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대표 취미 ‘등산’에 새바람
코로나 발발 후 산 찾는 젊은층 급증
‘레깅스 룩’ 등 파격 패션 자랑 무대
#등산 해시태그 80% MZ세대 인증
온라인 산행 커뮤니티도 북적북적
이제는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해외여행이 별 문제 없이 이루어지던 시절, 외국 공항에서 한국 중년 관광객들의 패션이 화제가 되었다. 외국인들의 인스타그램에도 공항 로비에 모여 있는 한국인들의 사진이 올라가고 언론 매체도 타면서, 외국 친구가 그 이유를 묻기까지 했다. “왜 한국인들은 등산복을 입고 여행을 다니냐?”
외국 친구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부분도 곁들여 얘기해줬다. 거기서 한 꺼풀 더 들어가면 그들이 입은 등산복의 색상이 울긋불긋 아주 원색의 향연이고, 제품들의 기능성이 히말라야산맥의 에베레스트를 등반해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전문 산악인에게나 어울릴 아주 고급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있었다.
질문을 던진 외국 친구에게 덧붙인 부분의 이유까지 설명해주었다. 우선 한국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경쟁이 심한데, 소비하는 제품에서도 경쟁심리가 작동한다. 다른 이들이 구입한 것보다 어떤 면에서든 우수한 점이나 다른 제품에는 없는 기능이 첨가되어 있어야 한다. 등산복같이 공통으로 갖춰야 하는 데서는 특히 심할 수 있다. 그런 경쟁이 보다 다양한 기능, 고급화로 이어져 전문가용 등산복의 보편화로 연결되었다. 색상의 화려함이 경쟁의 한 요소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여행의 본질은 일상에서의 탈출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세대이지만, 여행에서만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 등산복은 산에서 일어날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하여 눈에 잘 띄어야 한다는 이유로 눈에 띄는 색상이어야 한단다. 그런 색상이 자신들의 생활 반경을 벗어나 한 번 돋보이려고, 들뜬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이용되면서 울긋불긋 원색 물결이 펼쳐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실제 한국인들이 등산을 많이 하고 있다는 현실을 알려주었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등산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즐기는 취미로 꼽혔다. 2019년은 11%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로 등산을 꼽아, 2위인 7%대의 음악과 헬스를 앞질렀다. 40대 이상에서는 더 높은데, 50대 남자와 여자는 각각 25%, 22%가 등산을 가장 좋아하는 취미라고 대답했다. 10~30대 남성은 게임이, 같은 나이대 여성은 음악 감상이 1위였다.
MZ세대에게 등산은 어른들의 취미이자 운동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산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닦는 곳이기도 했다. 회사나 조직에서 단합을 위한 행사로 등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을 오르는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에서 땀을 흘리고, 정상에서 투지를 불태우며 서로 하나가 되어 목표에 오른 기쁨을 나누고, 하산 후의 뒤풀이로 술잔을 부딪치는 게 다반사였다. 상사의 취미인 등산을 모든 부서원이 함께한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익명으로 인터넷에 고발처럼 오르기도 했다.
한편으로 할 일 없을 노년이 가야 할 곳으로 자조적으로 ‘탑골공원’을 얘기한 것처럼 실직한 중장년이 하는 행위로 등산이 꼽히기도 했다. 1920년대 에베레스트에서 목숨을 잃은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는 단순히 “거기에 산이 있어서” 산에 오른다고 했는데,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은 건강을 지키고, 마음을 수양하고, 조직관리를 위하여, 실직 후 일이 없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산에 오른다. 등산복도 자주 입다 보니 편하고, 나름 통기성도 좋고, 화려해 보이기도 해서 이곳저곳 장소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즐겨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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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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