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비용분석에서 학습률을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

입력 2020. 08. 04   08:52
업데이트 2020. 08. 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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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논단 1812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김주혁
한국국방연구원 전력투자분석센터
juhyeok0208@kida.re.kr

이현무
한국국방연구원 전력투자분석센터
moo0727@kida.re.kr

학습효과는 동일한 품목을 여러 대 생산하는 경우에 생산이 거듭될수록 소요되는 공수가 일정한 추세(학습률)를 갖고 감소하는 현상이다. 비용을 추정하거나 원가를 산정할 때 이를 추정하는 것은 필수다. 학습률은 노무비뿐 아니라 다른 비용에도 연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글에서는 실제 분석 경험을 토대로 학습률을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목수가 나무상자 10개를 주문받아 제작했다. 첫 상자를 만드는 데 10시간 걸렸지만 두 번째 상자는 8시간 만에 만들 수 있었고 4번째 상자는 6시간이면 충분했다. 이후로도 제작 시간은 조금씩 감소했지만 그 폭이 이전보다는 크지 않고 완만했다. 이처럼 동일한 작업을 반복할수록 숙달이 되어 작업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을 학습효과(Learning Effect)라 한다. 감소하는 패턴을 수리적으로 표현한 것을 학습곡선(Learning Curve)이라 하고, 감소비율을 학습률(Learning Rate)이라고 부른다. 학습곡선은 1936년 T.P. Wright가 항공기 산업에 실증적으로 접목시키면서 개념화되었다.

그는 항공기 제작시간 분석을 통해 평균노무비(Average Labor Cost)와 생산수량을 로그화하면 둘 사이에 일정한 비율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제 자료로 실증했다. 이는 누적평균학습곡선 (Cumulative Average Improvement Curve)으로 불리는데, 현재까지도 미국 항공업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적평균학습곡선 외에도 여러 가지 학습곡선 모형들이 있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단위학습곡선(Unit Improvement Curve)이다. 누적평균학습곡선에서 평균공수 대신 단위공수를 사용한 것으로, 생산량이 2배가 될 때마다 호기별 공수가 일정한 비율 (학습률)로 감소하는 특징을 보인다. 두 모델을 비교한 내용을 <표 1>에 정리했다.
  
 
학습효과는 기성품을 대량 생산할 때보다 새로운 제품을 소량으로 제작할 때, 자동화된 공정보다 노동력에 의한 수작업인 경우 크게 나타난다. 방위산업은 일반적으로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주문제작 방식이므로, ‘새로운 제품’, ‘소량 생산’, ‘노동력 중심’이 일반적이다. 방위산업에서 학습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는 이유다. 따라서 방산물자의 원가 추정에서 노무공수를 판단할 때 학습률을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노무공수 판단은 노무비뿐 아니라 일반관리비, 이윤 등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과적으로 전체 양산비에 큰 차이를 발생시키므로 학습률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적용해야 한다. 방산물자를 획득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할 때는 물론이고 계획을 수립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학습률을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점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전체 추세를 반영해야

학습률을 추정할 때에는 일부 호기의 공수가 아닌 전체 추세(Trend)를 반영해야 한다. 1호기와 마지막 호기의 실적공수 데이터만을 이용하여 학습률을 추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가 필요하다. 1호기와 마지막 호기의 공수만을 대입해도 학습효과와 관련된 변수(b)만 남게 되어 간단하게 학습률을 구할 수는 있지만, 전체 N개의 실적공수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추정에 사용된 일부 호기의 공수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전체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그림 1>은 실적공수를 활용하여 학습률을 추정한 사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1호기의 공수가 2호기보다 낮게 집계되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1호기와 8호기만을 활용하여 추정한 학습률(주황색)은 84.26%로, 전체 호기의 공수를 활용하여 선형회귀분석을 통해 추정한 82.07%(빨간색)와 차이를 보인다. 또한, 전자의 경우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후자보다 추정의 오차가 컸으며, 낮게 집계된 1호기 공수를 사용했기 때문에 2~5, 7호기에서 일관되게 실제 공수보다 낮게 추정되었다.  

 
이런 현상은 학습률 추정에 사용한 호기들의 공수가 전체 추세에서 벗어난 경우(Outlier)에는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특히, 첫 제품의 공수는 양산과정에서 생산하는 첫 제품으로 공수의 불안 정성이 매우 크고 집계가 정확히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1호기와 마지막 호기를 직접 대입하여 학습률을 구하면 결과가 왜곡될 소지가 크다.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체 실적공수에 대해 회귀분석을 활용하거나, 몇 개 공수의 평균을 이용하여 1호기 공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추정 이후에 추정한 학습곡선이 전체적인 실적의 추세를 잘 설명하고 있는지를 추정오차, R2 등의 통계량이나 그래프를 통해 검토해야 한다.

적합한 학습효과 모형의 선택

학습률을 추정하려면 어떤 모형을 사용할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대개 호기(N)와 공수(YN N N)를 로그화한 후 선형회귀분석을 수행하여 결과를 비교해 본다. 많은 경우에 R2 등 회귀분석의 유의성을 나타내는 통계량들이 누적 평균 학습곡선을 적용했을 때 더 높게 나타난다. 이는 모델 자체의 적합성과는 상관없이 누적평균학습곡선에서 공수의 평균값을 사용함에 따라 측정치가 스무딩 (Smoothing)이 되면서 개별 호기의 영향이 줄어들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누적평균학습곡선의 R2가 높은 것은 평균공수의 추세를 잘 설명하는 것이지 호기별 공수에 대해 단위학습곡선보다 더 잘 설명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 사업을 예시로 살펴보도록 하자. ‘ㄱ’ 사업은 초도양산의 정산이 완료되고, 2차 양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초도양산 실적공수를 토대로 2~3차의 양산에 투입될 공수를 추정해야 하는 경우였다. 학습률을 추정하기에 앞서 먼저 학습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중간에 사업 지연이 있었으나, 전체 체계의 출고만 지연된 것이지 업체의 생산 공정은 계속해서 가동되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학습손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실적공수에 회귀분석을 통해 단위학습곡선과 누적평균학습곡선을 적용한 결과를 <그림 2>와 같이 비교해봤다. 1~2호기의 공수에는 예비조립공수가 포함되어 정확한 공수를 파악하기 어려움에 따라 3호기부터의 실적을 이용했다.

 
회귀분석을 통해 R2를 비교해 보면, 누적평균 학습곡선이 0.9884로 단위학습곡선(0.8693) 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호기별 공수의 평균절대백분율오차(MAPE: Mean Absolute Percentage Error)는 단위학습곡선이 3.90%로 누적평균 학습곡선의 5.92%보다 낮았다. 또한, <그림 3>에서 호기별로 실적공수와 두 학습모형을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누적평균 학습곡선은 후반 부로 갈수록 실제 공수 대 비 낮게 추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후반부의 데이터에 대한 설명력이 떨어지는데, 이는 누적평균 학습곡선에서는 평균공수를 사용하다 보니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데이터가 반영되는 횟수가 적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단위학습곡선을 사용하여 추정한 학습률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전체가 아니라 공정별로 추정해야

학습률은 제품 전체보다는 공정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기계를 이용한 자동화된 공정과 사람이 직접 투입되어야 하는 공정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전 자는 학습효과가 거의 관찰되지 않을 것이며 후자는 학습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이처럼 학습률이 상이한 공정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학습률이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게 된다. <그림 4>의 예시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제품 생산에 A와 B 두 공정이 필요하고, 첫 번째 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공수는 5,000M/H로 동일하며, 각 공정의 학습률은 80%와 90%인 제품이 있다고 하자. 이때, 1~10호기와 91~100호 기의 공수를 이용하여 회귀분석을 통해 제품의 학습률을 추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10호기의 공수를 이용하여 추정했을 때와 91~100호기를 이용하여 추정했을 때를 비교해 보면, 학습률이 85.38%와 86.69%로 차이를 보였으며, 생산 전반부에서는 학습효과가 높고(학습률이 낮음) 후반부에는 학습효과가 낮은 것(학습률이 높음)으로 나타난다. 즉, 학습률이 다른 여러 공정이 공존할 때 전체 공수를 이용하여 추정하게 되면 생산이 진행될수록 학습효과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학습효과가 큰 공정의 공수가 빠르게 감소하면 전체 공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듦에 따라 해당 공정이 학습률 추정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성이 상이한 여러 개의 공정이 존재하고, 공정별 공수 자료를 획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전체 제품 차원에서 하나의 값으로 학습률을 산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실제로 진행된 ‘ㄴ’ 사업에서 공정별로 학습률을 추정한 사례를 보도록 하겠다. 1, 2차 양산의 실적공수를 통해 후속양산의 공수를 추정해야 했는데, 호기별로 A, B, C 세 공정의 공수가 집계되 어 여러 방법을 비교할 수 있었던 경우였다. 단위학습곡선과 누적평균학습 곡선의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편의상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위학습곡선을 적용했다. 호기별로 측정한 총 공수와 공정별 공수는 <그림 5>와 같다.

회귀분석을 통해 각 방법에 대해 계산한 학습률, R2, 평균 절대백분율 오차를 <표 2>에 나타냈다. R2은 총 공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 조금 높고, 평균 절대 백분율 오차는 반대였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두 방법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설명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총 공수를 기준으로 추정했을 때는 학습효과가 점차 감소(학습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후속양산 공수 추정에서는 <그림 6>과 같이 후반부로 갈수록 총 공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추정공수가 낮게 나타났으며 특히, 후속양산의 마지막 호기에 대해서는 그 차이가 8.33%까지 벌어졌다. 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학습률이 크게 차이가 나는 공정들이 함께 있는 경우에 초반부의 실적만을 활용하면 학습률이 낮게 추정되는데, 이렇게 낮은 학습률을 활용하여 후속 물량의 공수를 추정하다 보니 공정별로 추정한 공수보다 낮게 나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별로 공수가 구분 가능한 경우에는 학습률 역시 공정별로 추정하는 것이 적절하며, 신규 사업의 공수를 추정하기 위해 유사사업 실적을 활용할 때에도 공정별 학습률을 분석하여 적용하는 것이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맺음말

지금까지 양산단가 중 노무비 추정과 관련된 학습효과의 개념, 적용 시 주의할 점과 적용 사례를 살펴보았다. 학습효과는 양산단가와 총사업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추정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학습효과는 과학적 이론이 아닌 통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이론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며, 이 글에서 제시한 전체 추세 반영, 정확한 학습효과 모형의 선택, 공정별 추정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생산 일정, 물량, 기술변경 등)을 함께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산현장에서 세부적인 공정별 자료를 축적·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방위력개선사업 계약 당사자 간에 이견이 많은 원가산정이나 비용 추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모든 일의 출발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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