 견제 경제성과 부각
네거티브 메시지 전략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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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으로 3일(한국시간 3~4일)은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투표일이다. 트럼프 후보와 바이든 후보 중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까? 한낱 광고 따위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정치광고에 관한 여러 연구에서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지만, 정치광고가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해 왔다. 1952년의 미국 대선에서 아이젠하워 후보가 텔레비전 정치광고를 시작한 이후 국내외 선거에서 정치광고를 계속한 것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의 광고 노출 횟수를 더하면 500만 회 이상으로, 지난 2016년 대선 때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투표 직전까지 텔레비전과 디지털미디어에 지출된 총 광고비는 80억 달러(한화 9조760억 원)를 넘어섰다. 코로나 시국에서 현장 유세가 줄어들자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전국 규모의 캠페인도 증가했다. 선거 비용이 트럼프보다 3배나 많은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남성의 표를 얻기 위해 야구 월드시리즈와 미국풋볼리그(NFL) 경기장에서도 광고했다.
흥미롭게도 양측 광고에서는 바이든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의 광고에서는 국가를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감의 지도자로 자신을 묘사했지만, 트럼프의 광고에서는 그를 국가의 번영을 위태롭게 할 연약한 직업 정치인으로 묘사했다. 두 후보의 메시지 전략은 달랐다. 바이든은 코로나에, 트럼프는 중국에 집중했다. 바이든의 광고에서는 코로나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트럼프의 무능을 질타했고, 트럼프의 광고에서는 중국에 너그러운 바이든을 공격하며 트럼프의 경제성과를 부각했다. 양측 모두가 긍정적 소구(positive appeal) 광고와 부정적 소구(negative appeal) 광고를 병행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인의 컴백(Great American Comeback)’ 편은 긍정적 소구 광고를 대표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경제 봉쇄 조치를 취하겠지만 트럼프는 경제 활동을 재개할 추진력을 갖췄다는 낙관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2020년 8월에만 13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실업률을 낮추고 급여를 높였다는 CNBC의 보도 내용도 근거로 제시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는 슬로건이 뜨며 광고가 끝난다. 유권자의 이성적인 판단을 호소하는 광고였다.
그에 비해 트럼프의 ‘침입(Break In)’ 편은 부정적 소구 광고를 대표한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누군가 집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긴장 속에서 911에 전화를 걸어 침입자를 신고하려 하지만, 경찰이 전화를 받지 않아 녹음 메시지만 남긴다. 잠시 후 이런 카피가 흐른다. “조 바이든은 경찰 예산을 삭감하려 합니다. 당신은 조 바이든의 미국에서 안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이든은 경찰 예산을 삭감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기에, 광고 메시지는 거짓이었다.
바이든의 ‘거기에서 나아가십시오(Go From There)’ 편은 긍정적 소구 광고를 대표한다. 월드시리즈 동안에 나간 광고에서 영화배우 샘 엘리엇의 목소리로 카피를 생생하게 전했다. “조 바이든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동의를 얻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나라를 사랑한다는 데 동의하고, 거기에서 나아가십시오.” 철길에서 시작해서 현장의 유세 장면으로 끝나는 이 광고는 레이건 대통령의 ‘미국의 아침(Morning in America)’ 캠페인을 연상시키지만, 표현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그에 비해 바이든의 ‘도나(Donna)’ 편은 부정적 소구 광고를 대표한다. 광고가 시작되면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도나 할머니가 등장해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손자와 손녀를 만나지 못했다며 한탄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를 탓하고 싶지는 않아요.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비판하는 거죠.” 할머니가 손자 손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회상하는 장면이나 마스크 끼고 모임에 참석한 바이든의 모습도 진지했다. 증언형 광고에서 도나의 차분한 목소리는 증언에 무게감을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트럼프의 광고에서는 바이든이 경찰 예산을 삭감한다거나 민주당이 사회주의자의 꼭두각시라며 거짓 주장도 했지만 대체로 열정적인 분위기였다. 바이든의 광고에서는 트럼프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시민들이 트럼프에게 실망하는 목소리를 활용했는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 밖에도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 단체의 ‘마음을 바꿔도 괜찮아(It’s Okay to Change Your Mind)’ 편이나 시궁창의 물을 빼라는 민주당 상원의 ‘적폐 청산(Drain the Swamp)’ 편도 주목할 만한 광고였다.
그렇지만 2020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대서특필할 만한 광고는 없었다. 어린이가 꽃을 따는 장면에 핵폭발 이미지를 겹쳐 핵전쟁의 위협을 환기했던 존슨 대통령의 1964년 ‘데이지(Daisy)’ 편은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레이건 대통령의 1984년 ‘미국의 아침(Morning in America)’ 편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를 훌륭하게 묘사했다. 2020 대선 캠페인은 광고비는 풍부했지만 메시지는 빈약했던 광고 전쟁으로 기억될 것 같다. 광고 물량과 광고비 측면에서 볼 때 바이든이 트럼프를 두 배 이상 압도했다. 그러나 메시지 측면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공격적인 메시지 전략을 구사했다. 광고 물량의 승리가 될 것인지, 메시지 전략의 승리가 될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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