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은…
신부가 프랑스에 첫발 내디딘 날
신랑은 마중도 안 나와
알레고리 과하게 사용해 현실 포장
‘마르세유에 도착하는 마리 드 메디치’. 필자 제공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루브르에 있는 마리 드 메디치의 연작(Marie de Medici Cycle)을 감상해 보도록 하겠다. 제목은 ‘마르세유에 도착하는 마리 드 메디치’다.
마리가 결혼하기 위해 프랑스의 마르세유 항구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감상하는 것이 좋을까. 이 그림은 멀리서 대충 봐서는 재미가 없다. 스토리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숨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찾는다는 기분으로 보는 것이 좋다.
먼저 마리가 누구인지 찾아보자. 가운데 금실로 수를 놓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마리다. 그리고 오른편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언니 엘레아노르 만토바 공작부인(Duchess of Mantua Eleonora·1567~1611), 마리 왼편에 깃털 장식 모자를 쓴 여인은 마리의 숙모인 크리스틴 토스카나 대공비(Grand Duchess Cristina·1565~1637)다. 이 둘은 항상 따라다니며 마리의 결혼을 도운 사람들이다. 그러면 마리의 오른팔을 부축하고 있는 사람과 그 뒤에 얼굴만 보이는 여자 그리고 숙모인 크리스틴 토스카나 대공비 뒤에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대충 짐작해 보면 누구인지는 몰라도 중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루벤스는 중요한 사람은 전신을 다 그리고 감정 표현도 과장하기 때문이다.
마리 드 메디치는 언니와 숙모의 보살핌 아래 이제 프랑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황금색이 하도 화려해서 마치 성 같아 보이는 것은 배다. 마리는 지금 배에서 마르세유 항구로 내려오는 중이고, 붉은색 천으로 둘러싼 나무다리 왼편은 메디치 가문의 배, 오른편은 마르세유의 선착장이다.
그런데 마리를 맞아주는 사람이 몇 있는데 전신이 다 나오고 포즈에 감정이 잔뜩 실린 사람이 둘 있다. 앞의 사람은 파란 비단에 백합 문장 망토를 두르고, 깃털 장식 투구를 쓴 것을 보면 프랑스의 의인화가 분명하다. 그럼 그 뒤에 금빛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누구일까?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왼손을 치켜든 포즈는 성화에서 성모를 환영하는 여인의 포즈와 닮아 보인다. 루벤스는 마리 드 메디치의 도착을 성모를 환영하는 정도로 기뻐했다고 느껴주기 바랐던 것이다. 여인의 머리를 보니 건축물들이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의인화겠고, 여기는 마르세유이니 당연히 마르세유의 의인화다. 프랑스에 첫발을 내디딘 마리를 프랑스의 의인화와 마르세유의 의인화가 너무나도 반기는 장면인 것이다.
마리의 머리 위를 보면 천사가 나팔 두 개를 불고 있다. 쌍나팔이다. 나팔은 보통 중요한 사람이 등장할 때 부는데 마리가 등장할 때는 사람만 부는 것이 아니라 천사까지 불어 준다. 그녀의 엄청난 명성을 표현한 것이다. 역시 또 수많은 알레고리를 사용했다. 그런데 시선을 뺏는 또 다른 것은 배에서 내리는 마리 일행보다는 아랫부분에 있는 벌거벗은 여인들이다.
루벤스 작품 여인들의 역동성이 잘 드러나 있다. 세 명의 벌거벗은 여인의 몸이 너무 뒤틀려 있어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가 없다. 루벤스는 윗부분에서 마리의 도착을 화려하게 과장하고 아래서는 희석한 것이다. 마리의 교육에서 삼미신을 등장시킨 것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부드럽게 만든 것이다. 아래도 보고 위도 보고.
그렇다면 이제부터 아래를 보자. 세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바다에 떠 있다. 바다의 요정 네레이데스(Nereides)다. 그녀들은 바다에서 좋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마리 드 메디치의 항해를 도운 것이다. 지금도 왼편 네레이드는 줄을 당겨 배가 항구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하고 오른편 네레이드는 항구의 기둥을 잡고 있고, 가운데 네레이드는 양쪽을 잡고 있다. 끝까지 정성이다. 마리는 당연히 좋은 사람이니까.
맨 왼편에 은빛 긴 턱수염을 한 사람은 프로테우스(Proteus)다. 바다에서 긴 수염은 그밖에 없다. 그 위에 삼지창을 든 사람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이 분명하고 아래서 고동을 부는 사람은 그의 아들 트리톤(Triton)이다. 해마 두 마리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네레이데스와 프로테우스, 포세이돈과 트리톤. 바다의 신들은 모두 모였다. 이들이 다 마리의 항해를 도왔다는 것이다. 마리 드 메디치는 자신이 프랑스를 구하러 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특히나 중요했다. 그림 위쪽 왼편에 검은 갑옷 입고 있는 사람은 마리 드 메디치를 호위한 몰타 기사단이다. 하지만 마리를 안전하게 호위한 것은 그가 아니라 신들이었다고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그림 왼편 윗부분에 메디치 가의 문장 방패가 있다. 거기에 왕관이 씌워져 있다. 왕비가 되려고 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연작을 보면 사실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스토리들은 알레고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마리의 대리 결혼식이 그랬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알레고리를 과하게 사용하고 있다. 혹시 현실이 달라서였을까? 그렇다. 현실은 많이 달랐다.
먼저 마리를 반기는 사람을 왜 프랑스의 의인화와 마르세유의 의인화로 대치해서 그렸을까? 신랑이 마중 나오지 않았다. 27세의 꽃다운 신부가 프랑스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47세의 신랑이 안 나온 것이다. 지참금도 어마어마하게 가지고 왔는데 말이다. 물론 사보이 공국(Duchy of Savoy)과 전쟁 중이긴 했다. 그래도 좀 그렇다. 그래서 알레고리로 각색한 것이다.
여기는 항구다. 사실 마리는 배에서 선착장 경사로를 올라갔다. 그런데 내려오는 장면으로 바꿔 그린 것이다. 경사로를 힘들게 올라가는 마리를 생각해보면 분위기에 안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다의 신들을 많이 그린 것은 가는 바닷길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분 좋을 리가 없고 그래서 모든 바다의 신들이 호위하는 과정이었다고 그린 것이다.
이제 그림이 쉽게 들어 온다. 마르세유 항으로 고고하게 하선하는 마리 드 메디치, 구세주를 맞이하듯 반기는 프랑스와 마르세유 시, 하늘에서 울려주는 천사의 팡파르, 마리를 호위하기 위해 모두 모여든 바다의 신들.
오늘은 메디치 연작 중 여섯 번째로 ‘마르세유에 도착하는 마리 드 메디치’를 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가 처음 만나게 되는 ‘리옹에서의 만남’을 감상하도록 하겠다. <서정욱 아트앤콘텐츠 대표>
그러나, 현실은…
신부가 프랑스에 첫발 내디딘 날
신랑은 마중도 안 나와
알레고리 과하게 사용해 현실 포장
‘마르세유에 도착하는 마리 드 메디치’. 필자 제공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루브르에 있는 마리 드 메디치의 연작(Marie de Medici Cycle)을 감상해 보도록 하겠다. 제목은 ‘마르세유에 도착하는 마리 드 메디치’다.
마리가 결혼하기 위해 프랑스의 마르세유 항구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감상하는 것이 좋을까. 이 그림은 멀리서 대충 봐서는 재미가 없다. 스토리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숨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찾는다는 기분으로 보는 것이 좋다.
먼저 마리가 누구인지 찾아보자. 가운데 금실로 수를 놓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마리다. 그리고 오른편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언니 엘레아노르 만토바 공작부인(Duchess of Mantua Eleonora·1567~1611), 마리 왼편에 깃털 장식 모자를 쓴 여인은 마리의 숙모인 크리스틴 토스카나 대공비(Grand Duchess Cristina·1565~1637)다. 이 둘은 항상 따라다니며 마리의 결혼을 도운 사람들이다. 그러면 마리의 오른팔을 부축하고 있는 사람과 그 뒤에 얼굴만 보이는 여자 그리고 숙모인 크리스틴 토스카나 대공비 뒤에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대충 짐작해 보면 누구인지는 몰라도 중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루벤스는 중요한 사람은 전신을 다 그리고 감정 표현도 과장하기 때문이다.
마리 드 메디치는 언니와 숙모의 보살핌 아래 이제 프랑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황금색이 하도 화려해서 마치 성 같아 보이는 것은 배다. 마리는 지금 배에서 마르세유 항구로 내려오는 중이고, 붉은색 천으로 둘러싼 나무다리 왼편은 메디치 가문의 배, 오른편은 마르세유의 선착장이다.
그런데 마리를 맞아주는 사람이 몇 있는데 전신이 다 나오고 포즈에 감정이 잔뜩 실린 사람이 둘 있다. 앞의 사람은 파란 비단에 백합 문장 망토를 두르고, 깃털 장식 투구를 쓴 것을 보면 프랑스의 의인화가 분명하다. 그럼 그 뒤에 금빛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누구일까?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왼손을 치켜든 포즈는 성화에서 성모를 환영하는 여인의 포즈와 닮아 보인다. 루벤스는 마리 드 메디치의 도착을 성모를 환영하는 정도로 기뻐했다고 느껴주기 바랐던 것이다. 여인의 머리를 보니 건축물들이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의인화겠고, 여기는 마르세유이니 당연히 마르세유의 의인화다. 프랑스에 첫발을 내디딘 마리를 프랑스의 의인화와 마르세유의 의인화가 너무나도 반기는 장면인 것이다.
마리의 머리 위를 보면 천사가 나팔 두 개를 불고 있다. 쌍나팔이다. 나팔은 보통 중요한 사람이 등장할 때 부는데 마리가 등장할 때는 사람만 부는 것이 아니라 천사까지 불어 준다. 그녀의 엄청난 명성을 표현한 것이다. 역시 또 수많은 알레고리를 사용했다. 그런데 시선을 뺏는 또 다른 것은 배에서 내리는 마리 일행보다는 아랫부분에 있는 벌거벗은 여인들이다.
루벤스 작품 여인들의 역동성이 잘 드러나 있다. 세 명의 벌거벗은 여인의 몸이 너무 뒤틀려 있어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가 없다. 루벤스는 윗부분에서 마리의 도착을 화려하게 과장하고 아래서는 희석한 것이다. 마리의 교육에서 삼미신을 등장시킨 것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부드럽게 만든 것이다. 아래도 보고 위도 보고.
그렇다면 이제부터 아래를 보자. 세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바다에 떠 있다. 바다의 요정 네레이데스(Nereides)다. 그녀들은 바다에서 좋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마리 드 메디치의 항해를 도운 것이다. 지금도 왼편 네레이드는 줄을 당겨 배가 항구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하고 오른편 네레이드는 항구의 기둥을 잡고 있고, 가운데 네레이드는 양쪽을 잡고 있다. 끝까지 정성이다. 마리는 당연히 좋은 사람이니까.
맨 왼편에 은빛 긴 턱수염을 한 사람은 프로테우스(Proteus)다. 바다에서 긴 수염은 그밖에 없다. 그 위에 삼지창을 든 사람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이 분명하고 아래서 고동을 부는 사람은 그의 아들 트리톤(Triton)이다. 해마 두 마리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네레이데스와 프로테우스, 포세이돈과 트리톤. 바다의 신들은 모두 모였다. 이들이 다 마리의 항해를 도왔다는 것이다. 마리 드 메디치는 자신이 프랑스를 구하러 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특히나 중요했다. 그림 위쪽 왼편에 검은 갑옷 입고 있는 사람은 마리 드 메디치를 호위한 몰타 기사단이다. 하지만 마리를 안전하게 호위한 것은 그가 아니라 신들이었다고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그림 왼편 윗부분에 메디치 가의 문장 방패가 있다. 거기에 왕관이 씌워져 있다. 왕비가 되려고 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연작을 보면 사실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스토리들은 알레고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마리의 대리 결혼식이 그랬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알레고리를 과하게 사용하고 있다. 혹시 현실이 달라서였을까? 그렇다. 현실은 많이 달랐다.
먼저 마리를 반기는 사람을 왜 프랑스의 의인화와 마르세유의 의인화로 대치해서 그렸을까? 신랑이 마중 나오지 않았다. 27세의 꽃다운 신부가 프랑스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47세의 신랑이 안 나온 것이다. 지참금도 어마어마하게 가지고 왔는데 말이다. 물론 사보이 공국(Duchy of Savoy)과 전쟁 중이긴 했다. 그래도 좀 그렇다. 그래서 알레고리로 각색한 것이다.
여기는 항구다. 사실 마리는 배에서 선착장 경사로를 올라갔다. 그런데 내려오는 장면으로 바꿔 그린 것이다. 경사로를 힘들게 올라가는 마리를 생각해보면 분위기에 안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다의 신들을 많이 그린 것은 가는 바닷길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분 좋을 리가 없고 그래서 모든 바다의 신들이 호위하는 과정이었다고 그린 것이다.
이제 그림이 쉽게 들어 온다. 마르세유 항으로 고고하게 하선하는 마리 드 메디치, 구세주를 맞이하듯 반기는 프랑스와 마르세유 시, 하늘에서 울려주는 천사의 팡파르, 마리를 호위하기 위해 모두 모여든 바다의 신들.
오늘은 메디치 연작 중 여섯 번째로 ‘마르세유에 도착하는 마리 드 메디치’를 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가 처음 만나게 되는 ‘리옹에서의 만남’을 감상하도록 하겠다. <서정욱 아트앤콘텐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