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뉴트로 놀이
과거의 것 현대적 이미지로 변용
자신의 취향에 맞춰 새 의미 부여
공유하고 품평하는 놀이로 발전
하이틴 감성 영화·드라마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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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예전 같으면 무조건 배척하던 과거의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그 의미에 맞게 변조하며, 사용하는 방식을 개발하여 자신들 가운데서 쿨한 아이템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이렇게 MZ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레트로의 트렌드에 ‘뉴트로(newtro)’라는 명칭을 붙였다. 윗세대가 자신들의 현재 나이거나 그보다 어릴 때의 것들을 MZ세대가 자신들에 맞추어 받아들여 즐길 수 있게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디지털화가 이를 가능케 했다.
드라마를 비롯한 이전의 TV 영상과 같은 문화상품 중심으로 이전의 기록들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해 왔다. 게임도 그런 문화상품의 하나임은 물론이다. 불쑥 과거로부터 어느 한 품목이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너무 낯선 것들에 대해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데, MZ세대는 그들이 직접 겪지 않은 시절의 다양한 풍물과 산물들이지만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노출 경험을 가졌다. 보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과거의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직접 디지털로 변화를 가하거나, 파묻혀 있던 것을 끄집어내고 공유하면서 유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음료 회사에서 선물용으로 주던 회사나 음료 이름이 크게 박힌 컵들, 이전의 병에 살짝 변화를 준 소주병이 인기를 끌었다. 이 역시 옛날의 컵들이나 소주병들의 이미지 자료들이 충분히 노출된 게 바탕이 됐다. 현대적인 이미지를 가하며 살짝 변용을 주고, 그것을 공유하고 품평하는 놀이로 발전한 것이다.
지난해 4월 대학내일에서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초기 인기 있었던 대중잡지 『선데이서울』을 연상케 하는 표지로 만우절 특집판을 냈다. 대학생들은 B급 유머를 활용한 뉴트로 상품으로 좋아했고, 장년층은 그들의 향수를 자극한 측면보다 젊은 층이 그들의 추억을 상품화한다는 데서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MZ세대와 윗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결고리가 ‘뉴트로’라는 트렌드의 본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튜브로 90년대 음악을 접하게 된 90년대생으로 꾸준히 레트로 음원을 출시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80년대생으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는 어릴 때 접한 멋진 음악들을 계속하는 측면이 크고, 90년대생은 새롭고 신선한 놀이터를 발견한 느낌이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게임 광고처럼 90년대의 짝짓기 TV 오락 프로그램 등을 패러디하는 형식의 뮤비(뮤직비디오)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레트로 혹은 뉴트로 놀이는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하이틴 감성’이라는 큰 흐름이 나타났다. 하이틴 감성은 여러 부문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먼저 콘텐츠 부문에서 10대 후반들의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갈등, 우정, 사랑 등을 그리는 하이틴 영화나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의 음악들도 하이틴물에 나오거나, 그런 느낌의 ‘하이틴 주인공처럼’ ‘남친을 불러내는’ 등의 설명이 붙은 팝송들이 십만, 백만 단위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이들 하이틴물에 나온 베이비 티셔츠, 테니스 스커트, 두꺼운 머리띠, 짧은 카디건 등의 의상에 잔 꽃무늬, 핑크나 연보라색 컬러가 유행을 탔다.
인스타그램에 기반한 패션 플랫폼으로 알려진 곳에서는 아예 ‘하이틴’을 키워드로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하이틴 스타일을 즐겨 선보이는 걸그룹 멤버들이 주목받았다. 하이틴 느낌으로 찍거나 보정한 사진들만 모아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걸그룹 멤버들도 나타났다. 하이틴 느낌을 주는 보정법이 나왔고, 인스타스토리 필터들도 등장했다. 폰꾸(폰 꾸미기),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도 하이틴 느낌이 대세로 떠올랐다. 특히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라는 게 나왔는데,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폴꾸는 코로나19 발발 이후에 Z세대들 사이에서 주로 나타났는데,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디지털 사진을 이전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즉석사진 풍으로 인화해 스티커를 만들어 꾸미는 일종의 놀이다. 집안에 갇혀 있다시피 하면서 덕후 기질을 발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기할 것은 1948년에 선을 보인 폴라로이드 즉석카메라의 부활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서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취급받았고, 실제로 2008년에 파산 신청을 한 구시대의 유물인데 21세기 한국의 MZ세대에서 그 느낌만이기는 하지만 부활하고 있다.
비슷하게 부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있다. 영리한 생쥐와 항상 그에게 골탕 먹는 고양이를 그린 ‘톰과 제리’이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보다 일찍 나와 올해 80주년을 맞은 이들은 운동화, 화장품, 베이커리, 도넛, 패스트 패션 등 무슨 상관일까 싶은 다양한 업종에 모습을 드러냈다. 톰과 제리의 캐릭터를 활용한 커플의 프사(프로필 사진)도 유행했고, 당연히 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들의 소위 ‘짤’들도 다수 생성되고 확산됐다.
지난 1월 ‘마이사이더’편에서 MZ세대가 일으킨 ‘뉴트로’ 열풍도 마이사이더적 특성에서 출현했다며, ‘옛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복고, 즉 레트로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를 즐기며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1930~1940년대에 태어난 ‘폴라로이드’와 ‘톰과 제리’까지 스티커와 프사로 소환한 MZ세대의 이 뉴트로 놀이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하다. 주목할 부분이다. <박재항 대학내일 20대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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