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병영칼럼

[장창현 병영칼럼]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양극성 장애

입력 2020. 08. 05   16:31
업데이트 2020. 08. 05   17:10
0 댓글


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힙합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장르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10대 시절부터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힙합의 자유와 역경을 딛고 일어섬에 대한 힙합의 긍정성을 참 좋아했습니다. 힙합의 자기고백적 특성은 어떤 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상담 장면과도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힙합 세라피(Therapy)’라는 유색인종 청소년들의 마음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입니다. 힙합은 이렇게 마음의 치유와 가깝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힙합과 맞닿아 있는 마음의 아픔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니예 웨스트는 힙합에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입니다. 2004년에 나온 1집 앨범부터 2019년에 나온 9집 앨범까지 모두 주목받았습니다. 21개의 그래미 상을 받았으며, 현재 힙합 아티스트 중에 최고의 부(富)를 누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랩 가사를 통해 자신이 힙합 최고의 아티스트임을 과시하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2018년 다른 이유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자신이 양극성 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을 대중에게 알린 것이지요. 이후에도 변함없이 음악적 성취를 이뤘지만, 이해하기 힘든 기행도 여러 차례 벌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22일 카니예의 부인인 킴 카다시안은 트위터를 통해 남편의 양극성 장애를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습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카니예는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 병을 가진 분들은 이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마음 아픈 것인지 알 것입니다. … 언론과 대중에게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동정과 공감을 가져주세요.” 마음의 병은 그 자체의 증상으로도 힘겹지만, 편견과 낙인은 이를 극복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갖게 합니다.

양극성 장애는 기분의 극단적인 고조와 우울을 오가는 마음의 병입니다. 기분의 극심한 상승은 조증 상태라고 합니다. 이때는 마음이 들뜨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굉장히 예민하고 거칠어지기도 합니다. 소비가 지나치거나, 종교적·성적·정치적으로 몰두할 수도 있고, 피해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적절하게 치료 개입을 하지 않으면 당사자의 학업이나 직업, 관계 등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2016년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의하면 성인 인구 1000명 중 한 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이러한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흔한 질병이라는 것이지요. 적절한 기분 안정제를 복용하고 상담치료를 잘 받는다면 힘든 시간을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마음의 힘겨움으로 진료실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습니다. 마음의 취약성을 지닌 분들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조증’ 증상을 경험해 가족과 함께 진료실을 찾으시는 분도 계십니다. 카니예 웨스트의 사례처럼 마음의 병을 빨리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병을 숨기기보다는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