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방위사업청과 함께 하는 웨폰 스토리

방위사업청과 함께하는 웨폰스토리(10)4차 산업혁명 시대와 차세대 한국형 헬기 개발

맹수열

입력 2020. 07. 28   17:01
업데이트 2020. 07. 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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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검은색의 유려한 외형을 가진 초음속 헬기…. 1980년대 미국 드라마로 유명해진 ‘에어울프’는 중장년층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마하 1.0을 넘는 초고속에 방탄·스텔스 성능, 로켓포와 유도탄으로 무장한 에어울프가 악당들의 헬기와 전차, 심지어 전투기까지 물리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했다. 또 머지않은 시기, 에어울프 같은 헬기가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했다. 그리고 30여 년 뒤인 2020년,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상상 속 에어울프의 현실화가 머지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헬기, 어떻게 진화할까 

현재 기술개발 동향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정보통신기술이 사회 전반에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중심이 되고 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발전을 급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헬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헬기에 접목해 ‘미래형 기술 주도권’을 획득하려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차세대 헬기의 기술개발은 태블릿PC로 목적지만 설정하면 자동으로 장애물을 피해 안전하게 착륙지점까지 비행하는 수준에 와 있다. 유인항공기와 드론을 접목하는 유무인팀(MUM-T) 체계는 이미 2015년 전력화돼 AH-64 아파치 공격헬기와 그레이 이글(Gray Eagle) 드론에 적용되고 있다. 


항공 선진국의 차세대 헬기사업 방향과 시사점은 

항공기술 최선진국인 미국은 2050년을 목표로 차세대 헬기사업(FVL)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군은 FVL의 일환으로 시속 400㎞ 이상 고속비행이 가능한 장거리강습헬기(FLRAA)를 2030년까지 전력화할 계획이다. 미 육군 중심으로 진행 중인 FLV에는 시콜스키-보잉의 SB-1 디파이언트와 벨이 제작한 V-280 벨로가 참여하고 있다. 


FVL에서 주목할 점은 개발하는 모든 기종의 조종, 정비, 수리부속 등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도록 설계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종사는 실시간으로 항공기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조치할 수 있고, 정비사는 항공기의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를 손쉽게 파악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 유럽·러시아 등에서도 미국 같은 고속·장거리 능력을 보유한 신개념 헬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2040년까지 노후 헬기 교체를 완료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시아는 군 주도로 KA-92 등 고속헬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항공 선진국들은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헬기전력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국은 현재 국내외 기술수준과 기술소요 분석을 통해 종합발전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먼저 파악하고 있다. 이어 소요와 사업을 연계해 산업발전의 촉매제로 활용하고 있다. 즉 국방사업과 민간산업의 연계성 강화를 통해 핵심기술 개발, 소요기획과 사업화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미래형 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차세대 헬기, 어떤 성능 갖추나 

그렇다면 우리의 차세대 헬기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2019~2033 국방과학기술진흥정책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책서는 자율 인공지능 감시정찰, 초연결 지능형 지휘통제, 초고속 고위력 정밀타격, 미래형 추진 및 스텔스 플랫폼, 유무인 복합 전투수행, 첨단기술 기반 개인전투체계, 사이버 능동대응 및 미래형 방호, 미래형 첨단 신기술 등 8가지 4차 산업혁명 관련 국방혁신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이 가운데 미래 헬기전력을 초고속, 미래형 추진, 자율형, 복합형으로 대표되는 4대 혁신기술 분야와 연결짓고 있다. 


방사청은 이 4가지 분야 기술을 활용, 한국형 공중 유무인팀(Airborne MUM-T) 체계와 차세대 고기동 헬기 개발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한국형 공중 유무인팀 체계는 소형 무장헬기에서 무인기를 발사해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거나 AI 자동비행을 통해 유무인기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형 무장헬기의 승객실 공간에 무인기를 탑재하는 방안, 로켓·미사일 발사관에서 무인기를 직접 발사하는 방안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적을 감시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드론 체계와 유인기를 함께 운용한다면 보다 넓은 지역에서 작전하면서도 헬기 생존성·타격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우수한 IT 기술과 무인 드론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 있는 복합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선제 조건이 붙는다. 현재 우리 군의 헬기 전력 대부분은 작전 반경의 한계로 주요 도서에 즉각 투입이 힘든 상황이다. 기존 헬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한국형 고기동 헬기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기존 헬기의 2~3배 이상의 속도를 내면서도 스텔스 기능, 가변형 무장발사체계, AI 기반 자율비행 기능 등을 갖춘 차세대 헬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세대 헬기 개발을 위한 숙제는 

방사청은 “항공 선진국들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차세대 헬기를 개발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종합발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산업발전과 연계될 수 있는 다양한 핵심기술, 제도 등의 발전방안을 검토해 중·장기 헬기개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숙제로는 국방소요 기획과 획득관리 부서의 협업을 통한 사업화 일정 최적화, 발전계획에 맞춘 기술개발과 전력보강의 유기적 연계를 꼽았다. 항공산업 연구개발 능력 강화와 생산라인 유지를 통해 강군육성과 국내 산업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선진국 사례처럼 현재의 기술수준과 기술소요 분석을 통한 핵심기술 확보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수리온 헬기 개발 과정에서 경험과 인프라를 구축해 체계종합·시험평가 기술 등은 확보했지만 항공기 개발에 필수적인 엔진, 변속기 등은 여전히 해외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수리온 헬기 개발로 우리는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이 됐지만 핵심 구성품의 국산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또 적시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전력 첨단화도 이뤄내야 한다. 방사청은 체계개발과 성능개량 사업을 병행 추진한다면 첨단기술을 적용한 성능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서 선진국의 기술을 이전받아 조립하고 일부 부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항공산업을 선도하는 전략과 능력을 갖출 때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방사청은 “변화하는 시대적 특성과 우리의 현실에 발맞춰 중·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갖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차세대 한국형 헬기 개발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맹수열 기자/자료 제공=방위사업청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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