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광고로 보는 사회문화

“하루 98㎞ 달려 300여 개 배달… 택배기사님, 바쁘더라도 식사는 거르지 마세요”

입력 2020. 08. 11   17:21
업데이트 2020. 08. 11   17:23
0 댓글

<40> 택배기사 응원 광고


G마켓 광고 ‘스마일 도시락’ 편
택배기사 고된 일상 생생히 표현
메시지 통해 도시락 전달 캠페인
유튜브 공개 3주 만에 4만 동참
‘쉬운 감사’ 소비자 심리타점 맞혀

G마켓 광고 ‘스마일 도시락’ 편(2018).
G마켓 광고 ‘스마일 도시락’ 편(2018).



우리는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 편하게 택배를 받고 있다. 배송비를 지불했으니 마땅한 일이려니 생각해야 할까? 택배기사는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 일하고, 날마다 300여 개를 배달하려고 98㎞를 이동하고 200여 통의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처우는 좋지 못하다. 택배회사가 난립한 탓에 그리된 측면도 있다. 택배기사의 노동을 당연하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산하의 G마켓 광고 ‘스마일 도시락’ 편(2018)에서는 택배기사를 ‘시간을 달리는 남자’에 비유했다. 광고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택배기사의 동선을 따라가며 하루의 고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통화하며 짐을 들고 뛰고, 위험한 길을 아찔하게 건너고, 몸을 가릴 정도로 높게 쌓은 짐을 양팔로 옮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니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다. 그래서 큰 생수병 12개를 등에 지고 계단을 오르기도 한다. 트럭에서 김밥을 먹으려는데 전화가 걸려오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포기한다. 광고에서는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처럼 택배기사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다음과 같은 카피를 내레이션으로 흘려보낸다.

“시간을 달리는 남자. 택배기사님은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 일합니다. 매일 300개의 택배를 전달하기 위해 98㎞를 이동하고 200통의 전화를 받으며 고객들을 만나죠. 늘 시간에 쫓겨 하루 두 끼를 단 15분 만에 해결해야 하는 택배기사님. 그래도 힘을 낼 수 있는 건 고객의 따뜻한 한마디 덕분입니다. 이제 고객의 응원을 G마켓이 응원합니다. 택배기사님, 스마일 도시락 드세요. G마켓에 응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응원 메시지는 택배기사님의 든든한 도시락이 됩니다. 택배기사님 고맙습니다.”

광고의 후반부에서는 고객들이 택배기사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가 나온다. “기사님, 저희 동네 오래오래 맡아 주세요.” “바쁘시더라도 식사는 거르지 마시길….”

이와 같은 인사말을 비롯해 무인 택배 함에도 택배기사의 식사를 걱정하는 메모지가 붙어 있다. 택배기사는 고객이 보낸 쿠폰을 도시락으로 바꾸며 기쁜 표정을 짓는다. 이 광고는 고객이 특정 택배기사를 지정해 온라인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송하게 하는 고객 참여형 캠페인이다.

고객들이 G마켓에서 ‘스마일 도시락’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감사 메시지를 작성하면, 그 문자와 함께 도시락 쿠폰이 택배기사에게 발송된다. 고객이 메시지를 보내면 G마켓은 편의점과 연계해 택배기사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과정인 셈이다. 택배기사는 도시락을 찾으러 따로 발걸음할 필요가 없다. 스마일박스 인근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찾을 수 있도록 택배기사의 업무 환경과 동선까지 배려했다. 치밀하게 설계한 인상적인 캠페인이다.

이 광고에서는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한 물건들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배달해주는 택배기사를 ‘시간을 달리는 남자’로 묘사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감사하다며 따스한 마음을 건네는 분도 있지만 사소한 문제로 트집을 잡는 분도 많아, 택배기사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1분 40초 길이의 이 광고를 유튜브에 공개한 지 3주 만에 4만여 건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고,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1100만 건의 조회 수를 넘겼다. 2018년 서울영상광고제에서는 소비자들이 가장 호평하는 광고에 주는 컨슈머리포트상을 받았다.

광고의 핵심 주장을 택배기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는 계몽적인 메시지로만 봐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이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광고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물건을 배달해준 택배기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도 딱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광고 기획자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내면 심리를 포착했을 것이다. 그 지점이 소비자의 심리타점이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투수가 던지는 볼을 타자가 배트 중앙에 정확히 맞혀 홈런을 날리는 그 지점이다.

야구 배트나 테니스 라켓의 중심에 공이 정확히 맞으면 힘을 가하지 않아도 공을 더 멀리 더 빨리 보낼 수 있다. 스포츠 용어로 그 지점을 스위트 스폿이라고 하는데, 소비자의 마음속에도 이런 지점이 있다. 날아오는 공처럼 광고 메시지가 소비자 마음속을 꿰뚫고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때, 소비자의 심리타점(sweet spot)을 정확하게 맞혔다고 비유할 수 있다. 소비자 통찰력과 브랜드 통찰력이 정확히 만나는 접점이 소비자의 심리타점(소비자 통찰력+브랜드 통찰력)인 셈이다. 광고 기획자들은 택배기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도 딱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소비자들의 심리타점을 정확히 찾아냈다. 도시락은 심리타점을 가격할 매개체로 활용됐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배송비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저렴하다. 택배기사에게 돌아갈 몫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G마켓의 ‘스마일 도시락’ 광고는 고객의 심리타점을 건드린 좋은 광고였다. 한시적인 캠페인에 머무르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캠페인을 전개했으면 싶다.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택배기사의 어마어마한 노동량을 생각한다면 사소한 실수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문 앞에 메모를 붙여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거나 음료수를 건넨다면 더욱 좋겠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택배산업이 출범한 지 28년 만에 택배 노동자를 위해 마련한 ‘택배 없는 날’이 생겼다. 8월 14일이다. 날이 갈수록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주요 택배사들과 한국통합물류협회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했다. 잘한 일이다. 17일 대체 공휴일까지 합치면 택배 노동자들은 나흘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모처럼 맞이하는 연휴 기간 내내 택배기사들께서 느슨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시기 바란다. <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전 한국광고학회장>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