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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중국해 상황과 아세안(ASEAN) 우려

입력 2020. 09. 28   07:46
업데이트 2020. 09. 2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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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A 뉴스레터 844호(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행)



최근 아세안(ASEAN)은 미국과 중국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극한 군사적 대립을 보이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9월 14일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USINDOPACOM)는 림팩 이후에 중국과 인접된 마리아나 해역에서 『용맹한 방패(Valiant Shield)』 훈련을 실시하였으며, 이에 대응해 중국 공군은 J-10/11/16 전투기와 H-6K 개량형 전략폭격기 그리고 해상초계기를 동원하여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대만 해협에서 대대적인 공중작전을 하여 대응하였다.

미국이 남중국해와 인접된 해역에서 해상훈련을 하자,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공중훈련을 하여 맞대응한 것이었으며, 특히 중국 공군은 이 훈련 중에 중국과 대만 간 해협의 중간선을 넘는 모습을 보여 대만공군의 F-16과 미라주(Mirage) 등 전투기가 긴급발진하였다.

당시 대만 국방부는 중국 공군의 이러한 행위가 대만 안보와 주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면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미·중 간 강대국 경쟁이 남중국해에서 점차 대만해협으로 확대되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양영유권 분쟁을 갖고 있는 아세안은 이를 매우 심각한 동남아시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우려를 표명하였다.

총 10개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 간 중간입장을 유지하였으며, 이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이중적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은 아세안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 불만과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 9월 9일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원 채탐하우스(RIIA)의 빌 헤이톤(Bill Hayton) 박사는 워싱턴의 미·중 안보경제위원회(USCHESRC)에 보고한 남중국해 평가 보고서에서 ‘아세안의 우려’를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첫째, 아세안은 남중국해 문제가 군사적 대립의 장(場)이 되기보다 다자주의와 국제법에 따라 해소되기를 원한다.

이 점에서 헤이톤 박사는 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미·중 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남중국해에 대해 항행의 자유작전(FON)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아세안은 부담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심지어 아세안은 미 7함대 사령관 빌 메리츠(Vice Admiral Bill Meriz) 해군중장이 미 해군은 인도-태평양 지역내 동맹국, 파트너십국가 또는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협력하여 남중국해에서 FONOP을 자주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부담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세안이 항상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중국의 부상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미국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 미국이 이러한 아세안을 불만족스러워하며, 항상 미국 독단적으로 조치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점에서 헤이톤 박사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여하한 이유에서든 아세안이 어느 한쪽에 서야 하는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러한 아세안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둘째, 미 트럼프 대통령의 아세안 경시(snub)다.

헤이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제시하면서 아세안에 대해 비중을 전혀 두지 않았으며, 아세안에 대해 일관성(consistency) 없는 정책을 취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 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체(TPP)에서 탈퇴하였으며, 이에 많은 노력과 기대를 한 아세안을 당황하게 하였다.

또한 헤이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세안 경시는 미 국무부가 아직까지 일부 아세안 국가에 미국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것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아세안에서 주도적 능력을 갖추고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는 싱가포르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미국대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임명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강대국 경쟁이 심각해지어 아세안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아세안을 이용하는 매우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아세안은 향후 미국이 중국의 일방주의(unilateralism)와 독단적 태도(overbearing) attitude)들을 막아 줄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우려(seriousness)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과 타협이 되면 남중국해를 포기(giving up)할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나타내고 있다.

셋째,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긴장 고조는 마치 아세안에게 미국과 중국 간 선택(take a choice)을 요구(berate)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헤이톤 박사는 아세안이 남중국해에서 불법적 행위를 자행하고 국제법이 아닌, 역사적 근거에 의한 기득권을 주장하며, 일부 아세안 연안국들이 남중국해에서의 합법적 해양조사 활동과 어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고 항의를 하지 않는 것은 아세안 나름의 대(對)중국 대응 방식이라면서 미국이 이를 아세안의 이중적 태도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헤이톤 박사는 미국이 아세안에게 자유로운 재량권(autonomy)을 주어 중국과의 관여(engagement)로 타협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주된 이유는 중국은 아세안을 절대로 무시하여서는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아세안들도 중국과의 교역없이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는 중국과 아세안 간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아세안은 미·중 간 남중국해에서의 극한 군사적 대립에 대한 우려(anxiety)를 하고 있다.

헤이톤 박사는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관심을 ① 수중암초를 인공섬으로 만들어 섬지위를 부여받아 해양관할권을 넓히고, ② 해저자원을 독식하며, ③ 배타적인 역사적 어업권 장악으로 미국 또한 남중국해 문제를 미·중 간 강대국 경쟁에서 우세하다는 표준적 대상으로 삼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헤이톤 박사는 “지난 7월 13일 미 마이클 폼페이오(Michael Pompeo) 국무장관이 미국은 중국의 9단선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무효라는 것에 동의하며, 2016년 7월 12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중국-필리핀 간 남중국해 해양영유권 중재에 대해 판결을 내린 것에 동의한다고 발표하였다”면서 미국이 그동안 유지하던 국제법적 중립 입장에서 전향하여 국제법적인 입장을 내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이전까지 중립적 입장을 취하며, 제3자로서 중국과 아세안 어느 편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헤이톤 박사는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이 아니고, 유엔해양법협약(UNCLOS) 회원국이 아니 상황에서, 아세안이 이러한 미국의 지원 발언에 힘입어 중국을 설득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이에 헤이톤 박사는 미국이 아세안에게 신뢰성을 보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구사하여 아세안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이를 위해 헤이톤 박사는 미국이 중국과 무조건 대립하기 보다는 협력할 사항에 대해서는 관여(engagement)하면서 아세안이 처한 막다른 곤경을 해소해 주고,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아울러 헤이톤 박사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아세안이 중국과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는 약세는 아니라면서, 미국이 지난 9월 중순의 베트남 주관 하의 아세안 정상회담(EAS), 아세안 국방장관 확대회의(ADMM Plus), 아세안지역포럼(ARF) 등에서 중국과 대립의 각을 세우기보다, 아세안에게도 역할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아세안과 함께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궁극적으로 헤이톤 박사의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미·중 간 강대국 대립에 대한 평가와 제안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게 의미있는 교훈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The South China Sea in 2020, Statement before 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hearing on US-China Relations in 2020: Enduring Problems and Emerging Challenges, Wednesday 9 September 2020 by Bill Hayton, Associated Fellow, Asia-Pacific Programme, Chatham Hous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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