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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재생 비즈니스 스토리를 담아내다

입력 2020. 11. 02   17:00
업데이트 2020. 11. 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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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숙박을 제공하는 공유 숙박 플랫폼 ‘다자요’


다자요가 제주도 애월 지역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현재 숙소로 운영하고 있는 ‘봉성돌담집’ 내부.
다자요가 제주도 애월 지역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현재 숙소로 운영하고 있는 ‘봉성돌담집’ 내부.

올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이 제주도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현무암 돌담이 나오고, 대문을 열면 화산송이로 잘 정돈된 예쁜 마당이 나온다. 마치 시골 외할머니 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안고 현관을 열면, ‘집’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다자요(DAZAYO)’의 남성준 대표가 제주에서 숙박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도순 돌담집이다. 
 
국내에서 제주도만큼 많은 숙박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을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유명한 관광지, 제주에는 그 명성에 맞게 유명한 호텔과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 모든 숙박 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숙박 관련 플랫폼 서비스 또한 큰 규모의 국내외 회사들이 일찌감치 진출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다자요(DAZAYO)’의 남성준 대표는 이런 레드오션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버려진 폐가와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숙박을 제공하는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이렇게 시작된 다자요의 빈집 재생 프로젝트는 숙박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것을 넘어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자요’의 남성준 대표는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10년간 사회생활을 한 후 다시 제주로 내려온 리턴족이다. 그는 제주에 돌아온 후, 제주 상황을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많은 호텔과 리조트가 지어지고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화려한 제주의 앞모습과 달리 뒷면에는 인구감소와 지역쇠퇴로 버려진 폐가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점점 늘고 있었던 것이다. 쓸쓸한 제주의 모습을 목격한 남 대표는 ‘제주를 진정으로 살리는 방법은 뭘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때마침, ‘한 달 살아보기’, ‘제2의 고향 만들기’ 등 도시를 벗어나 또 다른 지역에 살아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새로 지어진 반짝반짝한 호텔에서는 절대로 느껴보지 못하는 제주 본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던 그는 지역을 제대로 알려면 그 지역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닌, 실제로 제주도민들이 제주의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왔던 세월이 담긴 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에게 자신의 ‘공간’을 내어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던 ‘다자요’의 창업가 남 대표는 버려진 폐가를 리모델링해서 10년 후 주인에게 돌려주는 모델을 기획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다자요의 비즈니스모델은 ‘빈집을 주인에게 공짜로 빌리고, 잘 고쳐서 여행객들에게 머물 곳(Stay)을 제공한다’이다. 이렇게 농어촌 지역에 방치된 빈집들을 활용해 여행객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빈집프로젝트는 남 대표가 지난 2018년 제주도 서귀포 도순동에 돌담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활용하면서 시작됐다. 이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사용자들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빈집 소유주에게도 방치되었던 부동산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가치혁신이 뒷받침해준다. 이러한 가치는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 결과를 통해 증명되었다. 다자요를 직접 이용해본 고객들은 “제주도에 나만의 별장이 생긴 것 같다”고 크게 만족했고, 어차피 비어 있어 방치해야 했던 집을 공짜로 리모델링할 수 있게 된 소유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빈집 재생 프로젝트 1호인 도순돌담집.
 사진==㈜다자요
빈집 재생 프로젝트 1호인 도순돌담집. 사진==㈜다자요

그리고 ‘다자요’의 이러한 성공은 ‘마을 재생’에 새로운 모델이 되었다. 마을 재생의 핵심은 원래 가진 기능을 되살려, 마을의 색깔을 되찾고, 그 안에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 마을을 되살리려 하고 있지만, 저출산과 일자리 부족 등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를 막을 또렷한 방법이 없었다. ‘다자요’의 비즈니스 모델은 싹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그 지역이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되살리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여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왔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은 좋은 스토리를 만들고, 이 스토리는 날개를 달고 스스로 확산된다. 사회의 근본적인 이슈를 해결하는 다자요의 좋은 스토리를 응원하는 많은 이들이 생겼고, 빈집 문제를 겪고 있는 태백과 여수 등의 지자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럽의 오래된 거리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은 네온사인에 둘러싸인 도심을 걸을 때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지역이 가진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다. 자연환경과 지역의 역사가 오랜 시간 축적되어야만 그 지역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그 지역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투자’라는 잣대로 평가하곤 한다.

지역에 있는 빈집도 마찬가지다. 그 지역의 분위기를 간직한 가장 소중한 ‘공간’임에도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낡았다는 이유로 싹 다 갈아엎어 버리거나 방치해 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다자요’가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살리며, 잊혀졌던 공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혁신 사례로 남기를 기대한다.

<박지영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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